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은 그 죽음의 진실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의미입니다. 여화와 수호 모두 가족의 죽음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야기는 결국 이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오라버니를 기다리며 어쩔 수 없이 미망인의 삶을 살아야만 하는 여화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죽은 남편의 위패를 품고 살아야 하는 그가 참고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누구는 죽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오라버니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버텨야만 합니다.
낮에는 좌의정 집안의 며느리로 죽은 남편을 기리며 살아야 하고, 밤에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돕는 의적과 같은 행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화가 이 집에서 버티며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한심하고 악랄한 호조판서가 애지중지하던 호접도를 훔치며, 그 자리에 여화가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을 걸어두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를 두고 금위대장은 역모라고 언급하며 사건을 키웠습니다. 절대 권력에 맞서는 행위라고 판단한 금위대장으로 인해 한순간에 여화는 역모 주동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수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사건이 커지자 수호는 명도각에 직접 편지를 보내 '전설의 미담'으로 추정되는 인물에 호접도를 돌려놓고 자신의 눈에 띄지 말라고 했습니다. 이에 화답하듯 여화는 금위영에 들어갔다 수호와 대결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호접도를 돌려놓기 위해 찾은 그곳에서 수호와 대결을 하는 상황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고리가 풀리며 수호의 복근이 드러났기 때문이죠. 옷이 벗겨진 것에 당황한 수호만이 아니라 남자 복근을 본 여화도 정신이 혼미해지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 비슷한 서사를 공유하지만 그걸 알 수가 없는 이들이 이 복근 사태로 인해 감정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수호는 연애 감정보다는 범인을 잡아야겠다는 것과 범인이 누군지 짐작은 가지만 무조건 잡고 볼 수 없는 것은 그가 하는 일들이 마냥 나쁘다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좌의정 며느리이기는 하지만 죽은 아들을 위한 결혼이라는 점에서 여화에게 수호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이성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성의 복근이 여화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그에게는 첫사랑의 시작이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모란회 구휼활동에 여화와 함께 초대된 금옥은 다시 한번 그곳에서 이판 부인과 기싸움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열녀문을 받아낸 며느리 백 씨 부인까지 대동하고 나와 금옥과 경쟁을 펼치는 과정은 당시 시대상을 풍자하듯 보여준다는 점에서 재미는 있습니다.
남편을 보내고 수절하는 아내에게 열녀문을 주며 독려하는 시대상은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죠. 모란회를 통한 이런 이야기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는 반전을 위한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절대 가치로 여겨지던 이 문화에 반기를 드는 여화의 모습이 후반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어머니인 금옥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도 궁금합니다.
열녀문을 받기 위해 살아오는 것 같은 백씨 부인 역시 여화의 반기에 어떤 반응으로 대응할지도 기대되죠. 마지막까지 열녀문을 받은 대단한 존재라는 착각 속에 살아갈지, 아니면 이 가식적인 삶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찾는 길을 택할지도 궁금해집니다.
구휼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잃은 할머니가 눈에 밟힌 여화는 따로 챙긴 주먹밥을 들고 찾기 시작합니다. 다 쓰러져가는 작은 집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힘겨워하는 할머니를 발견했지만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너지는 집을 보자마자 여화는 뛰어들어가 할머니를 안았습니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화의 행동은 그의 본능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죽었다 생각하는 순간 그를 구한 것은 수호였습니다. 모란회 구휼활동을 돕기 위해 현장에 왔던 수호는 이 모습을 보고 함께 뛰어들어 무너지는 기둥을 어깨로 받쳤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을 구하고 홀연히 떠나는 수호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너무 당연했습니다. 이 상황에 시어머니는 혼을 냈고, 이 자리를 만든 호조판서 염흥집의 처인 난경은 찬사를 보냈습니다. 좌의정 부인과 이판 부인이 알력싸움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난경은 여화의 행동이 대단하다며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수호와 윤학의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수호는 윤학의 친동생이 아니죠. 무슨 일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부모들은 죽임을 당했고, 홀로 산 수호를 입양해 윤학의 집에서 키웠습니다. 불편할 수도 있는 관계지만 윤학은 친동생처럼 아낍니다.
그렇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동생을 챙기는 윤학은 어깨에 부상을 입은 수호에게 약을 발라주며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수호의 과거를 윤학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호는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고 했습니다. 부모님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어린 수호가 기억을 상실하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하지만 수호는 기억을 잃었기보다 부모님 죽음의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화 곁에 있는 연선의 과거도 드러났습니다. 스무살 시절 이런 짓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여화는 야반도주하다 위험에 처한 어린 연선을 구하며 다시 돌아와 현재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어린 연선을 데리고 도망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연선에게 글을 가르치며, "글을 배워야 네가 보는 세상이 넓어진다"는 말은 정말 연선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필사로 집 두 채는 사고도 남을 정도로 벌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종도 아님에도 여화 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은 그의 처리를 연선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도무지 손녀를 잃은 할머니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화는 그렇게 밤에 쌀을 어깨에 짊어지고 찾아 나섭니다. 할머니를 찾으러 나섰다 손녀를 납치하려는 강필직 조직의 만식 무리와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한차례 혼쭐났던 만식은 복수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만식 정도가 여화를 이길 수준은 아니었죠. 때마침 손녀를 찾아 헤매던 할머니가 등장했고, 이를 빌미삼아 협박하는 만식에게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 제안합니다. 필직이 원하는 것은 자신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도박판을 엉망으로 만든 것만으로도 필직은 검은 복면을 한 자를 잡고 싶었습니다.
손녀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포로를 자처한 순간 누군가 나타나 돌멩이로 만식을 정리해버렸습니다. 허술하기만 한 복면을 쓴 이 남자 어디선가 본 듯합니다. 누더기로 얼굴을 가렸지만 그가 수호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직업을 앞세워 상황을 정리할 수도 있음에도 수호가 여화와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같은 모습으로 여화에게 다가가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수호가 하고 싶은 일을 여화가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호가 허술하지만 이런 복장을 한 것은 여화에 동화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복면을 쓰고 악당을 쳐부수는 그의 행동이 수호 입장에서는 불법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잡아 처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와 함께 악당을 쳐부수는 일에 동조하며, 부모님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도 찾아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장한 여화의 모습이 등장한 4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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