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향하는 '빅'은 여전히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그 무엇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유와 이민정, 수지 등 쟁쟁한 스타들과 홍자매라는 브랜드가 뭉쳤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드라마에 바로 홍자매 특유의 재미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경준도 알게 된 출생의 비밀, 그들의 운명 체인지는 슬픔을 잉태할까?
한없이 흔들리는 길다란과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던 경준. 그들은 그렇게 경준의 생일 뜨거운 키스를 나눴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성적으로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길다란의 행동을 무조건 탓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윤재의 몸을 한 어린 경준과의 이 위태로운 사랑은 곧 그들의 슬픈 운명을 잔인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반지를 빼느냐 마느냐에 따라 길다란의 마음을 확인하는 확실한 의미로 생각했던 경준은 세영을 통해 다란의 마음을 확인합니다. 자신의 생일 선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동안 반지를 빼고 있던 그녀의 모습에는 윤재가 아닌 경준만 존재하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자신을 변함없이 사랑해준 윤재와 달리 자신은 경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길다란은 윤재와의 관계를 청산하려 합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경준에게 마음을 주기 시작한 길다란의 운명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뒤틀리기만 합니다. 마음을 주는 듯하면서도 쉽게 줄 수 없는 상황에 경준이 걸어 놓은 10시 10분의 마법은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계기로 다가옵니다.
거부하려는 마음과 자연스럽게 경준으로 향하는 마음 사이에서 싸우던 그녀의 선택은 경준이었습니다. 스스로 마법에 빠진 자신의 삶을 행복으로 받아들인 다란에게 경준의 10시 10분은 가장 행복한 마법의 시간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 누군가 행복하면 누군가는 불행에 빠지기도 합니다. 경준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리에게 길다란과 경준의 모습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경준이 길다란을 사랑한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입니다. 그나마 길다란이 제자인 경준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을 했지만 그들의 현실은 달랐습니다. 윤재를 버리고 경준을 선택하는 길다란을 바라보며 마리가 흘리는 눈물은 곧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는 무서운 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우연이지만 필연적으로 경준의 아버지가 윤재의 아버지와 동일 인물임을 알게 된 마리는 안심합니다. 최소한 형제가 다란을 두고 싸움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니 말입니다. 더욱 표면적으로 윤재와 결혼을 한 다란이라는 사실은 마리에게는 더욱 유리한 방향으로 다가옵니다. 윤재와 경준이 형제이고 이런 상황에서 윤재와 결혼한 다란을 경준이 차지하려고 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죽음과 사랑이라는 지독한 선택 앞에 내던져진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당장 병이 재발한 윤재가 경준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그의 부모들은 그저 윤재의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이는 경준의 선택이기 때문에 상황은 복잡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모두 뒤틀려 있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이란 협소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윤재를 살리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다시 한 번 자신이 이런 영혼 체인지를 하게 된 것은 윤재의 생명을 살리기 위함임이라는 사실이 경준을 슬프게 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육체를 빌려서 살아야 했던 경준은 알고 보니 자신과 윤재가 한 몸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합니다.
경준이라는 인물은 태어날 때부터 윤재를 살리고 보호하기 위한, 용도 외에는 존재 가치가 없었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절망에 빠트릴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윤재가 아프지 않았다면 결코 태어나지 않았을 경준. 그런 윤재가 아프게 되자 영혼까지 바꿔 자신을 그의 곁에 가둬버린 이 지독한 운명에 경준이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니 말입니다.
윤재에 대한 사랑이 혼란스럽고 의심스러웠던 다란으로서는 경준의 사랑이 결코 싫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이니 말입니다. 어머니를 잃고 홀로 남겨진 경준에게도 다란은 어쩌면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릅니다. 한없이 착하기만 한 그녀를 지키고 사랑하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윤재는 병이 재발되고 경준이 느꼈던 그 지독한 고통은 바로 경준의 몸으로 돌아가기 위함이 아닌 간절하게 생명을 갈구하는 목소리였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찾아가기 위한 고통의 몸부림이 아닌, 자신의 생명을 살려달라는 지독한 갈구였다는 사실이 경준을 더욱 힘겹게 할 뿐입니다.
윤재를 살리기 위해 경준의 피를 사용하고 이를 통해 윤재가 정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경준과 윤재는 각자의 몸을 찾게 될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목적으로 둘의 영혼이 바뀐 것이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둘의 삶을 위해 동화책을 그렸습니다. 서로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이야기는 바로 그들 형제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동화는 잔인한 동화였습니다.
서로의 생명을 구원해주는 천사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한 여분의 생명이라는 점에서 잔혹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윤재를 살리기 위해 태어난 경준. 그는 함께 물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윤재는 경준을 살려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윤재의 이런 행동은 인식의 근저에 깔려 있는 위험 신호에 대한 반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경준이라는 사실을 그는 본능적으로 느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니 말입니다.
'빅' 역시 홍자매의 전작인 '최고의 사랑'처럼 사랑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이 최고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어때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빅'은 '최고의 사랑2'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홍자매 특유의 감각으로 대중적인 지지를 받았던 전작들과 달리, 변화된 홍자매의 이야기가 낯설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사랑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시가적 재미는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뒤틀린 운명 속에 길다란을 사랑하는 경준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윤재와 경준이 둘다 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경준의 피를 통해 수술을 해야만 하지만 자신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경준의 일탈로 인해 둘 모두 죽음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마리가 꾸었던 슬픈 꿈처럼 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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