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들, 그래서 더욱 애절하다
미대형 이서진과 말없이 강한 쉐프 이선균은 의외의 활약으로 많은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보여준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그들의 모습 속에서 재미를 찾는 것 그것이 '절친 특집'이 거둔 성과이자 의미겠지요. 3회에 걸쳐 방송된 '1박2일 절친 특집'은 여전히 시청자들이 '1박2일'을 사랑하고 있음을 증명해준 특집이었습니다.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인 이동국과 이근호, HOT 멤버에서 솔로로 활동 중인 장우혁과 배우 이선균과 이서진이 함께 한 '1박2일 절친 특집'은 많은 이야기들과 재미를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어색한 만남에서 시작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과 대미를 장식한 족구 경기까지 그들이 보여준 여행의 즐거움은 곧 많은 시청자들에게는 그리움과 아쉬움이 교차하게 만들었습니다.
절친 특집이 흥미로운 이유는 그들의 이런 모습들이 우리가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전히 KBS 측에서는 시즌 제 없이 갈지, 아니면 시즌제로 갈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멤버들이 합류한 새로운 구성원이 정해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나피디와 함께 하는 다섯 남자의 여행은 이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습니다.
기존 멤버들이 남아 새롭게 합류한 이들과 <1박2일>을 지속한다고 해도 변화는 당연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이승기와 은지원만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계속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나피디까지 빠진 <1박2일>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궁금증만 높아갈 뿐입니다.
나피디와 함께 하는 다섯 남자의 여행은 2월 말로 끝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고 새로운 피디가 어떤 모습으로 '1박2일'을 만들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듯합니다. 낯선 출연진들과 조금은 어색해질지도 모르는 몇 번의 여행을 함께 하면 다시 익숙함이 찾아올 테니 말입니다.
'절친 특집'도 이런 그들의 모습과 무척 비슷합니다. 서로는 알고 있지만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면 낯설게 다가오는 그들이 일정한 장소에 모여 함께 여행을 떠나며 친숙한 관계로 성장하는 과정이 마치 나피디 체제의 '1박2일'이 종영을 하고 새로운 피디에 의해 시작되는 것과 유사해보입니다. 낯선 듯 익숙한 그들의 모습을 통해 시간이 치유해주는 익숙함은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말도 안 되는 미션들에 당황해하던 친구들은 반복되는 당황 속에서 어느새 그 역시 익숙함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몸으로 퀴즈를 전달하고 무조건 주어진 음식을 먹어야 하고, 누군가는 남겨져 목적지로 무조건 달려야 하는 이 낯선 방식도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익숙함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인간의 적응력이란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차가운 동해 바닷물에 입수하는 광기 아닌 광기를 보이고 함께 샤워를 하며 친근감을 극대화하는 과정은 '1박2일'이 오랜 시간 지속해온 방식의 속성 판이었습니다. 모든 것들을 망라해 정리하는 듯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1박2일'만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절친 특집'은 단순히 친구들을 불러 함께 하는 특집 수준을 넘어 시청자들에게 그동안 방송된 형식에 대한 정리 개념이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결자해지를 하듯 마지막을 준비하며 여행을 하는 그들에게 '절친 특집'은 그동안의 과정을 모두 함축해 보여는 듯 해서 더욱 애틋하게 다가왔습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은 축구 국가대표 현역 선수들인 이동국과 이근우가 함께 한다는 점에서 족구가 차지했습니다. 눈이 뒤덮인 산골 학교 운동장을 중장비를 동원해 마련한 특별한 코트에서 그들이 벌인 족구 대결은 '1박2일'사상 가장 화려하며 긴박감 넘치는 특별한 경기였습니다.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이는 두 번 다시 만들어낼 수 없는 진귀한 기회였고, 마지막 순간 연이어 등장한 듀스 상황은 경기의 흥미를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최고였습니다. 현역 선수라는 점에서 가볍게 경기에 임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야외 취침까지 걸린 경기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이들로 인해 편하게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이동국의 마음고생은 행동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경기 후 장우혁과 이야기를 하면서 전 국민이 모두 자신을 욕했을 것이라며 우혁도 자신을 욕하지 않았냐고 질문하는 장면에서 그가 '라이언 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던 시절 받았던 아픔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장우혁도 당시에는 왜 그걸 못 넣냐며 욕하기도 했다는 말에 "아마 그랬을 것이다"며 환하게 웃는 이동국의 모습에는 세월이 만들어준 넉넉함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스타선수. 그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야만 했던 그가 진정한 '라이언 킹'이 되어 돌아온 현재 그의 모습에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넉넉함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의 애제자인 그가 국가대표로 화려한 비상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은 그 장면에서 강하게 다가왔습니다.
조금은 낯선 스타였던 이서진이 미대형 혹은 체대형으로 변신한 '1박2일'은 그에게는 특별한 예능이었을 듯합니다. "1박2일은 좋은 프로그램은 아닌 것 같아"라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독설을 내려놓지 않았던 그는 그 엉뚱 함들이 관성에 젖은 예능에는 새로운 캐릭터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낯설고 엉성한 존재는 그가 가진 연예계의 무게까지 더해지는 오묘한 매력으로 다가왔으니 말입니다.
모든 것을 낯설어 하면서도 시키면 다 하는 이 당황스러운 매력을 소유한 이서진의 재발견 역시 '1박2일 절친 특집'이 아니면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장우혁의 엉뚱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그를 잘 모르거나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에게는 새로움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낙오가 되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모습과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 속에서 연륜이 쌓인 스타의 차분함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게임에 임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천진난만함이 여전히 담겨 있었고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승부욕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는 점에서 장우혁 역시 이번 특집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발견일 것입니다. "쉐프~"라고 불리던 배우 이선균의 모습 역시 특집이 낳은 걸출함이었습니다. 엄태웅이 그렇게 사랑하는 친구인 선균은 엉성한 태웅과는 달리, 음식이나 족구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소리 없이 강한 면모를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이런 모든 과정들이 하나로 모여 시청자들에게 흥겨운 만족으로 다가왔지만 허전함을 느끼는 이유는 이런 모습이 마지막을 위한 준비라는 점이기 때문입니다. 설왕설래를 하며 여러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이런 그림들이 더 이상 반복될 수는 없다는 점이 간절함과 함께 아쉬운 허전함으로 다가오는 것이겠지요.
멤버들이 들고나는 것은 어느 프로그램이나 가능한 일이지만 인기 장수 프로그램이 뜬금없이 종영예고 방송을 하는 진귀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 종영을 얼마 남기지 않고 시즌 이야기 혹은 그대로 가겠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방송사의 우매한 선택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호기롭게 '1박2일'을 종영시키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겠다던 그들의 치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현재의 인기에 그대로 묻어 어떻게든 생존전략을 짜겠다는 그들의 몸부림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족구 대결에서 보여준 그 진귀한 그림들과 긴박함과 간절함은 마지막을 향해 가는 '1박2일'이기에 가능한 상황들이었습니다. 언제나 볼 수 있는 평범함이라면 그들의 그런 진중함이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는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몇몇은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 새로운 '1박2일'이 진행되겠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1박2일'은 이렇게 시간과 함께 사라져간다는 점에서 세기의 대결은 더욱 애틋함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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