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이야기는 비상식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약한 마음을 움직여 죽음으로 이끄는 사자는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에 맞설 수 있는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인간들이 아닌 귀신들의 대결은 본격적을 시작되었다.
성장하지 못한 선우혜;
어린 아이의 변덕 그대로 가진 빨간 옷의 사자, 이다일 사체가 사라진 이유
모든 것은 개인적인 이유에서 시작된다. 개인적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미션들이 주어진다. 그 일들을 해결하면 보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통상적인 이야기 구조이고 <오늘의 탐정> 역시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다일은 어머니의 죽음이고 정여울의 여동생의 죽음이다.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녀는 혼수상태로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는 환자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사자가 되어 다른 이들을 죽이는 이유까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녀의 과거가 현재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녀 곁에는 책 읽어주는 남자가 있다.
다일은 죽었다. 세 아이 실종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선우혜와 맞서다 사망했다. 공터에 묻힌 그는 비가 퍼붓던 날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의 영혼은 나오 수 있었지만 그의 육체는 땅 속에 여전히 남겨져 있었다. 다일은 죽었고 그를 볼 수 있는 이는 여울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여울이 다일을 보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귀신을 본다. 서로 만질 수도 있다. 특별한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다일을 보는 이는 여울 외에도 존재한다. 국과수 부검의인 길채원 역시 다일을 봤다. 어린 시절에는 또렷하게 보고 말도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윤곽만 보지만 분명한 것은 채원은 기괴한 능력을 가졌다.
동물의 사체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인간만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소통이 가능한 인물인 채원이 사건에 가세하며 이들의 구도는 더욱 명확해졌다. 여울을 좋아하지만 내색하지 못하는 형사 박정대는 반복되는 사건과 유치원 교사의 노트를 읽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 적힌 빨간 옷을 입은 여자와 여울이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여자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여울 동생인 이랑이 사망한 날 그곳에서 봤다는 여성을 유치원 교사 역시 봤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는 없다. 이 연결고리는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 말은 곧 박 형사 역시 다일과 여울의 편에서 선우혜에 맞서는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잡았던 여울. 그 어린 아이가 바로 선우혜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잠자리를 뜯고 있는 어린 아이를 위로해준 것 뿐인데 그게 그토록 찾았던 빨간 옷은 입은 사자 선우혜라는 사실을 여울은 뒤늦게 알았다. 재미있는 것은 어린 아이를 다일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우혜의 어린 시절 모습이 여울에게만 투영되어 보였다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존재 역시 여울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몸은 성장했지만 선우혜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선우혜다. 신변을 비관해서 가족 동반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 구사일생으로 홀로 살아남은 어린 우혜는 자신을 구해주러 온 경찰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남긴 채 쓰러졌다.
그렇게 병실에 누워 만 있는 선우혜에게 이야기를 걸어주고 책을 읽어주는 남자가 있다. 병원 사람인 그는 어떤 인물일까? 당연히 들 수밖에 없는 의문이다. 그가 읽어주는 책들의 내용과 우혜가 저지르는 범행들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책 읽어주는 남자가 선우혜의 영혼을 조정하는 절대 악일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절대악인 선우혜가 거느리는 책사와 같은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 어린 시절 자신을 구하려던 경찰 얼굴을 할퀴었던 어린 우혜는 그 지독한 공포의 시간 동안 악령이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경찰이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없는 이유는 행동 하나하나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처 입은 경찰이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되었을 가능성은 그래서 높다. 그 기괴한 괴물 사이의 고리 형성은 죽음의 위기 속에서 구해지는 순간 시작되었을 테니 말이다.
선우혜와 이다일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어머니의 죽음에도 우혜는 관여 되었다. 그녀의 약한 마음 속에 들어가 죽이려던 상황에서 맞서던 어머니. 하지만 끝내 우혜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망한 어머니. 그리고 그 아들은 우혜가 벌인 세 아이 납치 사건에 관여해 사망하고 말았다.
악연도 이런 악연이 없다고 할 정돌 이다일과 선우혜는 최악이다. 주변 사람을 이용해 죽음을 즐기는 악랄한 악령과 맞서 싸우는 것은 쉽지 않다. 절대 악이라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진 선우혜를 혼자 대결해서 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운명처럼 선우혜로 인해 동생을 잃은 여울과 만나게 되며 본격적인 사건 해결은 시작되었다.
다일은 죽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길이 없다. 죽은 다일을 보는 여울을 이용해 자신이 묻힌 장소로 소장인 상섭과 지목한 장소를 파보지만 사체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그곳에는 다일의 군 인식표가 있었다. 이를 보고 상섭은 다일이 죽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다일의 취향을 그대로 전달하는 여울의 모습을 보고 유령의 정체도 받아들였다. 그리고 배고픈 다일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탐정 사무소는 유령 탐정을 포함해 3명이 빨간 옷의 여자의 정체를 밝혀냈다.
12살이란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사망한 사건. 그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빨간 옷을 입은 여자라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리고 그 시작점을 찾으면 해법도 나오게 되어 있다. 실체에 조금씩 다가가는 순간 다일과 여울 곁에 그들이 찾아왔다. 여울에게는 동창이자 여동생 이랑과 연인으로 발전하고 있던 김결이 찾아왔다.
선물만 놓고 사라진 결이를 쫓아 들어간 커피숍에서 의도적으로 접근한 책 읽어주는 남자와 마주한 여울. 모든 것은 우연이 아닌 짜여진 틀 속에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결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절대 악이 된 우혜에게 책을 읽어주는 남자가 왜 의도적으로 여울을 찾아왔을까? 이 역시 우연일 수가 없다.
탐정 사무소 앞에서 다일이 경험한 상황도 이상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빙의가 되어 경고를 하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정체를 드러낸 우혜는 다일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경고를 하고 사라졌다.
자신에게 넘어오지 않았던 첫 번째 존재는 다일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 다음이 바로 여울이다.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어린 아이의 투정은 사악함으로 확장했다. 몸은 성장했지만 여전히 생사를 오가던 지옥 같은 상황에 악마가 되어버린 어린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떠돌며 인간들의 약한 마음을 가지고 잔인한 놀이를 하고 있다.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탐정이라는 설정이 주는 초반 경직성은 사라지고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다행이다. 이제 전선은 구축되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죽음 앞에 내던지고 그 과정에서 여울은 범인으로 오해 받는 상황도 나올 것이다.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다일의 시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누군가 다른 장소에 묻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다일이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방법론은 이제 이야기 과정 속에서 풀어내야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사체가 없다는 것은 죽지 않았다는 의미도 된다는 것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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