남과 북이라는 엄연한 현실이지만 다루기 싶지 않은 소재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더킹 투하츠'는 부담이 많은 드라마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승기가 연기하고 있는 왕제 이재하라는 존재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왕인 이재강이 전형적인 평화주의자를 표현하고 있다면 재하는 우리시대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북한에 대한 감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변화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이승기 언제부터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폭발하는 그의 존재감이 갑이었다
한없이 쏟아지는 장난 끼와 왕제라는 지위가 주는 중압감을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망가진 존재가 되어버린 이재하는 해서는 안 되는 장난을 다시 한 번 시작합니다. WOC 훈련과 관련된 문제로 열강들이 남과 북의 합동 훈련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며 존재감을 찾기 시작한 그는 도를 넘어선 장난으로 남과 북의 분명한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강직하고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북한 최고의 호위사령부 지도원인 리강석이 남한의 소녀시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하는 해서는 안 되는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무게를 잡고 대단한 듯 이야기를 하던 리강석이 소녀시대에 열광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재하에게는 웃기는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자라면서 볼 수 있었던 권력을 가진 자들 혹은 강하다고 자처하는 자들의 이중성을 리강석에게서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재하가 싫어하는 또 다른 인물인 은시경은 리강석과 동급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철저한 직업의식을 가진 진정한 의미의 군인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리강석이 자판 밑에 소녀시대 출연 시간표를 몰래 숨겨두고 감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소하다는 듯 열거하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타인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은시경으로서는 왕제의 이런 행동이 당혹스럽기만 했습니다.
이미 이런 부류의 존재들에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했던 재하에게는 시경의 이런 강직함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둘 모두 강직함을 드러내지만 그들 역시 표리부동한 존재들일 뿐이라는 확신에 리강석의 생일 선물을 가지고 장난을 친 재하로 인해 걷잡을 수없는 혼란은 시작됩니다.
노트북 선물을 시경이 보내는 선물로 위장해 강석의 약점인 소녀시대를 전면에 깔아 그를 비난하는 행동은 도를 넘어선 장난이었습니다. 단순히 너무 닮은 둘을 다투게 해서 조금은 유하게 만들기 위한 재하의 의도와는 달리 둘은 남과 북이라는 분단국가의 군인들이라는 점은 예상보다 큰 파장을 낳고 말았습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잘 참아내던 강석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다시 한 번 깐족대며 시경을 팔아 자신의 약점을 비꼬고 북한 체제를 한없이 비하하는 재하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곧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고 북한에서 남과 북이 총을 겨누는 위급한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최소한 넘어서면 안 되는 부분까지 넘어선 재하로 인해 분위기는 급랭하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남과 북의 화해 무드를 싫어하던 이들에게 이번 사건은 호재가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즉시 그들은 남과 북이 함께 WOC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라는 통지를 왕에게 보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과 북이 대립이 아닌 평화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랐던 왕으로서는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 왕이 선택한 마지막 임무는 극한 상황에서 남과 북이 얼마나 믿고 하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이었습니다. 북한에서 북한군의 도발이 시작되고 이로 인해 준전시 상황에서 남과 북 장교들이 얼마나 서로를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시험은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준전시 상황에서 북한군 장교들이 왕제를 포함한 남한 장교들을 중립 지역으로 옮기는 과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중요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훈련을 한다는 것도 당황스러웠던 왕제에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겠다는 북한 장교들의 이야기를 믿기는 힘들었습니다. 자신이 왕제라는 사실을 근거로 유리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 포로로 삼으려는 행동일 뿐이라고 확신하는 재하로 인해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임무를 수행하기는 힘들게 됩니다.
총을 겨눈 항아를 믿을 수 없다는 재하에게 과감하게 총을 왕제에게 넘긴 그녀의 행동으로 그들은 비로소 긴장을 풀고 이동 장소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북한군 병사들을 목격한 순간 왕제는 이 상황이 모두 자신을 속이기 위함이었다고 믿고는 항아를 향해 총을 발사하고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맙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 총을 겨눠서는 안 된다는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로열패밀리인 왕제를 WOC에 합류시킨 왕으로서는 이 상황에 대한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총을 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가졌던 왕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동생이 망설임 없이 항아를 쏴버린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조차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왕이 고개를 숙이며 모두에게 사과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남과 북이 위기에 처했다며 WOC 참여를 포기하겠다고 발표합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재하가 선택한 방식은 정공법이었습니다. 남과 북의 단합을 위해 마지막 선택은 완전군장을 하고 60km를 8시간 안에 주파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중압감과 한계를 이번 WOC를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던 재하는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깐죽거림이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왕족이라는 이유로 자신에게 주어진 책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모두를 감동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다친 다리로 60km 행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며 좀 더 성장한 왕제가 되어갔습니다.
4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게 다가왔던 부분은 왕과 왕제가 나눈 대화였습니다. 그들의 대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동일한 화두이자 고민이라는 점에서 특히 큰 의미를 가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남과 북의 대립 관계와 그런 긴장을 끊임없이 교육받으며 자라왔던 이들에게 극한 상황에서의 선택은 재하와 같은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자신을 속인 북한군을 죽이고 자신도 죽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재하는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남과 북은 하나가 될 수 없고 호시탐탐 북한은 남한을 쳐들어오기 위해 안달이 난 이들이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던 우리에게 재하의 행동은 왕족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선대 왕 때부터 교육받아왔던 왕에게 재하의 행동은 있을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한민족끼리 다시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인 선대왕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며 남과 북의 화해와 공존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왕에게 왕제의 행동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일 뿐이었습니다.
60년 동안의 갈등과 이런 상황 속에서 철저하게 대립하고 경계하고 무찔러야만 하는 대상으로만 교육 받은 우리에게 그런 극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재하가 했던 행동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놓고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모습은 당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체제의 경직성을 통해 권력을 통제하고 이를 빌미로 자신의 권력을 극대화하는 위정자들이 지배하는 남과 북에서 그들의 평화공존은 득이 되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다잡기 위해 상대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비난하면서 내부 결속을 다지는 남과 북의 모습은 그래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반영해 보여준 '더킹 투하츠'는 그래서 위대한 드라마 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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