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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발레리나-절제된 서사 화려한 액션 속 명확한 주제가 흥미롭다

by 자이미 202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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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영화인 '발레리나'는 흥미로웠습니다. 이충현 감독과 전종서는 오랜 연인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이 만든 영화에 대한 호기심도 컸습니다. 이충현 감독의 첫 작품도 넷플릭스였고, 주인공 역시 연인인 전종서였다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발레리나'는 선명합니다. 하나의 주제에 강렬하고 잔인한 액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런 장르극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작품으로 보입니다. 잔인한 범죄에 잔혹한 복수라는 방식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한민국 사법체계의 느슨함에 대한 반발은 이 작품 안에 가득했습니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

'버닝썬 게이트'는 사회적 파장을 크게 했지만, 여전히 해결된 것은 없는 그래서 의문은 여전한 사건입니다. 여기에 박사방 사건은 몇몇의 처벌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자들이 여전히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많이 틀어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벌의 수위가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범죄자들이 반성을 하지 않는단 것입니다. '버닝썬 게이트'에 깊숙하게 개입된 연예인은 형을 살고 나와 여전히 클럽을 기웃거리며 모아둔 돈으로 여유롭게 마음대로 살고 있습니다.

 

박사방에 개입된 자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사법부의 형과 상관없이 그들은 반성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남겨진 피해자만 지독한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뿐입니다. 언제든 다시 사회로 돌아와 다시 피해자를 협박하고 고통에 빠지게 할 범죄자들에 대한 두려움만 안고 살아갈 뿐입니다.

 

'발레리나'는 마약과 성착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둘에 대한 처절한 복수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전직 경호원이던 옥주(전종서)는 우연히 오랜 친구와 재회합니다. 그 친구는 발레리나인 민희(박유림)이었죠.

 

민희가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재회해 단짝이 된 옥주는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민희가 자신에게 복수를 해달라는 유언장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맙니다. 'Chef Choi_1004'라고 적힌 곳을 찾아들어가니 '오미카세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곳이었습니다.

 

뜬금없어 보이는 이곳은 '물뽕'을 판매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민희를 죽음으로 내몬 자의 통화를 통해 누가 친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은밀하게 마약을 팔고 그렇게 얻은 엄청난 수익으로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최프로(김지훈)을 옥주는 쫓기 시작했습니다.

발레리나-옥주와 민희의 재회
발레리나-악랄한 범죄자 차프로

숲으로 우거진 시골에 위치한 저택은 뭔지 모를 위압감으로 다가옵니다. 그가 외출한 후 은밀하게 들어선 그의 집은 더욱 기괴했습니다. 이 자가 민희를 협박했고, 민희가 두려움에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맞았습니다.

 

옷장을 가득 채운 다양한 SM 장비들은 최프로의 성적 취향이 무엇인지 잘 드러냈습니다. 이것만으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민희가 죽음만이 최선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서랍에 존재했습니다. 

 

서랍에는 수많은 이들의 이름이나 특징이 적힌 USB 파일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발레리나라는 명칭으로 민희의 영상도 존재했습니다. 물뽕에 취해 쓰러진 민희를 덮치는 최프로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이를 빌미로 성착취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옥주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옥주는 최프로가 다니는 클럽에 잠입했고, 우연을 가장해 그가 이끄는 곳으로 가게 됩니다. 외딴 곳에 있는 은밀한 모텔은 그 모든 것이 만들어진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물뽕을 먹이고 옥주를 덮치려는 순간 반격을 시작했죠.

 

수법을 알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다가간 옥주가 그렇게 쉽게 당할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유능한 경호원이었던 옥주는 일반 여성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최프로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성적 유희를 위해서 체력 단련을 꾸준하게 해 왔던 자라는 점에서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반인 악당 정도는 제압할 능력을 가진 이가 옥주였습니다. 버티는 최프로의 입을 찢어버리는 옥주의 잔혹함은 그가 벌인 범죄에 상응하는 불쾌함이었습니다. 해당 모텔은 범죄 장소였습니다. 이상을 감지하고 방으로 올라온 자는 총으로 대응하고 피해 도망치는 옥주 앞에는 전기톱을 든 성범죄자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발레리나
주제가 명확했던 발레리나

이 상황에서 옥주를 도운 것은 피해자인 여고생이었습니다. 그렇게 여고생을 데리고 그곳을 탈출하지만 그게 끝일 수는 없었습니다. 최프로 뒤에는 마약상인 조사장(김무열)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마약상인 조사장에게 차프로는 한심한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여자 관리나 하라고 했더니, 3억이 넘는 고가 스포츠카를 타고 다니는 그의 행동에 질타를 가하기도 하죠. 최프로가 조사장 앞에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는 모습 속에서 철저한 갑을 관계를 엿보게 했습니다. 여고생을 통해 이들이 어떤 조직인지 파악하게 된 옥주는 평범한 말 목장으로 위장한 마약 공장으로 잠입합니다.

 

친구를 잃은 옥주는 피해자인 여고생까지 잃을 수는 없었습니다. 잡혀간 말목장으로 들어선 옥주는 이들과 전면전을 펼치기 시작하죠. 이 과정에서 화려하고 잔인한 액션은 강렬하게 이어졌습니다. 강한 여성 주인공의 액션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습니다.

 

서사는 부족했습니다. 옥주가 어떤 존재인지는 예전 선배를 통해 옥주에 대한 서사가 조금 등장할 뿐 그가 어떤 존재인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다른 인물들에 대한 서사도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서사를 제거한 이유는 뭘까요?

 

이 영화에서 캐릭터들의 서사가 필요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서사가 축소된 것은 당연하게도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주제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들의 서사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서사를 다양하게 펼치면 주제를 정확하게 전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발레리나'에서 캐릭터 서사가 최소화시킨 것은 당연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제는 명확합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마약과 성착취에 집중했습니다.

화려한 액션 보인 발레리나

남성이 아닌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게도 성착취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옥주가 피해자는 아니지만, 가장 친한 친구가 피해자라는 설정은 몰입도를 높이게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역시 현재 가장 화두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법부의 판결을 받아야 하느냐 아니면 사적 처벌을 해야 하느냐는 사회적 딜레마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사적 처벌을 언급하는 사회적 상황은 지금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이 결국 사적 처벌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진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범죄는 더욱 악랄하게 진행되는데 사법부의 판결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력 범죄에 대해서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법감정과 전혀 다른 사법부의 선고들은 사적 보복을 부추기는 이유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처가 없다면 점점 사적 보복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가 반가웠던 것은 악당들을 미화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들이 얼마나 추하고 악랄한지만 드러내고, 이를 제대로 처벌한다는 점에서 시원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최프로가 법의 처벌을 다 받겠다고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에서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뭔지 잘 드러났습니다.

발레리나 포스터

그런 최프로의 비겁한 변명에 판사처럼 넘어가지 않고, 노부부가 제안했던 엄청난 화력의 말벌집을 태우는 화염방사기로 처단하는 장면은 섬뜩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속이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이런 악랄한 자들에 대한 처벌은 너무 한심하기 때문일 겁니다.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 '발레리나'는 다양한 재미와 의미를 담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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