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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만큼 경악스러웠던 한나라당의 공지영 조사논란

by 자이미 2011.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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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법이 통과되는 날 한나라당에서는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가 문제가 있다며 공지영 작가를 경찰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설마 한나라당 중앙당 인권위원회에 소속된 이들이 무식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 구조가 일반 대중들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가니 소설이 사실과 달리 과장되어 있으니 조사해야 한다?




소설은 사실과 다른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아무리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고 해도 작가의 시각과 생각이 담겨 새로운 형태의 창작물로 태어나는 것이 소설입니다. 만약 공지영 작가가 자신의 생각과 소설적 장치들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작성하려 했다면 보고서를 썼겠지요.

소설이나 영화 <도가니>가 소소한 것들까지 모두 일치한다고 본다면 이는 다큐멘터리일 것입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 <도가니>에서 묘사된 내용의 일부가 사실과 다를 수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중요한 것은 작품이 다루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무엇이냐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본질을 흐리고 폄하하기 위한 행동을 당당하게 하는 공당의 인권위원회 소속 의원의 발언입니다.

"소설과 영화에서 (사실과 다르게) 과도하게 표현돼 국민감정이 격앙됐다"

한나라당 김연호 의원은 '도가니'에서 보여 진 내용들이 과도하게 표현되어 국민감정이 경양되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떤 식으로 왜곡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적 없이 그저 과도하게 표현되었다는 말로 '도가니'를 폄하하는 발언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영화에 경찰의 모습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 표현됐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

현실 속 경찰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알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같은 당 김옥이 의원 역시 경찰이 제대로 대응도 하지 않는다며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구체적으로 영화에서와 달리 실제 경찰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그들이 사건이 일어났던 광주의 인화학교 성폭행 진상조사와 피해자 지원을 위해 광주지방경찰청을 방문해서 내놓은 말이라는 점이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그들의 역할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현장까지 내려갔는지 알 수가 없는 발언들은 얼마나 황당무계한지는 스스로도 알고 있지 않을까요?

"공지영 작가 소설이 사실과 다르게 표현됐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동서고금을 통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기상천외한 주장이 있다. 큰일 났다. 나는 < 장외인간 > 이라는 소설에서 달을 없애버렸는데 CIA나 FBI가 출동하겠다" 

이외수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작금의 사태를 보고 황당의 극치를 넘어서는 기상천외한 주장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설에서 달을 없앴으니 CIA나 FBI가 출동하겠다는 말로 이 상황이 얼마나 황당한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외수 작가는 MIB를 조심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억을 지워버릴지도 모르니 말이지요.

기상천외하다 못해 포복절도를 하고 자지러져 통곡을 할 일을 벌인 한나라당을 보며 많은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에서 밝힌 숨겨진 진실들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이 두려운 기득권 세력들이 이런 식으로 들고 일어나는 것은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성추행을 한 의원을 제명도 하지 않고 감싸던 무리들. 서울시장 선거에 통합 야당 후보의 저격수로 나선 성추행 의원을 두둔하기 위해 '도가니'에 대한 딴지를 거는 것은 아니겠지요. 공지영 작가가 통합 야당 후보와 힘차게 걷는 사진이 미워서 하는 이야기겠지요. 경쟁을 하던 정치인으로서 야당에 패한 여당의원으로서 셈이 나서 그랬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고 진정 '도가니'의 주인공을 두둔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면 우리 사회는 썩을 대로 썩어 문드러져 버리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도가니'의 핵심은 어린 지체장애자에 대한 성폭행이지만 그 성폭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권력관계에서 행해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도가니'는 우리사회 기득권 세력의 만행에 대한 고발입니다.

사회 전체를 촘촘하게 옭아매고 있는 '부패의 도가니' 전체에 대한 강력한 저항이 바로 '도가니'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것을 그들이 모른다면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최소한 '인권위'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이들이 이런 경악스러운 수준의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한나라당이 절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주려고 꼼 기획을 시작하셨네요 감사" - 공지영 작가

"깜짝이야.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이 '사실'과 다르다고 한나라당 인권위원위가 조사를 촉구했었다네. '소설'이 뭔지도 모르나, 웃긴다" - 만화가 강풀

"국민이 격앙됐다고 소설가를 조사하나? 이런 개떡같은 논리가 어딨나? 소설이 신문기사라고 생각하나"
- 전병헌 민주당 의원

"저들은 왜 부패의 도가니를 옹호하려는 것일까" - 정동영 민주당 최고의원

"한나라당의 공지영 씨 조사요구는 프로크루스테스적 발성이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태도야말로 국민의 감정을 격앙시키고 있다는 것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 어제 한나라당 인권위원의 문제 발언을 접한 국민들은 지금 공분의 도가니이다" -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

당사자인 공지영 작가도 국회의원들도 이 한심하고 무책임하며 경악스러운 발언들에 대해 냉소를 쏟아냈습니다. 국민들의 시선 역시 이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국민들과 얼마나 다른 지점에 가 있는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는 듯합니다.

함부로 국민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잘못된 발언을 일반화시키는 행위는 국회의원들의 의무나 특기는 아닙니다. 지금 현재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고 어떤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그렇게 알지 못하면서 대중 정치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하고 한심한 것인지 그들만 모른다는 사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정치인을 뽑은 것도 우리이고 그런 무능력하고 헛다리 10단의 대단한 기능 올림픽금메달 감들을 뽑은 것도 모두 선거를 잘못한 국민들의 잘못입니다. 유권자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부패의 도가니'를 막을 수 있는 이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다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요. 이 모든 업보는 자신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저 멀리 내던져 버린 이들과 잘못된 투표로 제대로 된 일꾼들을 뽑지 못한 우리들의 탓일 뿐입니다. 그저 그들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 그들에게는 잘못이 없는 것이지요.

'도가니 법'이 통과되었다고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은 이상 우리 사회의 부패의 도가니는 여전히 계속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순간 모든 것을 뒤집듯 개혁을 할 수는 없겠지만 참정권을 가진 국민들이 하나 둘 바꿔나가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그 도가니 속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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