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하지만 그 근원이 무엇인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유기한 자를 그대로 되갚아준 수현은 법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다시 세상에 복구한 그의 곁에는 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를 따뜻하게 받아줬습니다.
어머니는 당연했고, 사랑해서 이혼했던 남편은 다시 함께 하자고 합니다. 매니저이지만 친동생이나 다름없던 유리는 성공했지만, 심성은 여전합니다. 그런 그의 행복 앞에 한 장의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남편이 알 수 없는 여인과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찍은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모든 평온을 파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을 잃고 가장 믿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랑하는 남편이 바람을 폈습니다. 남편은 그저 누군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의 순간적인 충동이었다고 사과합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잊고 살려고 다짐하는 순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습니다.
사진을 찍어 자신에게 보낸 자가 어머니에게도 동일한 사진을 보냈기 때문이죠. 충격을 받은 어머니를 본 수현은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남편을 만나러 간 수현은 그가 한 호텔로 향하는 것을 보고 쫓아갔죠. 그리고 그를 기다린 이는 앞집 여자 혜금이었습니다.
남들이 교도소에 갔다 온 자신을 멀리하는 것과 달리, 혜금은 아무렇지 않게 대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훈훈한 추억까지 되살리며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자신의 남편을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내 지금 뭘 하는지 알린 수현은 그렇게 혜금의 집을 찾아 차가운 분노를 보냈습니다.
수호와 불륜 사실을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 혜금과 변명을 하는 남편 수호. 이들은 정말 불륜 관계일까요? 그렇다면 수호는 김 의원이 보여준 동영상 속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들이 밖으로 나가 사고가 나던 날 수호는 분명 수현과 함께 집안에 있었습니다.
혜금의 차량 블랙박스에는 무엇이 찍혀 있던 것일까요? 물론 차량 안에서 은밀한 대화를 하는 수호와 혜금 영상이 있었고, 이를 빌미로 협박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리는 수호가 바람을 피웠다는 말과 그 상대를 하찮게 생각한다는 말에 영혼까지 털린 표정을 지어야 했을까요?
그저 친형부 같은 남자의 바람에 충격을 받았던 것일까요? 수현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수호를 찾아가 이럴거면 왜 다시 돌아왔냐고 따지는 모습에서도 기묘함은 유지되었습니다. 이들이 나눈 대화를 단순하게 보면 정말 친언니라 생각하는 유리가 수현의 눈물에 분노해 형부인 수호에게 따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유리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수현이 남편 불륜을 언급한 순간 보인 표정과 수호에게 다그치듯 이야기하는 과정의 유리 모습은 그저 친언니처럼 생각한 이를 위함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수호가 보인 행동도 일상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숨겨진 무언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두 사람을 지켜보는 혜금의 모습 역시 기묘하죠. 불륜녀가 자신과 불륜을 저지른 남자가 다른 여자와 심각한 이야기하는 장면은 관찰자로 바라보는 것은 이상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통상적인 관계성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수호의 불륜이 앞집 여자라면 너무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 전개와 결말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캐릭터의 생동감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수호는 김 의원을 추락시키려 하는데, 자신의 약점을 쥔 자를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그건 더 의아합니다.
그저 큰 죄를 진 김 의원을 몰락시키는 것이 기자정신이라고 생각한다는 캐릭터인지도 의아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런 괴리감 없이 이야기가 흘러갈 수는 있습니다. 단절된 이야기라고 해도 그건 드라마처럼 묘사될 수 없는 소수 기억의 범주에 속해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이런 전개는 무의미합니다. 연속성이 존재해야 하고, 이를 통해 관계성이 부여됩니다. 그렇게 이런 종류의 장르극에서는 절대악의 숨겨진 비밀을 들춰내며 복수하는 것이 기본 형식입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어떤 변수들을 만들어 재미를 배가시키느냐인데, 수호의 불륜이 단순히 앞집 여자와 관계로 그친다면 버리는 패가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통해 수현이 심리적 궁지로 내몰리고, 자연스럽게 선율과 더욱 가까워지는 이유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관계를 키워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수호 불륜이 밋밋하게 정리되는 듯한 뉘앙스는 아쉽습니다.
물론 유리의 행동을 생각해보면 수호와 혜금이 뭔가를 모의하고 있는 와중에 불륜 사실을 품고 갈 수도 있을 겁니다. 김 의원을 몰락시키기 위해서는 수호와 혜금이 함께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혜금이 어떤 인물인지 여전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율은 수현을 위해 사진을 찍어 보낸 인물을 추적해 갑니다. 그리고 그 인물과 마주하게 되죠. 최민혁이란 인물은 어느 순간 완전히 망가진 도박꾼으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그의 인생은 오직 복수하는 것 외에는 없었고, 자신의 가정을 파괴한 수현의 가족 역시 파멸하기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어 보입니다.
수현 남편의 불륜 사진을 찍고 그렇게 보낸 이유는 단 하나이기 때문이죠.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저 불륜 사실을 알린 것이 전부라는 것은 이런 이유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수현이 받은 사진과 동일한 사진이 어머니에게 전달되었는데, 그 사진 뒤에는 좌표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는 분명한 메시지 전달입니다. 왜 수현이 아닌 그의 어머니에게 그런 좌표를 보낸 것일까요? 이미 어머니는 사진을 찍어 쓰레기통에 버린 상태였고, 이를 우연하게 본 수현이 뒷면에 적힌 좌표를 찾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수현이 아닌 그의 어머니에게 그런 좌표를 보낸 이유 역시 기이합니다. 이 내용을 알리고 싶었다면 수현에게 보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니 말이죠. 사진 뒤의 좌표가 뭔지도 모를 어머니에게 이를 보낸 것 자체가 황당하기 때문입니다.
그 좌표는 새로운 미스터리를 던졌습니다. 그 좌표는 한 사건 기사였습니다. 2017년 무단횡단하던 사람이 치인 사건인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기사를 쓴 기자를 어렵게 찾아 만난 수현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김은민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냐고 오히려 되묻던 기자는 그 여성이 바로 은수현 씨가 죽은 사람의 부인이라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수현이 악의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일로 인해 실성한 아내가 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여성이 여전히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도 의아합니다. 더 기묘한 것은 이런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도 수현은 마치 남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죠. 표정 연기가 내포하는 것이 클 수밖에 없음에도 유리의 표정도, 수현의 표정도 무엇을 의미하고 지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게 다가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수현의 표정이 실제 바른 연기라면, 그는 기억을 잃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는 알고 있는 진실을 왜 정작 누군가를 죽였다는 수현은 알지 못하는 것일까요? 만약 수현이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다면 그건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자신에 의해 누군가 다친 것만으로도 심적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하물며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기자는 뭔가를 알고 있는 모습인데, 이 드라마의 흐름을 보면 수현 아들을 죽인 권지웅과 유사한 사건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사망자가 나왔고, 수현은 아무런 혐의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수현이 자신의 아들이 사망하자, 사고를 낸 운전자를 살해한 것이 옳은 것이냐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 권지웅의 아들 민혁일 수 있습니다.
더 의아한 것은 김은민이란 여성을 간호하는 이가 선율이라는 점도 이상합니다. 그는 장기수 장형자가 남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지른 화재로 가족을 잃고 유일하게 생존한 인물이 바로 선율입니다. 그런 선율에게 형자가 적은 사죄가 가득 담긴 일기장을 전달한 것인데, 김은민이란 인물과는 어떤 관계일까요?
물론 선율의 친구인 수진과 용구 어머니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선율이 여전히 의식불명인 김은민을 간호할 수는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복수는 또 다른 복수의 이유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야기는 미묘한 상황들을 만들며 몰입하게 만들기보다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지 의아하게 만들기만 합니다. 수현은 기억을 상실한 것인지, 아니면 사이코패스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표정들은 다른 등장인물들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더풀 월드'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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