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통해 소리박사로 널리 알려진 숭실대 배명진 교수를 신뢰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고민하지 않았다. 다양한 언론에서 전문가로 언급되었던 배 교수의 행동이 잘못이라 인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성문 분석이란 일반인들이 알기는 쉽지 않다. 수치를 내세우면 더욱 반박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관성에 의해 배 교수를 믿었던 셈이다.
불가역적 성역;
취재진의 취재를 폭력으로 거부하는 배 교수, 과학자의 기본적 소양마저 의심된다
과학은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한다. 과학의 근간은 영원한 진리는 존재할 수 없음에서 시작한다. 의심하고 분석하고 검증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행위를 우린 과학이라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과학이란 단어적 이해가 아닌 그 과정에서 완성된 과학적 성취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제는 진리였던 명제도 과학적 검증을 통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이 과학이고 과학적 접근이자 분석이고 신뢰 받는 이유다. 누구라도 사실 여부에 대해 과학적 접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을 거부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진실은 존재할 수없기 때문이다. 배명진 교수가 비난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검증 가능한 시스템은 존재하는가? 배명진 교수가 방송에 나오면서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준 것은 수치와 그래프였다. 보통 수치를 내세우면 사람들은 신뢰한다. 그저 누군가 우세하다가 아니라, 몇 %라는 그럴 듯한 수치를 내세우면 믿음이 커진다.
배 교수를 대중들이 믿게 한 것은 바로 화면 가득 등장하는 그래프의 힘이었다. 서울대 출신의 음성학자가 그래프에 나타는 지표를 가지고 설명하는데 이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문적으로 음성학을 연구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그 모든 퍼포먼스는 신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드러난 모든 시스템이 과연 존재할까? 하는 고민이다. 과학적 검증이 가능한 반박할 수 없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면 논란은 벌어질 수 없다. 과학자에게 과학적 근거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배 교수는 그 어떤 근거도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무력을 사용할 뿐이었다.
과학적 근거로 반박하면 될 일을 고압적인 자세로 공격하는 것은 과학자의 모습일 수 없다. 과학자는 연구 결과로 이야기를 하면 된다. 자신의 연구 결과에 문제가 없다면 피디가 아니라 세상 그 누구가 와도 이를 증명해서 반박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배명진 교수는 그 어떤 합리적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저 감정만 존재할 뿐이었다.
배 교수의 사례에서 드러난 의문들. 정유라 목소리 논란은 황당했다. 정유라이거나 친인척일 수밖에 없다며 확신한 영상 속 여성은 정유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공개되었던 최순실 목소리에 대해서도 배 교수는 녹취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명진 교수의 이 주장은 친박 극우단체에게는 중요한 반박 자료가 되었다. 국내 최고 음성학자라 자처하던 자가 최순실 녹취에 오류가 있다니 이 보다 더 좋은 근거는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 제주 김 하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었다.
전화 부스에서 신고를 한 이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그 목소리 주인공을 사망한 김 하사의 상사라고 지목까지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었다. 지명수배를 받고 있어 직접 연락을 하지 못하고 전화 부스에서 전화했다는 실제 신고자. 그 신고자는 배 교수가 지적한 김 하사의 상사가 아니었다.
결정적인 것은 故 성완종 목소리 감정이었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유력한 정치인들(현 자한당)이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처벌을 받은 자가 없다. 폭로한 성 회장은 사망했고, 남겨진 육성 파일과 자료들은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실제 이기수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마지막 통화자였고, 녹음까지 한 당사자였다.
故 성완종 녹취와 관련해서도 이를 부정했다. 'TV조선'에 출연해 이 모든 것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한 배 교수로 인해 이완구는 무죄를 받았다. 물론 이완구 측에서는 배 교수의 전문가적 소견으로 무죄 선고를 받은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법정에서 이완구가 무죄를 받았으니 자신의 자료는 사법부가 증명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총 4천 만원'이라 명기한 배 교수의 소리공학연구소의 녹취와 달리, 이 음성을 들은 거의 대부분은 '한 한 3천 만원'으로 들린다. 전문가는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까지 듣는 신기한 능력이 있는지 모르지만, 이 명확한 사실을 거짓이라고 지적한 작위적 해석은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줬다.
자신은 '노벨상'을 받을 연구 업적을 가지고 있는데 감히 자신을 의심한다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 목소리 나이대를 자신이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 주장했다. 천차만별인 사람 목소리를 규격화 시킬수가 없기 때문이다.
논문 장사를 한다는 기괴한 사이트. 이를 의심한 러시아 교수의 증언은 충격이었다. 자동 논문 작성 프로그램인 '싸이젠'을 이용해 만든 논문을 합격이라며 등록비 250 달러를 내라고 통보했다는 그들은 정말 전문가 집단일까? 한 아이돌 스타의 육성 논란 분석과 관련해 건당 500만원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리고 이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배 교수가 소속된 숭실대는 그 어떤 것도 말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배 교수 못지 않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이는 숭실대는 정말 배 교수의 그간 행태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세간의 의혹을 풀어내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반박하는 것 외에는 없다.
이완구 측이 요구한 故 성완종 육성 파일 분석 결과문은 과학적 근거는 없었다. 수치는 존재하지만 기준을 삼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자신들이 모은 천 명의 목소리를 통해 거짓말 유무를 확신할 수 있다는 주장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증명하지 못하면 이는 과학적 근거가 될 수가 없다. 전문가로서 연구는 하지만 증인 출석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은 스스로 자신의 주장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근거를 요구하는 피디를 윽박지르며 기업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발언하는 배 교수의 행태는 이해할 수가 없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의문을 풀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실험 데이터를 기업 영업 비밀이라 주장하는 순간 과학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배명진 교수가 PD수첩의 취재를 거부하는 대목에 모두 담겨져 있었다. 기괴할 정도로 고압적 자세로 카메라까지 파손하며 저항하는 모습은 평범함으로 다가올 수 없는 대목이었다. 과학자로서 자신이 해왔던 일들에 문제가 없다면 과학적 근거로 의문을 반박하면 그만이다.
수많은 음성 학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배 교수라고 모를 리 없다. 그들이 품고 있는 의문을 과학자답게 과학적 근거로 반박하면 끝이다. 하지만 배 교수는 자신이 노벨상을 받을 거 같으니 다른 사람들이 음해하는 것이라 주장한다. 25년 연구를 한 자신이 전문가인데 누가 감히 평가하느냐는 그 자세가 모든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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