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픈 이야기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고 웃긴 상황극들이 지속되다 4회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하듯 오열하며 포옹한 해인과 현우의 모습은 애절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해인이 기억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은 서로의 진심이 통했을 때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오해가 사랑을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하죠. 해인은 현우가 자신의 휴대폰을 찾는 이유를 그저 자신을 챙겨주기 위한 행동이라 생각했습니다. 현우로서는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누나가 보낸 문자를 해인이 보게 되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동상이몽인 상태에서 해인은 더는 참지 않겠다 다짐했습니다. 지금까지 왜 용기가 없었는지 새삼 깨달으며 현우에게 키스를 퍼붓는 모습은 강렬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결혼 3년 차임에도 이런 감정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과거가 분명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4년 전 열애 시절 싱글 침대도 좁지 않을 정도로 꼭 껴안았던 그들이지만, 결혼 후 한 사건 이후 킹 침대를 써도 좁아 보였고, 각방을 써도 그 불편한 거리는 좀처럼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렇기에 시한부 판정을 받고 그동안 하지 않은 것들만 하겠다는 해인은 비로소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해인과 달리, 현우는 문제의 문자를 지우기 위해 기웃거리지만 좀처럼 틈이 나지 않았습니다. 해인은 그저 자신과 함께 하고 싶은 행동이라 착각했고, 샤워를 마치고 나온 자신의 방에 현우가 있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반가운 마음이 만든 놀라움이었죠.
그냥 나오는 대로 변명을 하다 겨우 빠져나온 현우는 아내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찾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설마 하는 마음에 누른 번호는 1031이었습니다. 이 번호가 특별한 이유는 이들의 아이가 태어날 날이었기 때문이죠.
임신 사실을 알고 둘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이 방을 최고로 만들기 위해 분주했던 이들에게 찾아온 것은 유산의 아픔이었습니다. 이들이 각방을 쓰고 점점 멀어진 이유는 결국 아이를 잃은 후로 추측됩니다. 누구의 잘못일 수 없지만, 소중한 아이를 잃었다는 자책은 둘 모두를 힘겹게 만들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해인이 얼음 공주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 존재합니다. 재벌가 딸로 태어나 학교에서도 친구 사귀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학생 시절이라 해도 재벌가 딸이란 사실을 알고 쉽게 접근해 맘 편히 우정을 나눌 친구 사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말이죠.
더욱 해인이 고등학생 시절 자신의 오빠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미 해인이 부모가 그 사건과 관련해 언급한 일도 있었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하지만, 그 사건을 두고 학교에서는 해인이 오빠를 죽였다는 식의 소문도 난 상황이었습니다.
쫓기듯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만 했던 해인은 공교롭게도 그곳으로 전학 온 현우와 만났습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에서 울던 해인에게 손을 내밀어준 이가 바로 현우였습니다. 둘 모두 서로 그렇게 만났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만큼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 둘을 연결시켜 주는 물건이 현우 집에 존재했습니다. MP3 플레이어를 운동장에 흘리고 떠난 해인과 이를 주워 여전히 간직하고 있던 현우. 그런 현우 방에서 찾아 음악을 듣는 해인의 모습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그 음악이 과거의 추억을 불러왔고, 그건 행복보다는 오빠의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요소로 작동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휴대폰 문자 사건에 이어 현우 에피소드는 줄지어 나왔습니다. 그 과정을 절친인 양기에게 모두 이야기를 해주죠. 하지만 양기가 보기에는 현우의 그 행동은 해인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진짜 사랑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행동들이니 말이죠.
정작 당사자들은 내외하던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인정하기 어려울 뿐인 것이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도 빠르게 오르다 넘어진 해인을 보고 백화점이 떠나가라 "조심해"를 외치다 엉겁결에 사게 된 운동화는 선물이 되었습니다.
운동화를 사기 위함이 아닌, 갑작스러운 고함을 감추기 위한 결과였지만 해인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고가의 명품들만 사는 해인에게 절반 할인하는 운동화는 엉뚱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연애 시절 쭈쭈바를 마음껏 먹으라고 했던 현우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말입니다.
헤르키나를 유치해야만 1조 클럽 달성이 가능한 중요한 자리에도 해인은 남편이 사준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더욱 현우가 임기응변으로 했던 편안함을 동행하는 은성에게 해줄 정도로 해인은 남편을 사랑합니다. 사랑하지만 표현할 수 없는 시간만 존재했을 뿐이었죠.
그 자리에서 해인은 은성의 조언을 통해 입점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헤르만 회장이 바람을 피우고 있고, 이를 이용해 입점 약속을 받은 것은 반칙이죠. 이 과정을 통해 은성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실제 은성은 은밀하게 퀸즈그룹을 빼앗으려 준비 중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퀸즈 장학생이었던 은성은 그때부터 그런 꿈을 꿨는지 모릅니다. 그가 한국으로 돌아오고 헤르키나 헤르만 회장을 서울로 이끈 것도 퀸즈클럽에 좀 더 가깝게 가기 위함이었습니다. 여기에 그레이스 고가 해인의 어머니 선화를 교묘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모슬희가 어떤 존재인지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은성 패거리와 함께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철저하게 회장을 통제하며, 가족들과 거리를 벌리는 슬희는 어느 순간 퀸즈그룹을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죠.
큰아들과 만나는 것도 막고 있는 것은 모슬희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큰아들의 사과를 받으라 하지만, 교묘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회장 대만을 가스라이팅을 해왔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시점을 노리고 있는 중이죠. 은성 패거리가 임원들에게 투자 명목으로 퀸즈그룹 주식을 받는 것은, 이를 통해 주주로서 회장 자리를 차지하려는 노림수로 보입니다.
친구 양기와 함께 있는 와중에 해인이 당신이 좋아할 일이 생겼다며 빨리 오라는 말에 '땅콩빵'을 사들고 가는 현우는 분명 사랑둥이입니다. 해인이 내민 봉투에 현우는 내심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해인이 치료될 가능성이 51%라는 유럽 한 병원의 답장이었습니다.
현우가 정말 이혼하고 싶었던 것은 해인이 싫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퀸즈가 사람들과의 괴리감과 어쩔 수 없이 형성되는 벽을 넘어서기는 어려웠습니다. 지독할 정도로 힘겨운 이곳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현우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헤르키나 입점을 위해 은성과 함께 회의를 하는 상황에서 현우는 질투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이런 현우의 모습에 해인은 즐겁기만 했습니다. 질투란 자신을 좋아한다는 표현이기 때문이죠. 이런 해인의 행복은 현우 시골집까지 가게 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현우 누나인 미선과도 톡을 텄고, 시아버지가 이장 선거에서 위기에 처하자 와달라는 말을 듣자 한달음에 찾아왔습니다. 해인의 등장으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재벌가 며느리가 주는 이 강력한 응원에 시아버지는 행복할 수밖에 없었죠.
해인에게 현우 집은 안락함과 평온함을 선사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우연히 현우 방에서 MP3 플레이어를 발견한 해인은 햇살이 가득한 평상에서 음악을 듣는 그 순간이 최고의 행복이었습니다.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음에도 조카를 처음 본 해인은 호열이 원하는 차를 마음껏 타도록 해줬습니다.
시골길에서 해인이 흙투성이 상태로 헤매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엉망이 된 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해인은 다시 기억을 잃었던 것이죠. 해인이 시골집에 왔다는 엄마 말에 한달음에 달려온 현우는 집에 있다는 해인을 찾아 헤맵니다.
날이 저물 때까지 작은 시골 마을을 자전거로 뒤지던 현우는 해인을 발견하게 됩니다. 엉망이 되어버린 옷을 보고 현우는 걱정스러워 격한 반응을 보였죠. 이런 상황에 해인 역시 강하게 발언하며 맞받아쳤습니다. 서로 걱정하지만 서툰 발언은 오해를 만들어 이런 지경까지 만들었습니다.
돌아서가는 현우에게 해인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냈습니다. 무서웠다고 말입니다.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며 우는 해인에게 달려가 안고 함께 우는 현우는 지켜주고 싶습니다. 이혼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해인을 지키겠다는 다짐입니다.
에필로그에는 이들이 처음 만난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외고에서 미국으로 유학 가려는 해인과 전학 와 학교에 들어가던 현우는 운동장에서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남겨졌던 MP3 플레이어는 해인이 떨어트리고 간 물건이었습니다.
그걸 이용해 음악을 듣고 해인이 갑작스럽게 기억을 잃은 것은 어쩌면 그날의 기억을 깨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해인의 스모그처럼 가득한 머리를 맑게 만들 수 있는 것은 그날의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두 죽음이 현재의 해인의 상태를 만들었다고 생각됩니다. 오빠의 죽음과 뱃속에서 이별을 고한 아이까지 모두 해인의 잘못으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 누구도 자신을 이해해 주는 가족이 없었고, 해인 역시 오빠를 잃은 부모에게 자신의 이런 마음을 드러낼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인은 언제나 곁에 있겠다는 현우가 좋았습니다. 실제 현우는 해인이 가장 필요로 할 때 현우가 곁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이혼을 넘어 이제 진짜 사랑을 통해 해인을 살릴 수 있는 현우의 행동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현우의 진짜 사랑의 힘이 곧 해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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