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사각의 링에서 벌어진 행복한 사랑이라는 감정들
자선병이라는 병은 과연 좋은 것일까? 누군가를 돕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것이 병이라는 증세로 굳어진다는 것은 문제 일 수가 있습니다. 위기에 처한 내상네 가족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승윤은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자신을 닫아 왔던 초석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존재도 승윤이었습니다. 경주에서 노숙을 하던 내상 가족을 구원해주었던 존재도 승윤이었습니다. 며칠 동안 밥도 먹지 못하고 길거리에 널 부러져있던 내상 가족들에게 아무런 거리낌 없이 피자와 통닭을 시켜 주었던 그는 그들 가족에게는 생명의 은인까지는 아니지만 구원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상한 가치를 가지고 시각을 지닌 승윤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몰아내고자 했던 유선 역시 승윤은 자신의 진정성과 풍성한 씀씀이가 마음을 돌리게 해주었습니다. 언제나 한 자리에서 동일한 모습으로 서 있는 승윤을 아들 못지않게 바라보게 된 유선의 모습만 봐도 승윤의 자선병은 과도하지 않은 선에서는 많은 이들을 변화시켜주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문제는 그 미묘한 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는 점인데 밍크 숄을 가져오고 한약을 들고 나타난 승윤에게서 그 보이지 않는 선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고향인 경주에 갔다 온 승윤은 옷이 없어 동창회 나가는 것을 걱정하는 유선에게 엄마가 사용하지 않는다며 고가의 밍크 숄을 선물합니다.
매일 현장을 누비며 활동하는 내상에게는 체력 보완을 위해 고가의 한약을 선물합니다. 다른 식구들에게는 경주팥빵을 선물로 가져와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승윤은 정말 보석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근심걱정 했던 것들을 모두 풀어주는 이 기특한 존재에 마음껏 행복해하던 그들에게 승윤 엄마의 등장은 민망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 아들이 고가의 선물을 하고 많은 돈을 쓰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느냐며 1살 때 옆에 울고 있던 아이에게 자신의 젖병을 주던 승윤, 학창시절에는 반 친구들의 깜지 숙제를 밤세워 모두 해주고 쓰러지던 모습 등 누군가를 돕는 게 넘쳐 '자선병'을 가지게 된 승윤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승윤 엄마에게 몸 둘 바를 몰라 하는 내상 부부입니다.
승윤 엄마가 가고난 후 내상의 집에 온 승윤은 엄마가 밍크 숄을 가져가고 그런 이야기들까지 했다는 것에 화가나 다시 경주로 내려갑니다. 쓸데없으면서도 일부로 그런다며 경주로 내려간 승윤을 기다리는 유선은 동창회가 있던 날 과연 승윤의 가방에 무엇이 담겼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아들 종석과 통화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 승윤을 망원경으로 보며 그 가방 속에 밍크 숄이 들어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유선의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었습니다.
계상에게 치료를 받고 완치된 환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권투 도장에 와서 운동을 하라고 권유합니다. 권투가 운동이 무척 많이 되니 언제든 한 번 와달라는 부탁에 계상은 진희와 함께 도장을 찾습니다. 권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진희는 관장의 권유로 계상과 함께 3분 스파링을 하게 됩니다.
보호 장구 착용도 서툰 진희를 자상하게 챙겨주는 계상의 모습은 진희에게는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링 위에 올라 가볍게 쉐도우 복싱을 하는 계상의 모습만으로도 정신이 없던 진희에게 눈앞에 아른거리는 계상의 모습은 마치 최면을 거는 추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자신이 먼저 공격을 할 테니 피해보라며 합을 짜서 이야기해주는 계상과는 달리, 그 어떤 이야기도 들리지 않은 진희는 그저 계상의 얼굴만 보일 뿐입니다.
충분히 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팔을 뻗은 계상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얼굴에 맞고 쓰러진 진희가 걱정됩니다. 하지만 웃은 채 쓰러져 있는 진희의 모습은 이상하게 행복해보입니다. 펀치를 맞고 쓰러진 상황에서도 웃기만 하는 진희의 모습은 평온함 그 자체라는 점에서 사랑에 빠진 진희의 모든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수정에게 링은 자신의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는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여전히 이기적 이기만한 수정은 자신은 맞는 것을 싫어하니까 때리지 말고 맞기만 하라며 관장과 스파링을 시작합니다.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관장을 때리는 수정에게 헤드기어를 툭 치는 관장. 자신은 맞는 것이 싫다며 왜 때리냐며 화를 내는 수정의 모습 속에 링은 자신의 억눌렸던 본능을 모두 품어내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지원에게 링은 낯선 공간에 대한 도전과도 같은 장소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동경심을 가진 모험심 강한 지원은 종석에게 스파링을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링 위에 올라선 둘의 모습은 마치 사랑하는 사람들이 춤을 추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장난스럽게 중계를 하면서 스파링을 하는 종석에게 지원과 함께 하는 링은 그저 행복할 뿐입니다.
장난스러운 스파링과 결과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지원은 이미 종석이 만든 놀이에 흠뻑 빠져있을 뿐이었습니다. 낯선 도전에 누구보다 열심히 인 지원과 그런 지원을 바라보며 흐뭇하기만 한 종석에게 이 치열한 사각의 링은 그저 아름답고 행복한 장소일 뿐이었습니다. 두 번의 스파링을 마치고 링을 나서는 지원이 쓰러지자 다급하게 움직인 종석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키스 일보직전까지 다가갑니다. 지난 도서관에서 지근거리에서 지원을 바라보던 종석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듯 키스를 할 수도 있었던 상황까지 오게 된 체육관 경험은 종석의 사랑만 더욱 키워주었습니다.
잔인한 사각의 링도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장면들이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들에 비해 77회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 모든 과정들이 서로의 감정들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사각의 링에서 벌어진 그들의 대결은 이후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입니다.
절반을 넘어 하이라이트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하이킥3'가 과연 무엇을 지향하고 이야기를 끌어갈지 궁금해집니다. 짧은 다리를 가진 그들이 어떤 하이킥으로 세상을 시원하게 해줄지는 아직 모호합니다. 사회적 약자 그룹에 놓인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을 지배하는 이들에게 시원한 하이킥을 날릴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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