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김범수 피디의 반란, 그를 지지 한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을 방송하려던 <추적 60분>은 사장의 강압적인 방식으로 인해 결방되었습니다. 그 시간 한나라당의 2011 예산안 기습 상정이 이러지고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버린 검찰은 4대강 사업이 정당하다고 발표했습니다.  

비판을 막아서는 방송, 그들은 죽었다




사회 정화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방송입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시스템은 전 국민을 상대로 사회의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해 일깨우고 바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정권이 들어서 방송장악을 시작하고 그렇게 장악된 방송은 비판 기능이 거세당한 채 유명무실한 예능 방송으로 타락하고 말았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을 두 개나 명분 없이 폐지하고 말도 안 되는 예능 프로그램을 올린 김재철은 사표 쓸 준비는 되었겠지요. 자신의 자리를 걸고 이번 가을 개편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으니 애국가 시청률과 동급인 방송과 케이블 방송 패러디 예능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눈을 가지게 만들었던 시사 프로그램의 폐지로 인해 과부하가 걸린 MBC는 9시 뉴스의 무명무실과 함께 전체적인 비판 기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BS의 <추적 60분>은 새로운 희망이 되었습니다.

낙하산으로 점령당해 최악의 방송국이 되어버린 KBS에 새로운 노조가 설립되고 그들로 인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KBS는 <추적 60분>이라는 역사가 긴 시사 프로그램으로 잃어버린 비판 기능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족쇄를 찬 MBC를 대신해 공정한 비판을 시작한 그들은 날선 비판으로 현 정부의 폐부를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하게 그들이 주제로 삼았던 내용들은 방송 보류의 위협에 시달렸고 이런 위협에서도 자신들의 의지를 꺾지 않았던 그들은 MB정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4대강에서 절망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추적 60분>이 준비했던 '4대강'편이 방송 전 날 보류 판정을 받고 방송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KBS 내에서도 논란이 증폭되었고 김범수 피디는 사내 게시판에 김인규 사장에게 물러날 것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글을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입사 이래 KBS에서 반상식적인 일을 참 많이 겪었지만 어제의 불방은 가장 폭력적인 것이었다. (김인규)선배님에게는 그냥 단순히 한 프로그램의 불방이었는지 몰라도, 내게는 참으로 아프고 참담한 불방이었다"

"지난 7일 방송 보류니 연기니 하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 방송을 낼 것이라면 굳이 한 주를 연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아해 했다. 8일 여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를 대비해 야당 의원들이 국회 중앙홀을 점령했다는 소식을 접했고, '추적60분'의 방송 당일인 9일 국회에서 4대강 예산안과 친수법이 날치기 통과됐다. '추적60분'의 불방 명분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재판에 관한 사항이 얼마나 많이 보도되는지를 볼 때 선배님이 걱정했던 것은 아마도 '추적60분'이 혹시 여당과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끼얹을까 그게 걱정됐을 것"

"선배님은 누구의 특보도, 어느 당 당원도 아닌 공영방송 사장"
"비판 여론에 대한 걱정은 여당의 몫이지 공영방송의 사장이 고민할 일이 아닌데도 불방 결정을 내린 것은 너무나 정치적인 결정이었고, '추적60분' 제작진은 영문도 모른 채 여당 날치기 통과의 공범이 됐다"

나이 어린 피디가 마지막으로 김인규를 KBS 선배로서 직언을 한 이 글은 몇 시간 되지도 않아 삭제되었습니다. MB 대선 캠프에 있었던 김인규가 KBS 사장으로 낙하산을 타면서부터 이미 예고된 수순이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였습니다. MBC 역시 김재철이 낙하산으로 투하되면서 뉴스 보도의 공정성이 사라지고 시사 프로그램의 비판 기능이 저하되는 상황이 구체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을 도와 선거 캠프에 있었던 인물들이 정권 실세로 등극하며 민간인을 포함한 전 방위적 불법 사찰을 직접 지시하는 등 독재 권력과 다름없는 MB 정권의 실체는 이젠 누구에게 숨기는 일도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이화섭 (시사제작)국장을 통해 불방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월요일(7일)인데 이날까지는 한나라당이 날치기를 기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고, 민주당이 날치기를 우려해 국회 로텐더홀을 점령한 것도 화요일(8일) 밤"
"그 어떤 언론도 몰랐고, 심지어 민주당조차도 모르고 있었던 일을 선배님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여당과 일정을 논의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MB 정권과 KBS의 관계를 언급하며 현 정권의 언론 장악을 강도 깊게 비판했습니다. 누구도 몰랐던 상황을 방송국에서 알고 있었다는 것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그의 추궁은 이 시대 언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일부 거수기들이 요직을 맡으며 전체를 흔들고 있지만 언론의 양심을 지키려는 이들로 인해 결코 독재에 침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작진에 따르면, <추적60분> '천안함편'이 방송되고 청와대 심기가 불편했는데, '4대강'까지 방송된다니 난리가 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한다. KBS 경영진이 청와대 권력의 눈치를 보고 스스로 굴종의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일부 언론 기사의 글을 보면 '4대강'에 대한 청와대의 입김이 얼마나 강하게 일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이를 위해 MBC 시사프로그램을 강제 폐지시키도록 한 상황에서 믿었던 KBS가 강력한 비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청와대로서는 당황스러웠겠지요.

대통령의 형이라고 3년 동안 날치기 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전해주는 정권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을까요? 4대강을 정화하고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그들이 자연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 '친수법'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엄청난 개발 이익을 소수의 가진 자들에게 나눠주려는 심산을 국민들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 것인가요?

그들이 방송을 틀어막고 국민들을 우민화시키려 해도 이미 독재 권력에서 민주화를 쟁취했던 국민들은 독재자의 말에 휘둘릴 정도로 나약하지는 않습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범여권 연합이 출범했습니다. 단순히 예산 심의를 위한 연대가 아닌 다음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연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불법이 판을 치고 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위해 정치를 하는 이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대다수의 국민은 매 맞는 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지경입니다. 어설픈 당리당략과 개인적 이권을 위해 야당 연합을 파기한다면 그들은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 대의정치를 하는 이들이 국민들의 소중한 한 표를 농락하며 자신들의 부귀영화에만 사용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기 싫어한다는 것은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억압되었던 방송에서 막내 피디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쟁의 대열에 나섰습니다. 김범수 피디를 지지하고 환영하는 이유는 더 이상 권력의 시녀가 아닌, 바른 언론인으로 살아가려는 그의 의지를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KBS와 MBC를 따지지 말고 이번 '김범수 피디의 투쟁에 동참'해 잃어버린 비판 기능을 정상화하고 정의가 죽어버린 사회에 '바른 정의'가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언론이 될 수 있도록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언론인으로서 가치를 거세당하고도 무기력한 MBC 역시 이번 기회에 잃어버린 보도와 비판 기능을 회복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재철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만행이 실패하면 물러나겠다고 했으니 어설픈 예능으로 MBC를 초라하게 만든 죄를 물어 사장직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국가가 건강해지려면 방송의 바른 비판 기능이 살아있어야만 합니다. 2010년 대한민국의 방송 비판 기능은 겨우 심폐소생기를 의지하고 있을 정도로 최악임을 자각해야만 합니다. 더 이상 권력의 시녀가 되어 그들이 지시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읊는 짓은 그만 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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