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의 새로운 걸그룹인 '트와이스'에 대한 논란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대만 출신의 16살 소녀 쯔위가 <마이리틀텔레비전>에 나와 대만국기를 흔든 장면이 논란이 되며 중국에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화들짝 놀란 JYP는 급하게 쯔위의 사과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수장인 박진영까지 나서 진화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구촌의 영원한 지형도 자본;
쯔위 사태로 다시 확인하게 되는 중국 자본의 지배력, 거대 자본의 시대 기준은 하나다
쯔위 사태는 당혹스럽다. 대만사람인 쯔위가 대만국기를 흔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만을 흡수 통일하려는 중국에게는 이런 행위는 분노를 이끄는 일로 다가온다. 가장 든든한 우방 중 하나였던 한국과 대만은 이제는 적이나 다름없는 관계가 되었다.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절을 했던 대한민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분노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한류가 대만에도 강하게 불고 있지만 그들이 느끼는 저항감은 우리가 일본에 가지는 것과 유사할 정도다. 중국과 대만은 적대적 관계였지만 최근 두 국가는 하나의 국가를 외치며 양안 관계가 순풍이 부는 듯한 모습이었다. 독립을 반대하는 중국과 독립을 원하는 대만 사이의 대립은 총통 선거에서 독립을 원하는 여성 총통이 선출되며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양안문제에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된 JYP로서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쯔위 논란은 국내에서는 그 어떤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국과 대만의 문제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거대 중국 시장이 새로운 가치 창출의 장이 된 현실 속에서 중국의 입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 상황이다.
중국 당국에서 JYP의 중국내 활동에 제약을 걸면서 급하게 JYP 측에서는 쯔위의 사과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 박진영 역시 자신의 잘못으로 빚어진 일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그 내용을 보면 굴욕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짝 엎드려 비는 형국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중국 시장에서 퇴출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조바심이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가난하던 중국은 이제 미국을 제치고 최고의 부를 쌓은 국가가 되었다. 기본적인 자국 소비가 존재하는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은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는 강대국의 면모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 중국의 성장은 당연하게도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중국의 성장기 한국은 그 엄청난 시장으로 인해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구축되면서 자국 기업들의 성장은 이제 한국 기업들에게는 두려움이 대상이 되었다. 모든 노하우를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머금은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을 뛰어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그저 싸구려라는 인식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엄청난 자본을 앞세워 중국 기업들은 세계적 거대 기업들을 집어 삼키고 있는 중이다. 유명한 PC와 자동차 브랜드 등은 흡수한 그들은 에디슨이 세운 역사적인 가전업체까지 인수했다.
싸구려 짝퉁 브랜드라고 손가락질 받던 중국 가전업체가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GE의 백색가전을 인수하며 삼성과 엘지의 미국 시장을 흔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엄청난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지속 가능한 것이냐는 물음에도 의문부호가 많을 수도 있다. 그만큼 불안정한 구조 속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붕괴하면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가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국가는 이제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기침 한 번에 독감에 걸릴 것 같은 대한민국의 현실은 점점 악화일로다.
쯔위 사태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새로운 인물을 탄생시켰다. 천수이볜의 부패로 위기에 빠진 당을 일으켜 세운 차이잉원 여성 주석이 총통에 선출되었다. 그녀는 선거 승리 후 쯔위 사태를 언급했다. 그만큼 현재 대만에서 쯔위 논란은 거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쯔위로 인해 다시 촉발된 양안 문제는 대만인들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쯔위의 국기 사건을 처음 폭로한 중국 가수 황안(黃安)을 규탄하는 시위를 오는 24일 열기로 하고 페이스북에서 참가자 모집에 나섰고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쯔위 논란의 핵심은 '하나의 중국vs대만과 중국'이라는 극단적 차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이는 곧 평화모드로 흘러가던 중국과 대만 문제가 다시 한 번 냉전을 맞이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하나의 중국'에 무게 중심을 두었던 대만 국민당이 선거에서 패배를 하면서 독립된 대만에 대한 욕구는 더욱 강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터진 '쯔위 논란'은 대만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고, 의외로 국민당 후보에 맞선 민진당이 압승하는 이유가 되었다. 절대적이었던 여당이 무너지게 된 이유는 단순히 '쯔위 논란' 때문은 아니다. 부정부패가 일상이 되고 청년 실업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변화는 당연했다.
청년 실업이 급등한 상황에서 대만 청년들은 분노했고 적극적인 투표로 변화를 선택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온다.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변화는 올 수 없다는 것을 대만 선거는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제도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가장 현명한 방법은 당사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변화를 꾀하는 것 외에는 없으니 말이다. 분노하지 않으면 현재를 바꿀 수 없음을 대만 선거는 잘 보여준 셈이다.
양안 문제는 오래 전부터 민감했다는 점에서 JYP의 안일함은 문제가 된다. JYP가 대만 국기를 준비한 것인지 아니면 <마리텔> 측에서 준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은 문제다. 직접적인 우리 문제가 아닌 양국의 문제에 끼어든 형국에서 JYP의 대응은 다시 논란이다.
쯔위가 사과를 하는 영상을 보고 대만인은 총만 들지 않았지 IS의 처형 장면과 흡사하다며 분개했다. 누가 봐도 쯔위의 사과 영상은 당혹스럽기만 했다. 중국 내에서도 쯔위의 사과 영상을 잔인하게 보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에 박진영까지 나서서 재차 사과를 하면서 대만 내의 분위기 역시 차갑게 식고 있다.
중국 시장을 위해 사과를 했지만 이게 오히려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JYP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문제가 아닌 국제적 분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JYP는 이번 사태를 통해 확실하게 중국 시장에 대해 두 손을 들었다. 양안 문제라는 첨예함 속에서도 그들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을 선택했다. 거대 시장에 대한 JYP의 선택은 그들을 위한 최선이었다. 하지만 어린 소녀를 앞세운 그들의 사과가 과연 합리적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중국과 대만은 철저하게 '쯔위'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둘은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JYP 역시 '쯔위 사태'로 인해 불안이 증폭되기는 했지만 적극적인 사과로 무난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삼자가 모두 안정을 찾은 상황에서 여전히 피해자로 남은 어린 소녀 쯔위는 과연 그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린 소녀를 희생양 삼는 양안의 정치. 그리고 쯔위를 버리고 실리를 선택한 JYP. 그들은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 사태는 결국 많은 기획사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고, 중국과 대만에서도 하나의 기준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중국 자본이 연예계까지 침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연예계가 중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쯔위 사태'의 본질은 자본이다. 자본의 힘에 의해 그 사건은 다른 의미를 담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금처럼 초강대국으로 성장하지 못했다면 쯔위가 대만국기를 흔드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거대한 중국 시장에 종속된 현실은 그들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게 되었다.
자본 종속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척박해지는 환경 변화는 가진 자들에 의해 재편되고 있고, 과거에 사라진 듯 보였던 귀족과 평민의 구분은 현대에는 '돈'을 기준으로 새롭게 각인되고 있다. 한 국가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 역시 자본은 모든 것의 기준으로 굳건하게 자리하고 있다. 어린 소녀를 앞세운 양안과 JYP 서로 다른 셈법 속에서 상처 받고 아픈 것은 결국 어린 쯔위 외에는 없어 보인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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