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가 지금처럼 화제를 모은 적이 있었던가? '조선의 아이돌'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며 '이날치 밴드'에 대한 관심은 크기만 하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더욱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조선 후기 명창 이날치가 현대와 만났으니 말이다.
'이날치 밴드'가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참 많다. 그저 단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크로스오버를 해왔던 선구자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통을 지키며 피를 토하며 판소리를 이어가는 이들도 존재한다.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확고하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만 유지하기 위해 고립을 자초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음악이라는 틀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은 오히려 전통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준비한 프로젝트가 '이날치 밴드'를 특별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영상 속을 지배하는 앰비규어스의 독창적인 안무가 크게 한몫했다. 세상을 사로잡은 '범이 내려온다'는 그렇게 다양한 교차점들이 만나 탄생한 명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 준비한 이 영상은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다. 보다 대중적인 감각을 통해 이날치 밴드의 노래만이 아니라 앰비규어스의 안무까지 더해지니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예술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어느 하나에 규정되지 않은 '춤'에만 방점을 찍은 자유도 높은 창의성은 단순히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대중가수 안무가로 시작해 전통 무용을 전공하고, 그렇게 다양한 영역을 확장해간 예술감독인 김보람의 이력만 봐도 이들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명확해진다.
많은 이들은 또 피자 광고에서 이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어찌보면 더욱 강렬하게 '이날치 밴드'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를 조화시켰다는 점에서 피자 광고를 먼저 떠올리는 이들도 존재할 듯하다. 이렇듯 우리는 잘 몰랐지만, 분명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었던 천재들은 그렇게 한순간 반짝이며 실제 곁으로 다가왔다.
'수궁가'의 대목들을 밴드 음악과 함께 절묘하게 연결한 것 역시 신의 한 수다. 난해하지 않고 충분히 대중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이 밸런스는 결과적으로 '이날치 밴드'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판소리 하는 4명과 베이스 둘, 드럼 하나로 구성된 '이날치 밴드'는 그렇게 흥미롭게 대중들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음악.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오래된 이야기가 실제 가능한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반갑다. 멤버 하나하나를 따져봐도 그저 어설프게 급조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존재감을 보인 이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다.
판소리는 어린 시절부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 그대로 어린 천재들이 수십년을 갈고닦아서 올라오는 무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과 다양한 대중음악과 실험적 음악들을 해왔던 음악인들이 하나가 되니 정말 세계적인 음악이 탄생하게 되었다.
'씽씽'이나 '고래야'등 앞선 전통과 현대 음악의 조합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지만 익숙한 이 음악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우리만 애써 우리의 문화를 폄하하거나 아니라고 부정을 했을 뿐이다.
'잠비나이'는 보다 프로그래시브한 음악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한국적 음악을 세계화시켰다는 점에서 이들의 가치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부터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음악을 추구해온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날치 밴드'가 탄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온다'가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지 않았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노래가 '수궁가'의 한 대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전통을 지키면서도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연성은 '음악'이라는 가치로 봤을 때 그 확장성이 무한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할 일이다.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이렇게 빠르게 가능해졌던 것은 많은 이들의 노력이 만든 결과다. 단순히 '이날치 밴드' 하나가 만든 결과는 아니라는 의미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1위를 했다.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
그렇게 외연을 확장하니 다양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튜브 등 전세계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들 역시 이런 파급력을 빠르고 강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날치 밴드' 성공의 한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집스럽게 전통만 고수하는 이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변화를 주려 노력하는 이들 역시 인정 받아야 한다. '이날치 밴드' 소리꾼 중 하나인 안이호가 4시간 '적벽가' 완창 모습을 보면 이들이 왜 위대한지 다시 깨닫게 한다.
'음악'이라는 거대한 울타리 속에서 전통과 진보가 하나가 되어 어우러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렇게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고, 그렇게 변화하면 할수록 전통은 더욱 견고하고 강력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날치 밴드'는 반갑고 소중한 존재다.
'밉'처럼 한순간 짧고 강렬하게 흔드는 유행도 존재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숙성되어 만들어진 그 무언가가 어느 순간 '티핑 포인트'를 만나 강렬한 태풍을 만들기도 한다. '이날치 밴드'는 그렇게 한국의 전통 판소리를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흐름은 또 다른 판소리 밴드와 음악인들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갑다. 문화는 정체되고 고정된 것이 아닌, 살아움직이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날치 밴드'만이 아니라 다양한 크로스 오버를 하는 음악인들과 전통을 지키는 이들 모두가 한국 대중문화의 자양분이자 토대이고 미래라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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