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에도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렇고 그런 오디션들이 쏟아지고 사라지는 상황에서 KBS2에서 방송되고 있는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는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이 과거의 한국 가요를 부르며 평가를 받는 설정 자체가 주는 신선함은 덤이다.
가수의 꿈을 간진하고 유지하고 싶은 이들이 과거 한국 가요를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는 방식은 흥미롭다. 과거 한국 가요의 뛰어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이런 기획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저 K팝만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과거 가요 전성기가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팝 음악만 듣고 자라며 새로운 음악들을 만들어가던 시절 가요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음악들이 쏟아졌었다.
정치권력과 싸우기도 하고, 구태한 문화와도 맞서면서 성장해왔다. 미국 팝만이 아니라 유럽과 다양한 국가의 전통 음악까지 차용하고 재해석해서 새롭게 만들어낸 가요는 위대했다. 그리고 그런 위대한 가요들을 K팝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새롭게 해석해 부른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복고 열풍의 끝자락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에게는 잊혀서는 안 되는 소중한 우리의 노래들이 정말 많았다는 사실이다. 7080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배철수로서는 새로운 감정이 들기도 했었을 듯하다.
4년 동안 진행되었던 <콘서트 7080>를 진행했던 배철수는 이를 계기로 이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했다. 실제 7080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과, 지금 세대 가수(혹은 지망생)들이 당시의 노래를 재해석해서 부르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매력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배철수, 이승철, 김현철, 정재형, 거미, 솔라, 강승윤 등 다양한 세대의 가수들이 심사위원을 맡았다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취지에 맞는 심사위원 선정이기 때문이다. 1라운드에서는 전설적인 가수들 앞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전설들의 선택을 받은 이들만 2라운드에 진출하는 과정을 담았다.
출연진들은 자신들이 누구를 만나는지도 모른 채 전설과 마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평가받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롭고 매력적인 재미를 줬다. 자신이 준비한 곡을 부른 전설들과 만나기도 한 이들로서는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도 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수를 하고자 하는 이들과 가수로 활동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이들 중 노래를 잘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성공을 하지 못하거나, 기회를 잡지 못한 이들에게 이런 오디션은 분명 새로운 기회일 수밖에 없다.
저평가받았던 7080, 그리고 나아가 90년대 한국 가요를 새롭게 재해석해서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그 자체가 주는 재미가 크다. 과거의 가수들이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세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숨겨진 명곡들을 찾아내 자신만의 색깔로 불러내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다.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즐겨 들었던 가요를 자식 세대들이 재해석해 부른다는 것은 이들이 노래로 공통점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감대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지 않고 음악으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한상원 밴드의 유다은이 부른 정경화의 1999년 발표한 '지상에서 영원으로'는 경이롭게 다가왔다. 음악은 개개인의 취향이다. 대중적인 취향으로 만인이 좋아하는 곡들도 존재하겠지만, 각자 좋아하는 음악 장르와 취향들은 제각각이다.
유다은과 같은 가수가 왜 음악을 그만두려는 생각까지 해야 하는지 아쉬움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정경화가 아닌 유다은의 '지상에서 영원으로'는 풍성한 연주와 함께 락보컬로 거침없이 내지르는 보이스는 새로운 가치로 다가왔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되었다는 로커 류정운이 부른 1997년 자우림이 부른 '마론인형'을 부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완성형이었다. 독특한 보이스 컬러에 중학생 시절부터 밴드 음악을 했던 류정운의 이 노래는 같은 출연자가 '접신'했다는 말을 할 정도로 대단했다.
김윤아와 유사한 듯하면서도 다른 류정운의 음악은 대단함으로 다가왔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로커가 부른 전설적인 곡의 재해석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1994년 심수봉이 부른 '비나리'를 재해석해 부른 이민재 역시 압권이었다.
가수로서 삶을 살아가고 싶지만, 무명가수에게 노래는 밥벌이가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무대에 서는 이유는 자신의 노래를 좋아해 주는 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민재가 부르는 '비나리'는 심수봉과는 다른 느낌으로 모두를 감동시켰다.
공교롭게도 2회 등장한 가수들에 대한 언급만 있었지만,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 새가수들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함을 선사하고 있다. 4회에서는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보이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합을 이뤄 협력해서 노래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스트레스이지만,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재미있었다. 과거 참 좋은 음악들이 많았음을 깨닫게 해 준다는 점에서도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는 큰 의미와 가치다.
잊힌 혹은 그저 과거의 음악으로 치부되었던 수많은 보석 같은 가요들은 새로운 세대의 청춘들로 인해 재탄생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플레이리스트에 이들의 곡들을 추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를 완벽하게 연결해주는 음악의 힘은 그래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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