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학생들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다양한 솔루션 프로그램들도 많았다는 점에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새로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방식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유재석 탁월한 진행능력의 힘;
가족 내 세대 간 갈등을 풀어내는 방송의 역할을 새롭게 제시했다
유재석과 김구라가 함께 방송을 한다는 점에서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은 방송 전부터 큰 화제였습니다. 서로 다른 둘이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첫 방송은 그런 우려를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진행자 유재석과 첨언자 김구라의 명확한 구분은 제작진들이 많은 고민을 했다는 증거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동상이몽>은 제목 그대로 가족 내 세대 간 갈등을 푸는 방식입니다. 뒤에 붙는 '괜찮아 괜찮아'가 이야기를 해주듯 해법까지 제시하는 방식은 자칫 교조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풀어낼 수 있는 갈등이 방송에 등장한다는 점에서 큰 무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세 가족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관찰 카메라를 동원해 일상의 모습을 촬영한 후 해당 가족들이 스튜디오에 출연해 그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이어졌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부모들이 나뉘어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는 형태를 취한 것 역시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모습이었습니다. 가족과 관찰 카메라는 이제는 익숙한 형식입니다. 관찰 카메라로 가족의 누구와 무엇을 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런 형태적인 틀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예능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등장하는 예능의 전부가 이런 기본 요소들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상이몽>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그들에게 관찰 카메라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차이였습니다. 스튜디오에 직접 출연해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고, 촬영된 영상을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그 안에 모인 사람들과 공론화를 시켜 이야기를 하는 형식은 좋았습니다. 안으로 삭히고 그렇게 서로 적이 되어 더는 가족이면서도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과 같은 사회에서 이런 식의 가족 솔루션은 유익함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첫 회에 등장했던 가족들의 사연 역시 제각각이었습니다. 중학생 아이들과 부모들의 갈등이라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그들이 느끼는 갈등의 요소는 당연하게도 서로 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해서 고민인 가정, 2년 동안 직접 대화를 하지 않고 톡으로만 이야기하는 모녀, 끼도 없으면서 연기만 하겠다고 나서는 아들이 걱정이 어머니 등 우리가 일상에서 볼 수 있거나 유사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고민의 폭이 느끼지는 구성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마저 화장 붐이 일어 학교 앞 문구점에서 아이들을 위한 화장품을 파는 곳이 많아질 정도로 세대는 달라졌습니다. 약한 화장만이 아니라 성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진한 화장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는 점에서 첫 번째 고민을 들고 나선 모녀의 모습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학교에서 매주 전화가 와서 화장을 하는 딸에 대한 감시가 심한 엄마와 그런 시선을 피해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학교를 가는 동안 완벽한 화장으로 변신을 하는 딸의 모습은 일면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스튜디오에 있던 패널들까지 놀랄 정도로 그 화장 솜씨는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연에는 이유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이 이런 진한 화장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역시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얼굴의 형태가 불만족스럽다는 등의 고민은 부수적이었고, 딸이 화장을 하게 된 계기는 아토피가 심해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이런 습관은 결국 보다 큰 관심을 불러왔고, 그 결과는 너무 심한 화장으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가족들에게 주어진 솔루션은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교 수업도 열심히 하고, 미술에 탁월한 실력을 보이고 운동마저 잘하는 딸에게 화장이라는 습관은 조금씩 줄여갈 수 있는 과정일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화장만 제외하면 마치 친자매처럼 친한 이들 가족의 모습은 뒤이어 등장한 2년간 톡으로만 대화를 하는 모녀의 사연을 더욱 극대화했습니다. 함께 살면서도 눈을 마주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 모녀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워킹 맘으로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하게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하고 직장으로 나서는 엄마와 이제 중1이 된 딸의 극단적인 모습은 서로 다른 시각으로 찍은 영상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되었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일을 시작하는 엄마는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에스테틱을 운영하는 엄마는 하루 종일 힘과 감정을 소비하는 일을 해야 했고, 집에 돌아와서도 일은 꾸준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이 전혀 없는 엄마의 모습은 무표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습니다. 그나마 엄마를 웃게 해주는 것은 어린 둘째딸과 함께 있는 시간이었고, 그런 상황은 톡으로만 대화하는 딸을 더욱 소외시켰습니다. 이들 모녀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존재했습니다. 딸이 엄마와 대립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구와 심하게 싸웠는데 그때 엄마는 자신의 편이 아닌 친구의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 일로 인해 틀어진 둘의 관계는 현재의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엄마로서는 말을 하면 할수록 딸과 싸우게 되고 그럴수록 감정의 골은 깊어지게 되자 하나의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톡이었습니다.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남기면 그나마 감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택한 방법이기는 했지만, 그게 해법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냈고, 고질적인 단절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무척이나 갈구하는 관계이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서먹서먹하지만 모녀지간은 그렇게 조금씩 변할 수 있었을 듯합니다. 더는 관계가 정색되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출연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들 모녀의 새로운 변화는 <동상이몽>이 품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부산 가족은 말 그대로 한 편의 시트콤을 보는 듯했습니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아들과 큰 아들처럼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다툼은 많은 가정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이었습니다. 공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은 동일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평범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제작진들의 능력은 이 방송이 예능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했습니다.
대본이 존재하는 시트콤이라도 되는 듯 이들 가족의 모습은 화목하고 행복함으로 가득했습니다. 극단적인 형과 동생의 작은 다툼들이 존재하고 엄마의 두 아들에 대한 기준이 오직 성적으로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충분히 공감을 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연출한 서혜진 피디는 사실 문제가 많았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작 방송으로 큰 논란을 불러왔고, 이후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점철되었던 <송포유>는 여전히 이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 서 피디가 유재석과 김구라라는 최강의 카드로 가족 이야기를 담는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첫 회만큼은 충분히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것입니다. 유재석과 김구라가 함께 하는 방송의 해법 역시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정리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의 전부는 유재석의 단독 진행으로 이어졌고, 김구라는 다른 패널들 사이에서 첨언자의 역할을 함으로서 충돌 자체를 예방했다는 사실은 현명했다고 보여 집니다. <동상이몽>의 첫 방송은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일반인들이 출연해 일상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가족 내 세대 간 갈등을 서로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해법을 찾아보기 위핸 노력하는 과정 자체는 현명함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그 틀이란 확실한 선이 정해져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얼마나 다양한 상황들을 이끌고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한계도 명징하게 다가왔습니다. 관찰형 카메라와 스튜디오에서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언 등이 보다 더 추가가 된다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컸습니다. 이후 변화된 그들의 모습도 다뤄진다면 이들의 변화 과정 자체가 큰 해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다가옵니다. 첫 방송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인 출연자의 한계를 넘어서 자연스럽게 방송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유재석의 능력은 <동상이몽>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는 사실도 흥미로웠습니다. <나는 남자다>의 형식의 유사성과 탁월한 진행 솜씨, 그리고 포용력은 이 프로그램에서도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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