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앵커가 자신이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서 공식 사과를 했다. 뉴스를 진행하는 도중 사과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통상 사과할 일이 있으면 자막으로 공지하거나 뉴스 말미에 간단하게 사과를 하는 방식으로 정리하는 것이 지금까지 언론이 보여준 최고의 사과였다.
사과는 용기다;
오보에 대한 분명한 사과, 긴 시간을 들인 진정한 사과는 그래서 아름답다
대선이 점점 가열되는 상황에서 각 당은 매일 발표되는 지지율 발표에 일희일비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지지율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짧은 선거 기간 국민의 표심 향방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부동표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는 없다.
'JTBC 뉴스룸'은 대선 보도를 위해 매일 지지율을 분석하는 코너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들을 동원해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들의 정책들을 분석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그리고 그 과정은 결국 너무 짧은 '장미 대선'에 대비하기 위한 좋은 선택이기도 했다.
대선에 나선 정당에서는 지지율 추이에 대해 비난을 쏟아내고는 한다. 유리하면 좋지만 불리해지면 뭔가 이유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는 자신이 당선되면 리서치 회사 2, 3곳은 없애버리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개인 사업체를 대통령이 마음대로 폐업하도록 할 수 있다는 주장 자체가 얼마나 황당한지 경악스럽기만 하다.
국민의당은 JTBC가 자신들만 비판한다고 주장한다. 방송에 출연해 직접 언급을 할 정도로 심각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은 JTBC가 교묘하게 문 후보를 비판하고 있다는 주장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만 유리하다는 식의 주장은 합리적이라 볼 수도 있다.
각 당은 자신들이 유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런 결과가 곧 공정하다고 확신한다. 합리적인 결과가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에게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 하느냐가 중요한 가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합리적 비판은 사라지고 감정적 대응만 앞서는 것이 문제다.
"잘못을 정정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누구나 무결점, 무오류를 지향하지만, 그것은 신의 영역일 뿐 인간의 영역에서는 수많은 결점과 오류를 겪게 된다. 이것이 단순히 실수라고 말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동안 그 횟수가 여러 차례였다. 게다가 특정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제시된 횟수가 공교롭게 많다는 것은 선거 국면에서는 뉴스의 저의를 의심 받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대선 보도에 임하는 JTBC 뉴스의 신뢰도에 금이 간다면 저로서는 당연히 정정하고 사과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기에 몇 번의 실수가 이어졌을 때 보도국 조직이 크게 각성하지 못한 것은 철저하게 저의 잘못이고 모자람이다"
"엊그제 저에게 어느 40대 시청자분의 메일은 꾸지람과 애정을 함께 담고 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애정은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꾸지람은 소중하게 받겠다"
"분명히 또 있을 잘못에 대해서 또 정정하고 사과드려야겠지만 다만 바람이 있다면 그 횟수가 좀 많이 줄었으면 한다.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손석희 앵커는 '앵커 브리핑'을 통해 자사의 실수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작년 7월에 했던 161년 만에 자신들의 오류를 수정한 뉴욕타임스의 일화를 소개했다며 시작했다. 어찌보면 사소할 수도 있는 철자 오류를 161년 만에 바로잡았다는 것은 중요하다.
뉴욕타임스의 그런 행동은 최소한 자신들의 무결점, 무오류를 지향한다는 자긍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사과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사과를 하는 용기를 보여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CG 오류와 함께 손 앵커는 다시 한 번 지난 날의 영문 오역 보도에 대해 언급하고 재차 사과를 했다. 가장 기본적인 실수는 결국 뉴스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너무 정중하고 심도 깊은 사과는 보는 이들을 숙연하게 할 정도였다.
반복된 실수로 인해 특정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사실에 사과를 했다. 초기 몇 번의 실수가 이어졌을 때 제대로 각성하지 못한 것은 모두 자신의 잘못이고 모자람이라고 자책했다. 시청자가 보낸 꾸지람이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왔다고 했다. 애정이 담긴 질책은 그래서 더 아픈 법이다.
다시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거짓말이다. 실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그 횟수가 많이 줄었으면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실수를 최소화하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언론으로 가치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은 충분히 느껴졌다.
사과는 결코 쉽지 않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잘못을 바로잡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것 역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니 말이다. 기본적으로 우린 실수를 해도 이를 인정하지 못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단 한심한 자기 합리화 때문이다.
언론은 철저하게 그런 자존심만 앞세우고 살아왔다. 더욱 이명박근혜 시대 언론은 충성스러운 애완견 역할만 해왔다. 수없이 거대한 악으로 자리 잡은 언론은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언론은 그렇게 부패한 권력을 비호하고 국가 전체를 위기에 빠지게 했다. 그래서 손석희 앵커의 사과는 아름답다. 결코 쉽지 않은 용기를 내 공개 사과한 그는 결과적으로 언론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 언론의 역할을 다시 이야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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