內多里末長海와 빨간 지갑에 담긴 사랑
'예감'이라는 말로 시작한 59회는 그들이 느끼는 애틋함이 잘 담겨진 에피소드였습니다. 서로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 종석과 지원은 과외를 통해 만들어진 관계가 조금씩 서로를 아끼는 관계로 확장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까칠하기만 하던 종석이 지원에게만은 한없이 다정합니다. 숨겨왔던 과외가 가족들에게 밝혀지며 공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이후 그들의 관계를 극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공부를 하던 그들은 고전에 등장하는 황진이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흥분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장난스럽게 자신이 황진이와 닮았다고 이야기를 하자 종석은 발끈해서 그 짧은 다리가 사람 다리냐며 놀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관계는 의외의 상황을 통해 흥미로운 상태로 전이되어 갑니다.
실수로 계단에서 밀려 떨어진 지원은 다리에 깁스를 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미안하기만 한 종석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합니다. 그런 종석에게 자신의 발이 되어달라는 지원의 말과 흔쾌히 허락하는 종석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스킨십을 통해 좀 더 가까운 관계로 진행될 수밖에 없도록 해줍니다.
편의점을 갈 때도 업어주고 학교도 업어서 데려다 주는 상황은 둘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장갑과 말안장에 비견되는 방석, 그리고 PMP 머리띠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지원은 최대한 편안하게 학교까지 가는 방법들을 만들어 종석을 이용합니다. 깁스한 발에 적힌 '內多里末長海'를 알지 못했던 종석으로서는 지원이 원하는 대로 모두 들어줄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고전 시간에 나온 한자들을 보다 문뜩 지원의 다리에 적힌 한자를 떠올리게 되며 급반전은 시작됩니다. '內多里末長海 내다리말장해' 한자에 약한 종석이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를 알게 되자 자신이 지원에게 속아 지금껏 업어주었다는 생각이 들자 화가 납니다. 긴 추격전을 통해 잡은 지원은 이렇게 했으니 최소한 그 한자는 죽어도 잊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교수법으로서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효과 있는 방식임은 분명해 보이지요.
역전된 상황은 자연스럽게 지원이 종석을 업어주는 상황으로 변하고 그들의 모습은 연인들의 달달한 모습으로 다가오며 이후 급격한 관계 발전을 예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계상에게만 다가서 있던 지원의 마음이 조금은 종석에게도 전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미 지원을 좋아하는 그들의 관계는 흥미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가는 듯합니다.
'계매너'를 보여 자신을 힘들게 하기는 하지만 계상만한 인물이 없음을 진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에 착한 성품, 뛰어난 외모까지 뭐 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계상의 모습에 수시로 마음이 흔들리는 지원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와는 너무 다른 계상이기에 쉽게 다가갈 수 없다는 점이 진희를 힘겹게 만들기만 하지요. 언제나 버스 정류장에서 계상을 기다리게 되는 진희. 함께 출 퇴근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그녀에게 BH라는 대기업에서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비정규직인 자신의 처지에서 대기업 면접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상황인데 자신의 일을 자신보다 더 기뻐해주는 계상은 지갑에 행운을 담아 "쌸라뽕빠이 하쿠나마타타 폴레폴레"를 외치는 그의 모습은 다정다감하기만 합니다.
너무나 매력적인 계상이 좋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진희는 행운의 부적이자 계상과 자신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지갑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비품 심부름을 하러 갔던 진희는 양 손에 짐을 지고 통화를 하다 지갑을 떨어트리고 말았지요. 황급히 문구점으로 향하지만 지갑을 정체는 오리무중이고 자신이 오간 거리를 헤매며 찾아보지만 좀처럼 보이지 않는 지갑은 진희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온라인에 분실물 신고도 하고 어떻게 하든 지갑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좀처럼 연락은 오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는 것은 계상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진희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기에 분실했다고 밝힐 수도 없는 상황은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할 뿐입니다.
지갑을 잃어버려 상심한 진희에게 BH 그룹 면접은 합격 소식을 알려줍니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왔던 취직자리인데도 그녀가 행복해 하지 못하는 것은 직업보다도 자신에게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사랑이 더욱 소중했기 때문 일 것입니다. 가질 수 있는 존재는 아니더라도 옆에서라도 좀 더 함께 있고 싶은 심정인 진희에게는 면접 합격 소식이 마냥 즐겁지는 않습니다.
하선에게도 진희의 이런 모습이 낯설기만 합니다. 이미 호들갑을 떨며 기대를 품어도 모자랄 상황에서 너무 조용하기만 한 진희의 모습은 이상했으니 말이지요. 최종면접을 보고 돌아온 진희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중요했던 최종면접보다는 잃어버린 지갑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함께 문구점을 다시 들린 진희는 우연하게도 하지만 필연처럼 빨간 지갑이 상품 전시대 밑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예감이 어떤 식으로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찾은 지갑이 그 무엇보다도 행복한 진희는 비로소 미소를 되찾게 됩니다.
함께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잠든 계상을 보면서 그녀가 느낀 감정은 "아직은 좀 더 같이 있을 수 있겠다"라는 말로 정리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와 함께 있고 싶은 심정. 그런 감정을 담은 그녀의 마지막 독백이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진희의 계상에 대한 사랑이 무척이나 깊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계상 역시 진희에 대해 호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시점 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인 관계로 확장 될지 알 수 없지만 충분히 기대해 볼만 하게 되었습니다.
김병욱 사단이 그동안 보여준 형식을 보면 마지막 진희의 독백이 중요한 복선으로 다가 올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도 하지요. 더불어 그들을 이어주는 빨간 지갑 역시 이후 에피소드에서 중요한 반전의 키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과연 진희와 계상의 사랑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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