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플러스가 '무빙' 이후 내놓은 '최악의 악'이 첫 주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3회 분량이 공개된 '최악의 악'은 제법 괜찮은 시작을 했습니다. 한중일 마약 카르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치는 높습니다.
'무간도'나 '신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잠입수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낸 이들도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잠입수사야 그전에도 수많은 장르극에서 익숙하게 다뤄왔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더욱 교차해서 잠입하는 방식이라기보다 마약 카르텔을 잡기 위한 선택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 될 겁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1995년 배경으로 한중일 마약 카르텔을 잡기 위해 검경이 하나가 되어 은밀한 침투 작전을 시작합니다. 최소한의 사람만 알아야 하는 신중한 작전이라는 점에서 이는 자칫 적에 침투한 이가 죽을 수도 있는 심각한 작전이기도 했습니다.
정기철(위하준)은 강남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 조폭입니다. 자기가 모시던 기존 조폭 장경철을 제거하고 강남연합의 두목이 된 기철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3회가 되면 그의 과거 서사가 조금 등장하기도 합니다.
주먹으로 조직을 일으키고 지키던 과거의 조폭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조직을 세운 기철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부산에 있는 두목에게 재가를 받습니다. 이들 세계에도 명분은 중요하다는 점에서 최종 보스가 허락하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지역을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말이죠.
부산의 최종 보스와 담판을 지러 간 기철은 거액의 현금 상납을 약속하죠. 당시 한 달 5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약속한 이유는 분명하게 존재했습니다. 그저 술집 관리나 하고 클럽 운영한다고 최종 보스에게 그 정도 거액을 상납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죠.
이 거래 성사로 강남연합은 노른자 상권을 가지게 되었고, 클럽을 이용해 마약을 유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과 일본에서 마약을 들여와 클럽에서 판매를 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돈과 힘을 가지며 경찰 조직의 레디어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약 조직이 전무한 것은 아니었지만, 조직적이며 거대하게 움직이는 기철을 잡기 위해 검경은 내부로 들어가 그들을 무너트릴 존재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선택된 이가 바로 박준모(지창욱)이었습니다. 아내인 유의정(임세미)도 같은 경찰이지만 엘리트입니다.
준모가 지방에 내려가 있는 것과 달리, 의정은 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로 발령이 날 정도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가는 에이스입니다. 처가댁에 가서 비교 당하는 준모의 모습을 보고 차라리 집에 오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의정은 남편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런 결핍이 준모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동하게 합니다. 아내처럼 성공하고 싶은 준모는 자칫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을 감수하고 선택합니다. 2계급 특진을 내건 담당 검사에게 3계급 특진을 요구하며 침투를 결정하죠.
경찰이 조직적으로 신분세탁을 하고 그렇게 위장한 채 적진에 뛰어든 준모의 이야기가 초반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기철의 친구이자 장경철 제거 과정에서 숨진 권택호(정재광)의 존재하지 않는 사촌으로 신분 세탁을 하게 됩니다.
기철의 가장 아픈 손가락일 수밖에 없는 택호를 언급하는 낯선 남자의 등장은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택호의 아버지까지 경찰의 지시를 받는 상황에서 기철이 의심하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택호의 사촌이라고 믿게 된 순간 시험은 시작되었습니다.
돈이 아닌 복수를 원한다는 준모의 행동이 기철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은 기철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미 장경철을 죽인 상황에서 그의 수하로 직접 택호를 죽은 자에게 덫을 놓아 택호의 복수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준모는 기철 조직에 정식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막내로서는 임무를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보다 빠르게 올라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고, 그건 실제 기철을 움직이는 이유가 됩니다. 물론 그 사건은 또 다른 의심을 품게 만들고 다시 실험에 들게 합니다.
뒤늦게 준모가 위험한 작전에 투입된 사실을 안 의정은 분노할 수 밖에 없었죠. 마약범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의정으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의정이 준모를 만난 자리에 기철이 등장하며 분위기는 더욱 묘하게 흐르게 되었습니다.
의정과 기철은 교회 성가대를 같이하며 친했었죠. 기철이 지금도 하고 있는 목걸이는 바로 의정이 사준 것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의 첫사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기철 어머니 사건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완전히 변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죠.
의정은 아버지처럼 경찰이 되었고, 기철은 지독한 환경 속에서 깡패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들이 다시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의정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는 기철은 그가 경찰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정과 준모가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런 의심의 씨앗이 뿌려지자 기철에게 보다 가깝게 올라서기 위해 준모는 경찰을 부산 조폭으로 둔갑시키는 작전까지 펼치게 됩니다. 이는 신뢰를 회복하는 이유가 되지만 우연하게 발견된 경찰 손전등으로 인해 준모는 최악의 상황에 몰리게 됩니다.
첫 공개된 3회는 흥미로웠습니다. 느와르 장르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런 장르극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신세계'와 '헌트' 제작진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남자가 사랑할때'를 연출한 한동욱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도 조폭 이야기를 잘 다룰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하죠.
한동욱 감독은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조감독 출신입니다. 그런 장르에 특화된 감독이라는 점은 중요하죠. 그래서 '최악의 악'에도 이 영화들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물론 이전 작품들보다 더 젊은 분위기라는 점은 새롭게 다가옵니다.
'의형제'를 쓴 장민석 작가가 이 작품을 집필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설정이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전작과 유사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일부는 익숙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감독과 작가의 전작들은 현재의 작품을 설명하기 무척이나 용의 했습니다.
통속적인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있는 이 작품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3회까지 이어진 전개 방식은 이제 시작일 뿐이죠. 아직 본격적인 위기도 찾아오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한 기운이 가득한 이 드라마는 어떤 결론을 향해 나아갈지 궁금해집니다.
진짜 '최악의 악'이 기철이 아닌 준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시작과 함께 결말 부분을 먼저 일부 보여주며,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상황으로 치달을지는 너무 자명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잠입 경찰과 이를 밝혀내려는 조폭들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누아르'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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