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천재의 잔머리가 레이스의 역사를 다시 썼다
나피디의 욕심이 날로 커져가나 봅니다. 마치 하루 종일 <1박2일>만을 위해 고민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당연하게 대단해 보일 뿐이지요. 비 오는 녹화 날 언제나 늦던 은지원이 가장 먼저 오프닝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스스로도 의아한 그는 세수도 하지 않은 채 방송에 나와 무슨 일인지 당황해합니다.
이런 상황은 은지원만은 아니었습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선 강호동은 녹화 장소 앞에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생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서는 그의 모습은 역시 프로다웠습니다. 두 명만이 모인 상황에서 오프닝을 하겠다는 나피디의 이야기에 "다들 그만 두었어요?"라고 되묻는 강호동의 심정은 시청자들의 의문이기도 했을 겁니다.
이런 상항에서 나피디가 꺼낸 이야기는 본격적인 대결 구도가 시작되었음을 알림과 함께 그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과도 같은 도전이었습니다. 지난 여행에서 급조한 듯한 '무섭당'과 '바보당'이 과연 <1박2일>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이번 레이스 결과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바보당'을 대표하는 강호동과 '무섭당'의 당수가 된 은지원은 나피디에 의해 당수로서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받는 자리가 될 듯합니다. 이는 곧 시청자들의 평가와 동일하기에 그들의 활약 여부는 <1박2일>의 전통이자 가장 강력한 재미를 주는 대립구도의 완성을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당에 소속된 멤버들과 함께 하는 순간 첫 번째 미션지령을 하겠다는 제작진의 발언에 강호동과 은지원은 바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이 준비한 차를 타고 멤버들에게 전화를 하며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에 집중하는 사이 '지니어스 은'으로 불리는 은지원은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강호동이 속한 '바보당' 당원인 수근에게 전화를 해서 교란작전을 시작합니다. 강호동에게 절대 속지 말라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은지원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지원을 속이고 자신 소속당원인 엄태웅과 이승기에게 단합을 강조하는 그는 철저하게 교란을 완성하는 지원을 당부하기까지 하는 정교함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던 강호동은 열심히 이수근을 찾아가지만 이미 은지원의 전화에 흔들리고 있음을 알고 "이야~와아~"만을 남발하는 강호동에게 은지원은 절대 근접할 수도 없는 천재일 뿐이었습니다. 지원의 교란작전으로 인해 불신이 팽배해지고 눈앞에 강호동을 보고도 믿지 못한 채 도망만 가는 웃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는 장면만으로도 오늘 <1박2일>의 '바보당vs무섭당'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강호동이 이수근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은지원은 여유 있게 엄태웅과 이승기를 태우고 첫 번째 미션 지를 받고 출발했습니다. 'ㄱㅂㄱㅅㄷㄹㄹㅌㅅㅇ'라는 암호 같은 내용을 단번에 맞춰버린 은천재에 감탄하며 그들은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뒤이어 주어진 미션의 정답인 '고추'도 간단히 맞추더니, 루트가 들어간 선문답 같은 문제도 쉽게 풀어버린 '무섭당'은 브레인의 모임임이 분명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듯 보이는 그들이지만 길눈이 어둡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 되어버렸습니다. 제작진이 제시한 미션을 손쉽게 풀어내고도 정작 목적지에 잘못 들어서며 결과적으로 1시간 이상 뒤쳐졌던 '바보당'에게 추격을 허용했으니 말이지요.
브레인 팀인 '무섭당'과는 달리, 루트에서 막혀 기가 막혀하던 '바보당'이 유리한 점은 탁월한 길눈과 함께 연륜에서 나오는 지략이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비록 무언가를 풀어내는 지식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고 하지만 이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지에 대한 해법은 알고 있었고 이를 통해 브레인이라 자청하는 '무섭당'보다 앞서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만 봐도 이들의 대결 구도는 단순한 '지식대결'이 아닌, 현명함이 앞서는 '지혜대결'임을 알게 해줍니다.
똑똑한 것보다는 현명함이 세상 사는데 이롭다는 말처럼 똑똑한 '무섭당'이 강호동이 이야기를 했듯 '허당짓'을 하고 현명함이 앞선 '바보당'은 더디고 느리지만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처럼 그들을 앞서는 과정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멤버들의 교체로 인해 어수선한 가운데 처음으로 진행하는 대결구도는 이번 여행을 통해 시작과 함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었습니다.
조작설이 다시 한 번 제기될 정도로 소름이 끼치는 그들의 레이스는 <1박2일>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대결이었습니다. 앞서간 이들이 실수해 뒤쳐진 이들의 뒤를 쫓고, 조금 방심하는 순간 다시 역전이 되는 상황. 이런 상황들을 목적지를 눈앞에 둔 지점에서 서로를 알게 되는 과정들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정교했습니다.
깊은 고민을 통해 만들어낸 시나리오처럼 정교하게 맞아 떨어지는 그들의 레이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로웠습니다. 어느 팀이 먼저 도착해 퇴근이라는 환상적인 선물을 받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나피디가 꺼내든 대립구도는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행복한 즐거움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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