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가치를 새롭게 일깨운 유홍준의 문화유산 답사기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 그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는 것들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가장 사랑스러운 가족 역시 너무 가까운 곳에 늘상 보고 있다는 이유로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듯 우리 주변에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경우 가족처럼 익숙하면서도 그래서 소홀해지는 존재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의 미'를 찾아 떠나는 그들의 여행은 의외로 흥미로웠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장소가 그렇게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그들의 여행은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너무나 자주 봐서 굳이 찾아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그들이 떠난 '경복궁' 여행은 우리가 얼마나 우매했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으니 말입니다.
100년 단위로 역사를 깨닫게 하는 유홍준 교수의 짤막하지만 굵직했던 역사 공부는 역사를 버리려는 우리에게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역사 교육을 소홀히 하거나 점수만이 전부인 교육정책은 역사란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상황에서 역사의 중요성은 점점 사라져가기만 합니다.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결코 강성한 민족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일제 강점기와 함께 역사를 버리려는 위정자들로 인해 대한민국의 역사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역사에 대한 가치를 발굴하고 해석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1박2일'이 떠난 '경복궁' 여행은 다시 한 번 우리 역사에 대한 가치를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너무나 일상적이라 경복궁에 놀러 가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생각하는 그 공간이 이토록 아름답고 가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그들의 여행은 경이로웠습니다.
유홍준 교수가 하버드대 라이샤워 교수의 '동 아시아' 서문에 밝힌 대한민국에 대한 가치 이야기는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의 가치를 다해주었습니다. 너무 작아 미국의 미네소타 주 정도의 크기라고 놀림을 받는 이 공간은 결코 작은 공간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한국은 절대 작은 나라가 아니며 동아시아 역사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보면 미네소타가 아닌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를 합한 것과 같은 크기이다 는 이야기는 우리가 그동안 스스로를 경시해왔던 사실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시각으로만 바라본 세계관이 주입되어왔던 우리에게 크기에만 경도당한 가치관은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경복궁의 모서리인 '동십자각'의 가치와 광화문에 대한 너무나 당연하지만 미처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던 의미들은 보는 이들을 처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가치들을 지닌 문화유산이 그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음에도 스스로 무시하며 살아왔다는 점은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도심 속에 존재하고 있는 궁의 가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어서 우리의 관심밖에 있었습니다. 이승기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의미를 몰랐다고 하듯 어느 궁의 하나 정도로만 취급당했던 광화문의 이해와 함께 그 거대한 궁 안에 담겨 있는 소중한 가치들을 예능에서 역사 교육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자금성보다 25년 전에나 먼저 지어진 궁이면서도 마치 우리가 자금성을 보고 지은 것으로 비하되었다는 점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해집니다. 거대한 땅덩어리만큼 거대함으로 승부하는 그들과 비교해 경복궁의 규모가 작을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담겨진 대단한 가치들은 '1박2일'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엄숙한 궁에서 어울리지 않는 유머 감각이 넘치는 조형물과 조상들의 지혜를 그대로 엿볼 수 있게 하는 근정전 '드므'의 섬세함과 강녕전 굴뚝에 숨겨진 의미 등은 얼마나 과학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열손실을 최소화시키며 난방 효과를 극대화시킨 굴뚝의 의미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했지만 그 외벽에 만들어낸 전서체 글자의 가치는 예술성까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상들의 대단함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국가의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 연회를 베푸는 경회루의 가치는 경복궁의 최고 가치를 보여주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인공연못을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도록 만든 설계의 미학은 600년 전에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들어가기 힘든 경회루에 올라선 그들에게 유홍준 교수가 내준 마지막 문제는 경복궁이 왜 위대한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낙양각을 액자로 해서 주변의 경치를 모두 품어낸 운치는 조상들의 지혜와 예술적 가치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어떤 그림으로도 자연을 이길 수 없다는 점에서 있는 그대로 변화하는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해준 '낙양각'은 유홍준 교수의 말처럼 최고의 그림 그 자체였습니다.
경복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 중 하나는 '근정전'의 설계에 담긴 의미들이었습니다. 바닥을 얇은 돌(박석)로 설치해 정교한 건물과 자연스러움을 조화시킨 미학에 북악산과 인왕산을 모두 품고 있는 '근정전'의 가치는 그동안 미처 알 수 없었던 매혹이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치수는 도시에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과거에 지어진 이 공간이 주는 지혜는 현대인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었습니다. 높이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러운 배수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예술적인 가치로 다가온 박석의 숨겨진 비밀은 바로 그 박석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가치였습니다.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 와서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은 '박석'이 단순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배수마저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옛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인위적인 배수로를 만들지 않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모습은 인공물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현재의 위정자들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인공적인 수로를 만들어 그것이 아름다움의 최고 가치로 외치는 존재들이 이제는 거대한 자연을 파괴하며 4대강 공사를 강행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6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에도 자연을 그대로 활용하는 미덕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토건업자들만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를 포장하는데 여념이 없는 위정자들의 모습은 한탄스럽기만 합니다.
세계적으로 따져도 아니 동아시아로 국한해서 이야기를 해도 중국과 일본에 비해 역사에 대한 공부와 연구가 미흡한 게 대한민국이라 합니다. 역사 연구를 하려는 이들이 겨우 명맥을 잊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역사 연구가 힘겨워지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한다고 비판을 많이 하지만 일본만큼 국가와 국민들이 역사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공부하는 이들이 없다는 점은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만 할 것입니다. 그들의 왜곡된 역사관에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하지 않기 때문 일 것입니다.
경주 여행에 이어 서울 역사 여행을 통해 보여준 나피디의 '1박2일'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1박2일 시즌2'에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승기와 은지원이라는 절대 강자가 빠진 상황에서 나피디가 만들어낸 이 탁월한 가치를 지닌 특집들은 시즌2를 이끌어야만 하는 그들에게는 큰 부담 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전작에 비해 성공적인 가치와 재미들을 만들어야만 하는 그들에게 유홍준 교수와 함께 하는 '문화유산 답사기' 넘을 수 없는 절대적인 벽으로 다가왔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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