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시대를 풍자하기 위함이다
인도 설화가 우리나라에 전해져 <삼국사기>에 '구토설화'로 기록되기도 한 이것이 대중적으로 크게 사랑받은 것은 창으로 불려 지면서부터 입니다. 조선시대 불리고 읽혀진 이 '별주부전'은 소설과 창의 이면에 당시 백성들의 울분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울분에 초점을 맞추며 그들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힌트가 주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 특집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월드컵 경기장에 모인 무한도전 멤버들 무슨 주제인지도 알지 못한 채 그저 육상 트랙에서 '일찍 와주길 바래'를 즐기는 그들은 뜬금없는 달리기가 시작되고 선착순으로 나뉜 그들은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인근 공원에 도착한 그들은 선착순 1, 2, 3위는 토끼가 되고 나머지 4명은 거북이가 되어 쫓고 쫓기는 경쟁은 시작되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별주부전'을 응용한 그들의 흥미로운 추격전은 역시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간을 빼서 숨겨둘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는 무조건 수면을 취해야만 하는 상황은 '별주부전'과 '토끼와 거북이'를 절묘하게 결합한 흥겨운 놀이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되어 경주를 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단순합니다. 세 토끼의 간 중 두 개를 얻어내면 승리하는 너무나 단순한 경기였지만 결과는 의외의 상황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니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유재석과 노홍철이 한 팀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시작과 함께 어떤 경기를 하 든 승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결과마저 동일하게 나오며 무도에서 둘의 영향력과 과시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박명수가 보여주는 급 상황 극의 재미는 역시 언제 봐도 흥미로웠고 체력적인 한계가 주는 아쉬움을 노련함으로 채우는 명수옹의 모습이 그나마 거북이 팀에서 볼 수 있었던 흥미로움이었습니다.
예능으로 보면 승부가 뻔한 경기를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재미는 그 뻔한 승부를 정말 뻔하게 만든 이들의 엉성한 모습들이었습니다. 너무 둔한 감각을 보인 거북이들과 달리, 너무 뛰어난 능력을 선보인 토끼 팀의 대결은 그래서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무도는 왜 뜬금없이 '별주부전'을 들고 나온 것일까요? 다른 수많은 아이템들 중에 이 고전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저 예능과 국악, 그리고 고전을 결합해 새로운 예능의 가능성을 열겠다는 포부만이 전부였을까요? 보는 이들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그 안에 담겨져 있는 함의들은 많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용왕은 왕을 뜻하고 거북이는 신하를 토끼는 백성을 뜻 합니다. 물론 이런 의미 부여는 개인의 선택의 몫이지만 조선시대 백성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병마에 시달리며 시름시름 앓고 있는 용왕은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무고한 백성들까지 희생시킬 수 있는 통치자입니다.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거북이는 우직하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신하를 뜻하고 영악한 토끼들은 백성을 뜻한다는 점에서 <무한도전 별주부전>의 과정과 결과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과정은 철저하게 예능이었지만 고전과 그 안에 내포된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품었던 의미들을 결합해보면 흥미로운 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무기력함과 무능함에 모두를 분노하게 하는 권력자는 이제 자신의 아방궁을 지으며 레임덕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강남 노른자 위 땅에 거대한 아방궁을 지으며 국민의 세금을 포탈하는 포악함은 백성들의 간을 빼앗으려는 용왕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토끼의 간을 거짓말로 빼앗으려는 포악함은 조선시대만이 아닌 현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런 포악하고 탐욕스러움은 현대 사회라고 달라질 것 없이 여전하며 어떤 측면에서도 더욱 정교하게 시민들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탐욕은 성장만 거듭하고 있습니다.
무능하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거북이들처럼 관료들의 모습은 철저하게 자신만을 위하는 존재들일 뿐입니다. 그들이 무슨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일까요? 거의 대다수는 철저하게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존재들일 뿐 국민들을 위해 일하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게 우리나라 관료들의 현주소 아닐까요?
무도에서 보여 진 거북이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 정치가들을 닮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용왕의 지시에 충실하게 따르려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용왕은 이제 나이도 많고 죽어도 상관없는 것 아니냐며 변명들만 잔뜩 만들어서 용왕의 죽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은 오늘날 정치가들의 모습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레임덕 대통령은 이제는 걸리적 거리는 존재가 되었고 그를 대신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하기 위해서 궁리를 하는 정치꾼들의 모사들은 당연하게 자신들의 안위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정치를 단순히 직업으로 생각하는 그들에게는 국민들이라는 소비자는 크게 의미 있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국민들은 그저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키는 도구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더욱 국민들은 의미 없는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용왕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모인 거북이들이 "나이 많이 들었는데 용왕도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줘야지"라고 나누는 대화 속에서 정치적 관계들을 여실히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용왕을 살려야만 한다는 대의는 언제부터인지 사라지고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 살피며 무기력하게 경기에 임한 거북이들이 내세운 논리는 '대세이고 순응'이었습니다.
영악하게 간을 지켜낸 토끼들은 금은보화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현실 속의 토끼들인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만 금은보화를 차지할 수 있을까요? 국민들의 분노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국민들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금은보화는 남겨진 거북이들의 차지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예능에서 보여준 토끼들처럼 현재의 국민들이 승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입니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개개인에게 주어진 표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적인 성향의 정치인들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것은 투표의 역사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썩으면 썩을수록 국민들은 투표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썩은 냄새가 싫다고 외면하면 그 부패한 곳은 더욱 많은 곳을 부패하게 만들고 그런 부패는 모두를 집어삼킬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썩은 곳은 도려내야만 하고 그렇게 도려낸 곳은 다시 새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치료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예능에서 보여준 재미있는 '별주부전'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의미들을 끄집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도가 보여주는 흥겨움은 이렇게 다양한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 있겠지요. 현명한 토끼들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토끼들이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현명함을 미련함으로 만들지 않도록 모두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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