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완벽한 캐릭터를 구축한 1박2일은 지금부터다
카이저 태웅은 마지막 웃음으로 마무리된 <1박2일-강원도 영월> 여행은 그들의 존재감을 확연하게 드러내주었습니다. 그동안 강호동이 빠진 상황에서 제작진들의 그의 부재를 염려해 다양한 장치들을 통한 여행 자체에 대한 무게감에 방점을 찍었다면 영월 여행은 제작진들의 기교보다는 출연자들이 만들어가는 여행이었다는 점에서 그 변화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1박2일>의 전통이 되어버린 레이스에 이어 외딴 섬과 같은 마을에 들어선 그들은 초창기 여행이 주던 정겨움처럼 가장 낯선 공간에서 자신들을 돌아보는 사색의 시간들을 가질 수 있게 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만이 남아 있는 그곳에는 그들은 그들만의 <1박2일>이 완성되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비까지 내리는 상황 여행의 목적이 휴식을 담고 있기는 했지만 예능이라는 한계는 마냥 쉴 수 있게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 이유를 수없이 되물어야만 하는 직업의 특성상 휴식을 이야기해도 시청자들이 만족해하고 즐거워하는 휴식을 해야 하는 그들에게는 이마저도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제작진들마저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남은 시간들을 효과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은 상황에서 멤버들의 진가는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여행을 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주가 되기에 그들이 행하는 일들이란 특별할 수는 없습니다. MT를 가거나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서 해볼법한 이야기와 놀이들이 그들이 보여주는 전부인 상황에서 골방 올림픽은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김종민이 제안을 하고 이수근이 완성시킨 골방 올림픽은 종이 한 장과 인주만 있으면 충분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 다트 게임이라고 명명된 이 놀이는 인주를 찍고 코끼리 코를 하고 10바퀴를 돌고 다트 과녁을 직접 찍어 높은 점수를 얻는 이가 우승을 차지하는 무척이나 단순한 형식의 놀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놀이 일수록 반전과 변수들이 쏟아질 수밖에는 없는 법이지요. 더욱 예능 방송에서 의외의 변수들이 나오는 이 놀이는 최고의 재미로 다가왔습니다. 10바퀴 회전은 중심 잡기 힘든 상황을 만들어주고 그런 상황에서 타깃을 정확하게 노려 점수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많은 회전에서도 안정된 균형감각을 가져야 하고 고도의 집중력으로 타깃을 노려야 하는 연속된 상황들은 의외로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정상적으로 다트 판을 찍어 점수를 올린 이가 은지원이 유일할 정도로 의외의 난이도를 갖춘 이 게임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보다 업그레이드 된 경기로 진화합니다. 손가락이 아닌 발가락을 통해 경기를 하는 방식은 이승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격 당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순위를 정하겠다며 움직이는 타깃을 노리는 경기는 점점 진화를 거듭하며 시청자들을 흥겹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좁은 골방에서 행할 수 있는 최고의 재미는 <1박2일> 최전성기(?) 시절 엄청난 웃음을 안겨 주었던 게임들이 진일보한 듯한 느낌을 전해주었습니다. 다섯 멤버들의 생생한 날 것 그대로의 모습들이 그대로 전해지며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강호동이 빠진 위기 상황에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이들의 '알아서 잘해요'는 자발적 행위들로 연이어 등장합니다. 휴식시간 식사 후 여전히 배고픈 그들을 위해 이수근은 자신이 멤버들의 행동을 그대로 알아맞히겠다는 제안을 나피디에게 합니다. 탐탐치 않은 제안에 시큰둥하던 나피디를 힘겹게 설득해 벌인 '수근의 즉석 행동 관찰 복불복'은 멋지게 성공하지요. 항상 함께 생활하는 그들의 행동 패턴을 완벽하게 읽은 수근의 눈썰미를 칭찬해줘야 하는 이 행위들은 의외의 웃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스마일 맨인 종민은 어떤 상황이 와도 화도 잘 내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런 그에게 커피를 쏟아도 '아'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괜찮아요" 연발 할 것이라는 수근의 예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실제 상황 속에서도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외치는 종민과 이를 신기해하는 제작진들. 수근은 잠자리 복불복까지 내걸고 은지원의 행동 패턴까지 게임으로 유도합니다.
제작진이 뭔가를 먹으면 은지원은 곧바로 "좀 줘"라고 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 역시 오차가 없었습니다. 작가가 은지원 앞에서 뭔가를 먹기 시작하자 다른 이들과는 달리, 즉각 반응을 보이며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나아가 녹화 중임에도 수시로 신호를 보내며 자신에게도 좀 주라는 은지원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는 흥겨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피디도 두 손 두발 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근의 행동 관측은 그들이 오랜 시간 함께 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부족한 라면을 확보하기 위해 즉석에서 이승기의 신곡 라이브가 펼쳐지고 괜한 트집을 잡는 제작진에게 울컥해진 엄태웅의 도발 역시 흥겨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유정아 피디와 다시 벌어진 토론에서 완승을 거둔 엄태웅은 은근히 유 피디와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이후 자주 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멤버들이 만들어가는 자생 능력 100%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일명 '밀실 추리 특급'으로 명명된 사소한 의문이었습니다. 이승기에게 주어진 미션지가 아침 기상 미션이 끝나는 시점 가지고 있는 이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그 안에는 의도하지 않았던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인해 녹화된 내용을 돌려봐야만 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밀실 추리 특급'은 엄태웅의 재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순둥이로만 인식되던 말도 없던 엄태웅이 위기 상황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어느새 에이스가 되어버린 상황은 흥미롭습니다. 카이저 태웅으로 변모한 그가 이 사실을 알고 경악해하는 제작진들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흘리는 장면만으로도 그들의 새로운 시작은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커다란 하나를 잃었지만 남은 다섯이 모여 그 이상의 시너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1박2일>은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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