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회를 남긴 '추적자'는 손현주에 의해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조작하고 탐욕에 찌들어 오직 자신의 권력에만 미쳐있던 강동윤의 실체를 드러낸 백홍석이 법정에 서서 당당하게 지은 죄를 달게 받겠다는 그의 모습은 그래서 서글플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심신미약을 포기한 백홍석, 자신을 통해 사법부를 비판하다
극적으로 백홍석은 강동윤의 만행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일이 되고 투표 날 압도적인 표 차이로 대통령이 유력했던 강동윤은 한 순간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을 모두 폐기하며 승리를 앞두었던 그들은 방심한 바로 그 순간 자신의 가장 약한 고리를 끊고 들어온 백홍석에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신회장이 이야기를 하듯 거대한 황소가 모기 한 마리에 의해 쓰러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백홍석과 마주한 강동윤의 대화는 모두 녹화되었고 그 진실은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60%가 넘는 지지율로 차기 대통령이 유력했던 강동윤은 낮은 지지율 속 자신에게 쏟아진 높은 지지율에 행복해했지만,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오직 권력을 향한 욕망만 꿈틀대던 강동윤은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려다 가장 낮은 존재라 생각했던 이에게 몰락하게 되었습니다.
신혜라 보좌관이 저질렀던 죄까지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든 강동윤은 신회장을 찾습니다. 그리고 김포 공항에 준비된 비행기를 타고 도피하라는 신회장의 발언에 강동윤은 거절을 합니다. 한우그룹과 자신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는 서회장의 의도를 알고 있는 그에게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자신을 희생양 삼아 자신만을 살기 위한 행동임을 강동윤은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해외도피 범으로 파렴치한 존재로 전락하기보다는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강동윤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백홍석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의 본심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마지막 순간까지도 법의 심판을 당당하게 받겠다는 그 의지만은 동일하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주장하는 법의 심판이 정당하지는 않습니다. 당당한 것과 정당한 것은 다를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자신의 부인을 지키기 위해 신혜라에게 PK준과 동석했다고 마지막까지 사건을 은폐 조작하는 모습은 강동윤다웠습니다.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동안"이라는 말로 서회장의 두려움을 떨쳐내는 그는 이미 서회장을 압도한 상황이었습니다. 강동윤의 웃음 속에 과연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쉽게 알 수가 없습니다. 죄를 피해 도피하기보다 당당하게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이롭다는 생각의 근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권력에 대한 탐욕이 컸다는 점에서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것은 서회장 말처럼 의외이니 말입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건물주인 장애인에게 항상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며 '가난'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장애라는 생각을 했다는 말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를 했고 최고의 대학에 들어와 한우그룹의 딸을 만나게 된 그의 과거 곳곳에 그는 오직 영원한 권력에 대한 탐욕만이 존재해왔기 때문입니다.
법의 심판을 받는 그가 마지막 순간까지도 아내만은 지켜내려 하는 것은, 정치권력은 놓쳐도 경제 권력만은 차지하고 싶은 또 다른 욕망이 꿈틀거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아내의 마음을 빼앗는 행위로 그는 최소한 이혼할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아서 한우그룹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대신 자신을 따르던 이들이 그룹에 취직하게 되며 자신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조직 안에 녹아들어가게 되었다는 점은 그가 무엇을 꿈꾸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니 말입니다.
국민들은 나쁜 놈에 대한 심판을 했습니다. 90%가 넘는 투표율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던 강동윤을 끌어내린 국민들은, 최소한 좋은 사람을 뽑기는 힘들어도 나쁜 사람을 끌어내릴 수는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었습니다. 투표는 덜 나쁜 사람을 뽑는 행위라는 말처럼 더 나쁜 사람이 당선이 되지 않도록 하는 국민들의 중요한 선택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말로 포장하고 이해시키려는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은 그저 자신의 욕심을 채워주는 단순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세상에서 국민들의 선택이 무엇을 지향해야하는 지는 '추적자'에서도 잘 보여주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강동윤은 패하고 검찰에 강제 수감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반장님을 통해 경찰에 스스로 잡혀온 백홍석은 법정에서 자신의 뜻을 밝힙니다. 최정우 검사가 검사직을 그만두고 백홍석을 위해 변호사가 되어 그를 최소한의 처벌만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지만, 백홍석은 그 모든 것을 거부했습니다.
백홍석이 자신의 안위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따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약에 원조교제로 덧씌워진 자신의 딸의 명예를 되찾아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부정은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딸의 무죄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자신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법정에 총을 쏜 것이 아니라, 정신이 가장 맑은 상태에서 그런 범죄를 저질렀다고 이야기합니다.
심신미약 상태에서 총을 쐈다면 자신이 이상한 것이지 법이 이상한 것은 아닌 게 되는 것이라 말하는 백홍석의 발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법이 법으로서 자리하지 않고 권력을 가진 자들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세상에 백홍석은 따끔한 충고를 해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제발 법대로 처벌해달라는 그는 법이 제대로 법처럼 기능하지 않으면, 자신의 딸이 받은 억울함이 해결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강동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후일을 교묘하게 도모하는 것과 달리, 백홍석은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아낌없는 반성을 합니다. 그리고 그는 강동윤과는 다른 욕심을 냈습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혹은 부가 아니라, 아이의 무죄를 증명해줄 수 있는 재심이었습니다.
만약 법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한다면 아무런 잘못도 없는 자신의 딸이 원조교제를 하고, 마약을 하는 못된 딸이 아님을 법의 이름으로 찾아주고 싶어 했습니다.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듯 백홍석은 자신을 버려 딸의 무죄를 증명하려는 간절함만이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모습이 강동윤과 백홍석이 결정적으로 다른 차이였습니다.
마지막 한 회를 남긴 '추적자'가 과연 마지막까지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를 할지 궁금해집니다. 한오그룹에 대한 수사나 마지막까지 신혜라를 내세워 사건을 은폐하려는 시도가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말입니다. 사회적 이슈 속에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마음껏 쏟아낸 '추적자'는 우리에게는 힐링이자, 멘토와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법 앞의 평등, 법과 정의가 과연 우리 사회에 살아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진중하고 심각한 고민들이 공유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추적자'는 명품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손현주의 눈에 가득 고인 눈물이 과연 딸의 무죄를 증명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더 이상 요구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해준 '추적자'의 배우들과 가장 신랄한 비판과 사회 풍자를 담아낸 작가의 노고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듯합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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