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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K-대중문화의 정점을 찍다

by 자이미 202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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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예상치가 높았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질 정도다. 미국 영화이지만 한국 이민 가족사를 다뤘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미국 영화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외국영화로 작품상을 받은 최초의 영화가 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봉준호 감독은 <미나리>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를 통해 무려 38개의 상을 받았다.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아카데미 시상식 레이스라는 것이 존재한다. 미국 전역에서 치러지는 다양한 영화제와 영국 아카데미까지 이어지는 시상식들의 정점은 아카데미 시상식이다.

 

아카데미 레이스를 어떻게 치르느냐는 그래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이미 윤여정은 여우조연상을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만큼 윤여정에 대한 평가는 이미 미국에서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도 개최 전 이미 확정되었다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 선생님 드디어 만나 뵙게 돼 너무 감사하다. 저희가 영화 찍을 때 어디 계셨었죠? 정말 만나 뵙게 돼 영광이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다. 제 이름은 윤여정이다. 유럽 분들은 많은 분들이 제 이름을 여여라고 하거나 그냥 정이라고 부르시는데 여러분 모두 용서해드리겠다"

 

"보통 제가 아시아권에 살며 서양 TV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그래서 TV를 봤는데, 오늘 이 자리에 직접 오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제가 조금 정신을 가다듬겠다. 감사하다. 정말 아카데미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저에게 표를 던져주신 모든 분들에게 너무 감사드린다. 그리고 '미나리'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

 

"우리 모두 영화를 찍으며 함께 가족이 됐다. 무엇보다 정이삭 감독님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조차 없었을 것이다. 감사하다. 감독님은 우리의 선장이자 저의 감독님이다. 그래서 너무 감사드린다. 그리고 감사드릴 분이 너무 많다"

 

"제가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는다. 제가 어떻게 글랜 클로즈와 같은 대배우와 경쟁을 하겠나. 글랜 클로즈의 훌륭한 연기를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다섯 분의 후보들이 있지만 우리는 다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운이 좀 더 좋아서 서있는 거 같다"

 

"또 미국 분들이 한국 배우들에게 굉장히, 특히 환대를 해주시는 거 같다. 저희 두 아들에게도 감사하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을 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잔소리 덕분에 엄마가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게 됐다"

 

"김기영 감독님에게도 감사하다. 저의 첫 감독님이고, 저의 첫 영화를 함께 만들었는데 살아계시다면 저의 수상을 함께 기뻐해 주셨을 것이다"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다른 누구도 아닌 영화 제작사 대표인 브래드 피트가 호명하는 상황도 흥미로웠다. 지난해 조연상을 받은 브래드 피트가 자신이 제작한 영화의 배우에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 피트에게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인 윤여정은 그래서 매력적이었다.

 

영화 현장에서는 못봤는데 드디어 보게 되었다는 말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낸 윤여정은 능숙하게 소감을 이어갔다. 유려한 영어로 영화를 함께 한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고, 같이 후배에 오른 배우들에게도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오늘 자신이 좀 더 운이 좋았다는 표현으로 감사를 표했다.

 

두 아들이 일을 하라 떠밀어 결국 이렇게 상을 받게 되었다는 표현으로 모두를 웃게 만든 윤여정은 여유와 위트가 넘쳤다. 그리고 자신을 영화에 데뷔시켜주었던 김기영 감독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윤여정의 모습에서 특별함이 느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해 보였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두 번째 기록이다. 당연히 한국 영화계로서는 최초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자다. 70이 훌쩍 넘은 배우가 이렇게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는 것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꾸준히 열심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도 이렇게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중문화가 완전히 정점에 선 느낌을 준다. '한류'라는 단어는 그저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유행 정도의 의미였다. 일본과 홍콩 등의 문화가 아시아 대중문화를 휩쓸었던 것처럼 한국의 대중문화 역시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본이 운좋게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로 서구에 소개되고 인정받았지만, 일본의 대중문화가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들이 많다. 그렇게 아시아 문화는 그저 아시아에 국한된 문화일 뿐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 모든 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한 것은 한국의 대중문화다. 길게 갈 수 없을 것이라는 단언과 달리, 한국의 대중문화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아이돌로 대변되던 인기는 더 많은 분야로 확장 중이다. 

 

K-푸드에 대한 인기는 팬데믹 시대를 경험하며 더욱 치솟고 있고, 망가라고 표현되기까지 했던 만화는 이제 '웹툰'이라는 한국의 만화로 시장이 재편되었다. 디지털 시대에 완벽하게 적용된 '웹툰'은 페이퍼 만화를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만화만이 아니라 웹소설 역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확장은 무한대로 여겨질 정도다. 이 정도면 한국의 모든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대단할 수밖에 없다. 빌보드에 한국 가수가 핫100 1위에 오를 것이라 기대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는 세계인을 사로잡는 트렌드가 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위기의 징조가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슬기롭게 잘 해쳐나갈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꿔나갈지 궁금하기도 하다. 과연 이게 단순한 바람일지 새로운 가치로 지배하게 될지 그건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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