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뿅 지구오락실 3화-영석이 형마저 떨게 한 막내 유진의 예능감이 반갑다

대한민국 예능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 나영석 피디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그를 능가하는 예능 피디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압도적입니다. 그런 그를 흔드는 출연진들이 등장했다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이라는 네 명의 여성들과 나영석 사단의 만남이 과연 어떤 궁합을 보여줄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첫 방송만으로도 그들의 조합은 최강이었습니다. 스무 살부터 서른두 살까지 그동안 나영석 사단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어린 나이대 출연진들은 그 몫을 해주고 있습니다.

나 사단에게도 '뿅뿅 지구오락실(이하 지락실)'은 중요한 시도입니다. 그동안 해왔던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연 여성 예능이 가능성이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그 선택이 옳았습니다.

 

평균 나이 40, 50대인 현재의 예능에 20대 평균 나이의 여성 출연자들이 활약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일입니다. 이 시도가 성공하면서 이제 다양한 예능에서 많은 시도들이 있을 수 있어 보입니다. 천편일률적인 출연진이 아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막힌 물꼬를 뚫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지락실'은 새로운 예능이 아닙니다. 그동안 나영석 사단이 해왔던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연진만 달라졌지만, 그것만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그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조합으로 출연진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을 모두가 확인하고 있으니 말이죠.

 

음식과 게임을 연결해 먹거나 못먹거나를 가려내는 고전적인 나 사단의 게임이 이번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식사만이 아니라 누릴 수 있는 자유까지도 게임과 연결하고 거래함에도 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새로워질 수 있음을 이들은 보여줬습니다.

 

'레트로 음악 퀴즈'는 너무 단순한 고전 게임입니다. 음악을 틀어주고 가수와 제목을 맞추면 끝나는 게임이죠. 이전에도 많이 나왔고, 그렇게 게임이 진행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처럼 풍성하고 재미있게 만들어낸 이들은 없었죠.

 

제작진들이 기준을 잡고 요구하는 방식대로만 하던 것과 달리, 이들은 가수와 제목을 맞추고 끝내지 않고 카메라 앞에서 직접 노래와 춤을 추며 스스로 흥겨워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재미였습니다. 시작부터 그러자 나영석 피디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말리려는 장면은 이 모든 것이 출연진들의 자발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힘이 느껴집니다.

단순한 게임을 가장 풍성하고 왁자지껄한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것만으로도 이들 조합이 최고죠. 그 작은 공간을 공연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들의 게임은 두 시간이 넘게 이어졌고, 게임 자체에 매료되어 노래와 춤으로 모든 끼를 발산하는 그들은 진짜였습니다. 왜 이제야 예능에서 만나볼 수 있었는지 아쉽게 다가올 정도로 말이죠.

 

음식을 내건 게임에서 유진은 "아.. 배부른데"라는 말로 모두를 기겁하게 했습니다. 더는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전에는 이런 경험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이후 기만과 조롱이라는 말로 상대를 도발하는 막내의 행동은 제대로 된 예능케의 발견처럼 반가웠습니다.

 

나영석 사단의 여행 예능의 핵심은 '낙오'죠. 이런 낙오를 기대했음에도 나이가 들어 이제는 그것 못한다는 왕작가의 말에 아쉬워하던 이들은 실제 낙오와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원하던 마사지를 받고 나오자 사라진 제작진들은 그들이 패닉에 빠져 힘겨워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을 듯합니다.

 

하지만 막내는 '낙오'라는 단어에 화색이 돌며 흥겨워하는 모습은 제작진들의 구상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능숙하게 문제를 풀고 어플을 통해 최적의 길을 찾아 이동하는 이들에게 거칠 것은 없었습니다. 망설임도 당황하는 것 없이, 오히려 이런 낙오 상황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 나영석 피디의 좌절은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기존 예능에서 보지 않았던 신박함으로 제작진들을 오히려 궁지에 모는 출연진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재미였으니 말입니다. 고전인 '톰과 제리'처럼 제작진과 출연진들이 모든 상황들을 두고 서로 쫓고 쫒기듯 벌어지는 상황들이 '지락실'의 실질적인 재미였습니다.

궁지에 몰리기만 했던 제작진들이 회심의 일격을 가한 것은 다시 고전 '딸기 게임'이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이 게임에 액션을 가미하면 전혀 다른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줬습니다. 단순한 게임에 다음날 원하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제작진의 제안은 부담까지 부여하며 상황을 압박해냈습니다.

 

단순함에 작은 변화만 주면 그 어떤 어려운 게임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은 흥미롭죠. 이번 '지락실'에서 이런 인지능력을 가지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임을 진행하는 제작진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제작진들 역시 무한 진화 중이라는 사실을 '지락실'을 통해 보여줬으니 말입니다.

 

나영석 사단은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제작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재미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영리합니다.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고, 세대 변화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에 맞춘 '지락실'은 나영석 사단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현역 걸그룹 멤버이자 스무살 막내는 유진의 발견은 그 자체로 행복입니다. 당당하고 끼 많은 유진이라는 캐릭터는 그동안 예능에서 보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보석을 발견한 느낌입니다. 여기에 미미 역시 걸그룹 멤버이지만 그동안 도드라져 보이지 않았는데, 왜 다른 멤버들보다 뒤늦게 예능에 나왔는지 아쉬울 정도입니다.

괄괄이 캐릭터로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준 이영지의 묘한 매력 역시 반가웠습니다. 맏언니지만 개그우먼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십 분 발휘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한 이은지 역시 '지락실'이 발견한 보석들입니다. 

 

남들이 외면했던 선택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시작한 나영석 사단은 최고의 예능 팀임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매력을 확실하게 발산한 멤버들까지 모두 "영식이 형"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