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사단은 시청자들의 관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달콤해서 꿈일지도 모르는 상황은 시청자들에게도 불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다음 회 예고 글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꿈'이라는 단어가 시청자들의 불안을 현실로 바꿔 놓으며 김병욱 사단의 '하이킥3'는 벌써부터 막장이다 는 지적을 받기까지 했습니다.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뜬 지석은 잘 된 수술 경과보다도 자신의 눈앞에 보이지 않는 박쌤이 걱정입니다. 그녀가 왜 이 자리에 없을까라는 궁금증에 회복을 위해 좀 더 입원을 해야 함에도 하선에게 달려갑니다. 집으로 들어가려던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고 보고 싶었다는 말을 건네며 따뜻하게 그녀를 안는 모습은 여느 연인의 모습과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하선의 당황하는 표정은 지석의 모든 기대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과도하게 놀라며 지석을 밀치는 하선은 자신에게 왜 이러냐며 당황해 합니다. 지석이 전날 병원에 와서 자신과 키스를 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에 치를 떨며 불쾌해하는 하선의 모습은 지석을 당혹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한낱 자신의 꿈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그는 절망스럽기만 합니다.
학교에서도 서로 경계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지석과 하선은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런 와중에 하선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됩니다. 미국에 있는 아버지에게 걸려온 전화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이야기였고 이런 상황은 급기야 그녀를 미국으로 부르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가족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너무 떨어져 사는 것도 좋지 않다며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자는 아버지의 말에 그녀는 미국행을 결심합니다. 교사라는 직업도 국내에 남겨진 친구들과도 모두 이별하고 미국으로 향한다는 그녀의 발언에 놀라는 이들이 속출합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녀의 미국행을 부러워하던 진희는 줄리엔이 일깨워준 현실에 당혹해합니다.
통장에 남은 돈으로는 엄동설한에 방 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방법이 없는 진희는 이미 결심이 선 하선에게 다시 한 번 부탁을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 변하는 보이지 않습니다. 변할 수 없는 하선의 마음을 확인한 진희는 집 주인인 지원에게 달려가 자신과 함께 있기를 간청하지만 지원 역시 하선과 함께 미국으로 갈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욱 분주해집니다. 줄리엔을 찾아온 수정을 붙잡고 자신과 함께 방을 쓸 수는 없냐며 자신은 3무가 없는 존재라고까지 외칩니다. 있어도 있는 것 같지 않게 지낼 수 있다면 심지어 자신은 방귀 소리도 냄새도 없다 다짐하지만 현실은 우렁찬 소리와 냄새를 동반한 방귀가 대변해줍니다.
수정을 통해 하선이 미국으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지석은 절망합니다. 단순히 며칠 다녀오는 것으로 알고 있던 그로서는 직장까지 포기하고 미국으로 간다는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이니 말이지요. 거칠 것 없이 진행되는 하선의 미국행은 너무 급하고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하선을 한강 둔치로 데려가서 꽃다발을 건네는 지석은 몇 달 전 자신과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던 날 고백하고 싶었다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건넵니다. 만약 그때 자신이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라고 말하며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요지부동이고 모든 것이 절망처럼 다가온 지석에게는 희망이 없었습니다.
그녀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수영장에서 잡념을 떨치던 지석은 하선이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공항으로 향합니다. 규정 속도도 무시한 채 공항으로 향한 지석은 마침 공항으로 들어서려는 하선을 발견하고 외쳐보지만 그녀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귀에 꽂은 이어폰은 지석과의 마지막 만남까지 단절시키며 그를 조급하게 만듭니다. 이제 방법은 그녀를 실제 붙잡는 것 외에는 없다고 판단한 지석은 차가 오는 지도 모른 채 도로를 내질러 가다 그만 차에 치이고 맙니다.
하선에게 전화를 걸며 교통사고를 당한 지석은 그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만 흘린 채 눈을 감고 맙니다. 소란스러운 상황들을 인지하지만 그 주인공이 지석인지 알지 못한 채 쓰러진 지석을 지나쳐 가는 하선은 지석에게 걸려온 전화에 답변을 하지만 돌아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지석의 뜨거운 눈물과 병상은 이후의 이야기처럼 다가오지만 처음 부분으로 다시 돌아간 것 일 뿐이었습니다. 지석이 수술을 받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그 모든 고통과 생각들이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꿈이 재해석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듯 구성된 꿈이었을 뿐이었습니다.
현실로 돌아온 지석은 집으로 들어서려는 하선에게 다가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녁에 병원에 가려했는데 벌써 퇴원했냐며 반기는 하선과 그런 그녀를 꼬옥 껴안는 지석은 마음이 놓입니다. 악몽과도 같았던 상황들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한 지석은 자신 곁에 있어준 하선에게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지석과 하선의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변함없이 하선의 곁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지켜주고 응원해주던 지석과 그런 지석의 빈자리가 얼마나 컸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 하선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지석을 받아들였습니다. 착하지만 극한 상황이 되면 한없이 엉뚱해지는 하선과 무대포 같은 평소와 달리 섬세한 감성을 가진 지석은 다른 듯 비슷한 인물들 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나갈 사랑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되는 것은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범상치 않은 이야기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병욱 사단은 왜 지석의 꿈 에피소드를 집어넣었던 것일까요? 굳이 넣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풀어갈 수도 있었음에도 지석의 꿈을 집어넣은 이유는 김병욱 특유의 스타일과 함께 시청자들이 관성에 젖어 자신의 시트콤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진행되어왔던 '하이킥'시리즈들이 허무한 마무리로 이어지며 그 중심에는 허망한 꿈과도 같은 현실과 죽음이 함께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하이킥3'에 대한 기대 역시 누군가는 죽고 다른 측면에서는 허무한 사랑에 울어야만 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지배적인 기우는 결국 '하이킥3'의 이야기를 단순화시켜버리고 시트콤 특유의 재미마저 사라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김병욱 사단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석의 꿈 에피소드는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꿈이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수준의 캐릭터 점검이면서도 새로운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지석의 시각으로 봤던 주변 인물들의 관계들이 적용되어 재해석되었다는 점입니다.
종석과 지원의 관계를 정확하게 모르는 지석에게 둘의 모습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종석이 지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지석에게 지원이 미국으로 간다는 설정은 하선과 세트로 엮이는 문제라는 점에서 그의 꿈은 철저하게 지석이 알고 있는 주변인들에 대한 재해석이기만 했습니다. 진희의 모습 역시 같은 문맥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지석이 알고 있고 경험한 진희는 계상이 알고 있는 진희와는 사뭇 다릅니다. 그리고 진희가 하선 가족과 살면서 보여준 진정성의 모습도 지석은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지석의 꿈에 등장한 진희의 모습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미련 없이 하선과 지원을 버리는 존재로 그려질 수 있었습니다.
철저하게 지석이 바라볼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재해석된 이야기들은 자칫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편견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 역시 그동안 잘못된 시각으로 캐릭터들을 본 것은 아니냐는 의문을 재기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허망한 이별과 죽음을 공항에 배치한 이유 역시 김병욱 스스로 '하이킥2'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신세경이 카메오로 출연해 '하이킥2'를 재해석하는 모습이나 지석의 꿈을 통해 공항 가는 길과 죽음을 배치하는 것 역시 그가 여전히 '하이킥2'의 마지막 엔딩에 대해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백진희를 통해 '하이킥2'가 그저 단순한 발상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강변하던 그는 세경을 등장시켜 '하이킥2'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시간이 멈추기를 바란 것은 그저 속이 울렁거렸던 것뿐이라는 그의 상황 설정은 스스로에 대한 궁색한 변명 혹은 자신의 결정에 비난을 해왔던 시청자들에 대한 시트콤다운 반격이었을 것입니다. 지석의 꿈을 통해 제작진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들은 시청자들이(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앞서 만들어가는 일방적 분위기에 대한 반격이기도 합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둘러 애단 하는 상황들은 분명 이야기를 단순화시키고 재미를 반감시킬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김병욱 사단 스타일의 비꼬기가 지석과 하선의 키스는 모두 꿈 이었어 라는 결과라는 속단을 우습게 만들었습니다. 예측 가능했던 그런 시청자들의 반응과 상상력이 부질없다는 듯 그들은 지석의 시각으로 바라 본 '하이킥3'를 정리했습니다. 지석의 시각은 곧 일부 시청자들의 고정된 시각일 뿐이라는 제작진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이번 에피소드는 시청자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즐겨주기를 바라는 그들의 바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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