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는 왕명까지 어기며 위화도에서 회군을 결정한다. 함께 전장에 참여한 조민수 장군까지 회군에 합류하며 최영과 우왕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원하지 않은 원정 전쟁의 끝은 결국 부패한 권력의 붕괴로 이어지는 이유가 된다. 부패한 권력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역사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고려 말 부패한 권력을 이야기하다;
위화도 회군의 역사적 의미와 틈새를 채워낸 드라마가 만드는 재미
폭우가 쏟아지는 위화도에서 도강은 불가능하다. 거센 물살에 수백 명의 군사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도 오직 진군만을 요구하는 우왕에 맞서 이성계와 조민수 모두 회군을 요청했다. 하지만 우왕과 최영이 준비한 '요동 정벌'은 멈출 수가 없었다.
권력의 향배를 두고 벌이는 전쟁에서 밀리면 곧 죽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회군은 존재할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요동 정벌'을 해야만 하는 그들만의 당위성을 가진 우왕과 최영에게는 5만 대군이 모두 죽는 한이 있어도 회군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백성들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벌이는 원정 전쟁치고는 명분이 약하다. 이런 약한 명분은 당연하게도 분열을 재촉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백성들이라도 그 명분이 사라지면 왜 전쟁을 해야만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물며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전쟁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약한 명분은 이탈로 이어지는 이유가 된다.
고려 도당 3인방이 무너지고 그 자리에 이성계가 차지하며 최영의 입지 역시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인겸을 앞세워 고려의 실질적인 힘으로 자리했던 최영으로서는 그 위상이 흔들리게 된 셈이다. 우왕 역시 도탄에 빠진 백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비호할 존재들이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이인겸은 우왕에게는 가장 믿을만한 신하였고 도당 3인방은 자신을 호사스럽게 만드는 핵심적인 인물들이었다.
이성계와 정도전에 의해 모든 것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성계의 힘을 약화시킬 묘수가 필요했다. 마침 원과 명의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명을 치겠다는 최영의 대안은 이성계를 완벽하게 무너트리는 묘수였다. 장군으로서 왕명을 거절할 수 없다는 사실과 '요동 정벌'은 고려인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 원대한 꿈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문제는 그 시점이다. 추수를 마치지도 않은 시점에 우기에 접어든다는 것도 문제였다. 여기에 여전히 왜적들이 호시탐탐 고려를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쳐들어 온 적을 막는 것도 아니고 요동까지 원정을 가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최영의 계획과 달리 폭우는 발목을 잡고 이런 상황에서 장군들은 회군을 요청해 온다. 이 상황에서 최영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왕명을 앞세워 진격을 요구하고 이성계의 가족들을 포로로 잡아 압박하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하지만 왕명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더욱 이성계에게는 정도전이 있고 그의 주변에는 부패한 권력에 신물이 난 수많은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왕명을 앞세워 5만의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이성계는 회군을 결정하고 함께 전장에 나선 조민수에게도 회군을 권한다. 왕명을 거절한다는 것은 반역이라는 점에서 쉽게 동의하지 못했던 조민수이지만 그 역시 판을 읽는 눈은 뛰어나다.
고려 전체를 움직일 수 있는 5만 대군이 존재하고 최고의 장수인 이성계가 함께 하는 상황에서 두려울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조민수가 내건 조건은 우왕을 폐위 시키자는 것이었다. 이성계의 입장에서도 존재감이 없는 왕을 바꾸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이성계의 가족이었다. 자신의 가족을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장수가 회군을 결정한 것은 가족들을 버리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들을 알고 움직이는 이들로 인해 이성계의 발걸음은 가벼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성계가 회군을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영은 왕과 함께 다시 개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붙잡아 둔 이성계의 가족들을 효수하겠다는 결정까지 내렸다. 이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육룡의 움직임은 재빨랐고 그들의 역할로 인해 우왕과 최영은 더욱 초라한 최후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인겸이 지내던 도화전에 갇힌 이성계 가족. 정도전은 그곳으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다만 전쟁에 나가 있는 남은을 통해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현실 속에서 그 길을 알고 있는 화사단의 초영을 통하는 길 밖에는 없었다.
초영을 찾은 이방원은 당차게 그를 공략했다. 지개를 사고파는 초영에게 협상은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그만큼 누구와도 뒤지지 않는 협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런 노련한 초영마저 벌벌 떨게 만드는 이방원의 모습은 이후 그가 어떻게 변모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복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도화전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이성계 가족들을 위해 비밀 통로를 알아낸 것은 분이였다. 막힌 공간에서 촛불의 방향이 변하는 것을 확인한 분이는 그곳에 특별한 공간이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은 비밀 통로를 확인했고 도주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궁에서 어명은 떨어졌다.
이성계 가족들을 모두 끌고 와 효수를 하라는 어명과 비밀 통로를 통해 도주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이는 분이였다. 시간을 끌어 그들을 살리려는 분이와 뒤늦게 그녀가 남았다는 사실을 안 이방지와 이방원은 다시 도화전으로 향한다. 그렇게 동생 분이를 살리기 위한 삼한제일검 이방지의 검은 불을 뿜었고 그곳에 남겨진 병사들이 이방지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포로로 잡혀 있던 이성계 가족까지 풀려난 상황에서 이제 거칠 것은 없다. 개경으로 들어가 최영과 우왕을 잡기만 하면 이 전쟁은 끝난다. 이는 곧 고려의 모든 권력은 조민수가 예측했듯 이성계와 자신의 힘겨루기만이 남겨지는 상황이 된다는 뜻이다.
모인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 사람들은 물이 썩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언제나 물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 역시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가지고 시작해도 그 정점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썩는다. 고려는 고구려의 기상을 물려받아 탄생한 국가다. 그리고 그들의 의지는 분명 뚜렷한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권력이 만들어지며 부패하기 시작했다.
어느 시대나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부패한 권력은 다른 권력에 의해 제거되는 것 역시 순리다. 모든 권력은 영원하기를 꿈꾸기는 그 어떤 권력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서슬 퍼런 독재자도 시간이 흐르면 사라지게 된다. 그 역사의 흐름을 그 어떤 권력도 막을 수도 뒤집을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부패한 권력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사극은 곧 현재를 반추하는 거울이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극은 그 생명력을 이어간다. <육룡이 나르샤> 역시 그런 사극이다. 비록 명확한 역사적 사실만으로 만들어진 정통이 아닌 실존하지 않은 인물들까지 가세한 퓨전 사극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패한 권력자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그 부패한 자들은 결국 거대한 흐름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그런 점에서 현재와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있는 과거는 참 많이 닮았다. 그런 점에서 <육룡이 나르샤>가 만들어진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꿈꾸는 우리에게 그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부패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지.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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