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극이 아닌 사극에서도 이하늬의 코믹 연기는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습니다. 그저 첫 방송을 마쳤을 뿐인데 충분히 기대할 수밖에 없는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당시 시대상과 그에 맞서는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은 이제는 조금 식상할 수도 있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유행처럼 진보적 여성상을 투영하는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아직 이런 흐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보다 더 많은 진보적 여성들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이야기들은 필요하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도 무척이나 익숙하지만 흥미로웠습니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화끈함으로 시작했습니다. 검은 옷으로 무장하고 얼굴을 가린 인물이 노름방을 찾아가 해 집고 다니는 이와 노름을 하던 인물이 칼잡이들에 맞서 싸우는 장면은 좋은 볼거리였습니다. 위기의 자객을 도운 노름꾼은 검은 복장으로 모든 것을 가린 자가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투전판 노름꾼들 사이에 끼어있던 자는 금위영 종사관인 박수호(이종원)이었고, 검은 자객은 15년차 수절과부인 조여화(이하늬)였습니다. 당연히 수호는 노름판에 잠입수사를 하기 위해 나섰고, 여화는 노름으로 패가망신하기 직전의 남자를 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새벽 동이 트기 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화는 서둘러 그곳을 빠져 나왔지만, 이미 시어머니의 움직임을 감지한 여화는 급하게 담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화를 기다리는 이는 몸종인 연선(박세현)이었습니다. 연선의 행동을 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하죠.
어린 연선이 위험에 처해있을때 구했고, 그렇게 여화의 몸종으로 살고 있는 그는 웬만한 규수댁 아낙보다 더 대단한 존재입니다. 난을 기가 막히게 치는 연선으로 인해 여화가 위험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들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존재죠.
시어머니 유금옥(김미경)은 당시 명문가다운 처세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인물입니다. 지금 시대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당시에는 남편을 잃은 부인은 평생 수절하며 살아야 합니다. 더욱 명문가의 경우 이를 가문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가치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명문가 아내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보여진 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런 시대상을 충분히 알 수 있게 하죠. 첫 회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집중했습니다. 이런 전개를 통해 중요 등장인물들의 접점을 만들고 반복된 관계를 통해 특별함을 부여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절대 수절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닌 여화가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수절과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 역시 드러났죠. 생사를 알 수 없는 오라비를 위해서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처지입니다. 보다 많은 서사들이 등장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이런 설정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낮에는 조신한 수절과부이지만 밤이 되면 복면을 쓰고 나타나 의로운 일을 하는 설정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극단적 역할로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점은 영특합니다. 이를 통해 진보적 여성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재미있습니다.
여화의 시아버지인 좌의정 석지성(김상중)은 왕 앞에서는 충신의 면모를 보여주고, 며느리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온화한 인물입니다. 그가 보인 모습은 완벽한 모습 그 자체입니다. 물론 이런 첫인상이 후반 반전을 부르는 사연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직한 사대부로서 사대부의 나라를 이야기하는 석지성이란 인물과 그가 따뜻하게 품어주는 며느리 여화의 실제 모습은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그 시대를 상징하는 시대정신과 이를 파괴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려는 인물의 충돌이라는 점에서도 흥미롭습니다.
고관 부인들의 모임인 모란회에 시어머니와 함께 처음 참석하게 된 여화는 낮에 외출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자랑에 위기가 찾아왔죠. 난을 잘 치는 것은 연선이었지만, 그걸 자신이 했다 생각한 시어머니로 인해 그 자리에서 난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엉망이 되어가는 위기 상황을 탈출하게 만든 것은 운종가 대행수인 장소운(윤사봉)이었습니다. 이들의 인연은 밤에 피는 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두에게 비밀이지만 여화와 소운은 오랜 인연이 있는 인물이죠. 함께 화연상단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강필직 상단의 대결 구도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강필직이 돕는 인물은 호조판서 염흥집(김형묵)이니 말이죠. 투전판에서 노름을 일삼던 염흥집을 생각해 보면 이 대결 구도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합니다.
투전판을 뒤집으며 구해준 자는 끝내 자신의 딸 꽃님(정예나)이를 노름빚 때문에 팔아버렸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화는 늦은 밤이 아님에도 꽃님이를 구하기 위해 나섰고, 거리에서 꽃으로 장식된 감을 팔며 '꽃감'이라 하던 어린 꽃님이 소식을 들은 수호도 그곳으로 향합니다.
시작부터 정체를 숨기고 만났던 두 사람은 꽃님이를 사이에 두고 다시 대결하게 되었습니다. 오해가 만든 상황은 결국 두 사람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게 합니다. 수호의 형인 박윤학(이기우)은 조선의 임금인 이소(허정도)와 친밀한 관계로 등장합니다.
그런 윤학이 동생에게 엄하게 대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이의 묘한 긴장감은 이후 이야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여화의 이중생활은 그 시대상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재미있습니다.
코믹극은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 이하늬의 '밤에 피는 꽃'은 드라마 왕국이었던 MBC의 2024년을 화려하게 시작하게 했습니다. 앞으로 전개가 더 중요하겠지만, 첫 방송에서 보여준 설정이나 상황들은 충분히 흥미로웠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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