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상씨의 위기는 그들 가족을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움츠렸던 기지개라도 펴듯 새롭게 시작할 힘을 스파이더 맨 가면으로 얻었던 그는 그 일로 인해 빚쟁이들에게 잡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구속된 내상씨로 인해 힘겨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가족들. 그런 가족들의 힘이 진정 값지게 다가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들에서 발견되고는 합니다.
철없던 종석과 수정은 시름에 잠겨있을 엄마를 대신 해 아침을 준비하기로 하지만 이미 나와서 부지런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침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버지를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엄마의 모습은 당당했습니다.
계상을 통해 변호사를 알아보고 내상씨의 과거 부하 직원을 찾아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합니다. 그녀는 당장 시급한 합의를 위해 필요한 돈을 동생인 계상에게 부탁합니다. 아무리 친동생이라고 해도 1억이라는 거금은 쉽지 않은 부탁인데도 생각 담요를 쓰지도 않고 곧바로 "그것이면 되겠어"라고 말하는 계상이 고마운 것은 유선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직접 빚쟁이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자신들도 피해자이지만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돈을 갚겠다고 다짐하는 그녀는 이미 강한 어머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저 속없고 망한 남편만 원망하는 부인처럼 느껴졌던 그녀는 스파이더 맨 남편이 위기에 빠지자 슈퍼우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머니인 자신이 무너져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유선은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남편을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그것도 모자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식당일에 나서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많은 우리네 어머니들이 그러하듯 자식들과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듯 유선도 위기가 닥치자 가장 당당한 모습으로 가족들을 위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유선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을 쏟아낸 이들은 힘겨운 시간을 지혜롭고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어머니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구치소에 수감된 내상씨를 면회하러 간 가족들. 의연하려고 애쓰는 그들과는 달리,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는 수정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안쓰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시트콤임을 잊지 않으려는 센스 있는 동작들은 그래서 더욱 슬플 수밖에는 없었지요. 내상과 수정을 하나로 엮어주는 동작들을 슬픈 상황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과정은 김병욱 사단이 추구하는 시트콤의 정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들의 노력으로 구치소에서 나온 내상씨는 자신을 마중 나온 가족들을 보며 흐뭇해집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 텅 비고 아픈 것은 자신 때문에 고생하는 부인 유선 때문이지요. 구치소에서 나온 자신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는 유선. 그런 유선을 알기에 한없이 미안하고 감사한 내상씨는 행복하면서도 답답하기만 합니다. 밤 늦게 돌아온 부인을 부등 켜 앉고 울 수밖에 없는 내상씨의 모습은 붕괴된 가족의 모습 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이 극단적으로 가속화되는 사회 속에서 내상씨와 같은 가족들은 수도 없이 늘어만 가는 상황입니다. 그런 가족들이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가족 파괴로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가족의 힘으로 이겨내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바람이 그대로 담긴 에피소드였습니다.
내상씨의 이야기만 담았다면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로 인해 '시트콤이 왜 슬프냐'며 공격을 당했겠지요. 하지만 침묵만 지키던 윤건과 천의 얼굴을 가진 박하선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감동과 웃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교 2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교가를 만들기로 한 지나고는 음악 선생인 윤건에게 작곡을 학창시절 시도 썼다는 국어 선생인 하선에게 작사를 맡깁니다. '학교 교가'를 만든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 막중한 부담감은 그들을 힘겹게 합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 진수를 보여준 그들의 표정 연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한 자리에서 멤 돌기만 하는 상황에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하선은 지원의 말대로 환경을 바꿔 보기 시작합니다.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내보기도 하고, 식탁 위에 엎드려 써보기도 하고 계단에서 거꾸로 널 부러져 작사를 해보기도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이런 창작의 고통은 작곡을 하는 윤건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런 힘겨움이 리얼한 표정 속에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운명의 개교 20주년 기념일 날. 그들이 만든 새로운 교가를 듣고 교장은 '교가는 교가인데 교가답지가 않아요"라는 말에 표정이 일그러지며 피 고름을 짜내며 만든 것인데 절대 고칠 수 없다는 하선과 조금이라도 고치며 자신은 빠지겠다는 윤건으로 인해 투표로 결정하기로 합니다.
선생 한 분의 착오로 아슬아슬하게 통과된 교가 '벌써 20년'은 기존의 교과와는 완벽한 차별성으로 다가왔습니다. 뭐 극화된 상황에서 윤건의 '벌써 1년'을 개사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이렇게 공개된 교가는 장안의 화제가 되어 음원 3위에 오르는 계가를 올리기도 합니다. 교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박하선의 표정은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박하선의 표정은 그녀가 정말 예전에 알고 있던 박하선이 맞는 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어요. 썩소를 날리고 싸늘하게 변하기도 하는 그녀의 다양한 표정은 시트콤 연기에 최적이었고 그 천 가지 표정은 그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이번 교가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일을 극화한 것이지요. 김병욱 피디와 친한 윤종신이 실제 만든 교가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교가가 아닌 신라대 캠퍼스 송인 '신라인의 노래'는 윤종신이 작사 작곡하고 발라드 신이라 불리는 김연우가 불러 화제가 되었었지요. 대단한 가치를 가진 교가임에도 문제는 정작 학생들이 쉽게 따라 부르기는 힘들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내상씨 가족을 통해 가족의 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박하선과 윤건의 창작의 고통을 통해 시트콤 특유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 '하이킥3'는 본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웃음 속에 슬픔을 담아내는 김병욱 사단의 진가는 지금부터 시작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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