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회이자, 진짜 사회를 적응하기 전 다양한 형태의 경험치를 쌓는 곳이 바로 학교라는 곳입니다. 학교 생활이 힘겨웠던 이들에게 사회생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학 역시 보다 큰 의미의 고등학교일 뿐인 이 사회에서 학교라는 공간은 기묘한 장소처럼 인식되기도 합니다.
피라미드 구조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절대 가치이기도 합니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구조는 마치 황금률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느 조직을 가도, 심지어 가족 간에도 이 피라미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가 던지는 화두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피라미드 게임을 알리기 위한 녹음 파일을 공개하려는 순간 하린은 강력한 무기를 꺼내들었습니다. 만약 파일을 공개되면, 아버지는 나락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기사로 작성된 파일을 수지에게 보냈습니다. 이 상황에서 수지는 파일을 모두 삭제했을까요?
하린이 수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모습은 광기로 다가왔습니다. 도무지 이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이렇게 죽자 살자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린은 자신이 피라미드 게임을 통해 원하는 것은 균열과 배신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수지과 친구들이 산산조각 나는 것이라고 하죠.
예림은 자신이 데뷔조에 속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반가웠지만, 은정으로 인해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하린 앞에서 무릎 꿇었던 은정에게 화가 났습니다. 은정이 자신을 위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자신을 믿고 보다 당당해지기 원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은정은 한 수 더 나아가 수영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하린이 서핑 보조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은정이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예림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예림은 더욱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하린은 각계격파를 하듯, 수지가 형성한 반대파들을 제거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을 공략해 배신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런 하린이 위기에 처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수영장에서 하린에게 버림받은 우이가 등을 밀어버렸습니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하린은 갑작스런 순간이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기억합니다. 우이가 자신을 미는 것부터 시작해, 그렇게 물에 빠진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 중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자신을 위해 아무런 망설임없이 뛰어든 이는 자은이었습니다. 발견하는 순간 바로 물에 뛰어든 자은을 시작으로 여러 명이 뛰어들이 하린을 구할 수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도 하린은 오히려 자은에 대한 분노만 커졌습니다.
하린이 직접 언급했듯, 자신이 피라미드 게임을 만든 이유는 자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자은과 하린은 앞서 나왔듯, 어린 시절 친구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뜬금없이 담임이 게임을 하자며 내민 것이 바로 '피라미드 게임'이었습니다.
교사는 재미이고 장난이라 했지만, 이 게임에서 진 하린은 친구들 놀림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런 왕따 게임을 제안한 교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기만 했습니다. 경제와 정치적 감각을 깨우는 수준의 교육적 과정이라면 모를까 노골적인 왕따 만들기 게임을 제안했으니 말입니다.
이 상황에 하린이 자은을 증오하게 된 것은 친구들에게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바라보기만 했다는 겁니다. 적극적인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리고 친구를 도우려는 행동을 자은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더 큰 잘못을 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충격으로 소은이란 이름에서 하린으로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하린의 주장과 달리, 자은만이 아니라 피라미드 게임의 최대 희생자는 자퇴한 조우리입니다. 지독한 괴롭힘을 당하고 자퇴까지 해야 할 정도였던 우리는 무슨 이유로 그런 학대를 받아야 했을까요? 방에서 나오지도 않은 채 하린이 아닌 예림을 스토킹 하는 이유 역시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부산으로 학교 여행을 간 상황에서 하린은 자은 어머니를 숙소로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어머니가 사온 딸기를 짓밟는 하린의 행동은 이미 도를 넘어섰습니다. 수지에게는 아버지를 협박해 자은을 배신하도록 하고, 자은에게는 어머니를 들먹이며 수지를 배신하라 요구하는 하린의 짓은 최악입니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풀로 가장 먼저 뛰어든 자은의 행동이 오히려 더 분노를 일으켰다며, 친한척 친구인척 하는 꼴이 더 밉다는 하린은 왕따 당하던 초등학생 시절에서 전혀 자라지 못한 아이일 뿐입니다. 여행까지 온 상황에서 하린은 게임을 제안합니다.
피구 게임에 이어 이번에는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탈락자들 중 하나가 F가 된다는 것이었죠. 이 게임을 제안한 것은 수지와 그 친구들을 고립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강제적으로 거수를 시키고 게임을 거부하지 못하게 만든 상황에서 예상된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지를 시작으로 재형과 자은, 지애, 은정까지 다섯 명이 F등급 후보자가 되었습니다. 하린이 세운 이 계획의 핵심은 우리 반에는 F가 있어야 안전할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F등급이 없어지니 누구라도 F가 될 수 있다는 불안에 빠지니, 예전처럼 F를 만들어 편하게 지내자는 것이 하린의 논리입니다.
이 논리는 아주 유명하고 익숙한 방식이죠. 실제 현실에서도 익숙하게 적용되고 실제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나만 아니라면 누군가 희생해 편안해질 수 있다면, 이런 불합리를 용인하고 살아가는 것이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친구를 밀고할 수록 F등급에서 멀어질 수 있다며 이를 죄수의 딜레마라는 은별의 행동은 밉상 그 자체입니다. 하린을 마음속에서는 조롱하지만, 그가 가진 힘을 이용하기 위해 비굴함을 익숙하게 사용하는 은별 역시 우리는 살면서 너무 손쉽게 흔히 보는 인물 군상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밀고해야 형이 가벼워지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지애는 자신이 친구를 배신했다며 스스로 페인트 총을 쏩니다. 자멸을 통해 자신이 생각만 해도 두려운 F등급을 자처한 모습은 모두를 흔들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수지는 하린을 붕괴시키는 방법을 택합니다.
사실 하린에 협박 받았던 이들은 전날 모여 논의를 했었습니다. 솔직하게 자신들이 하린에게 어떤 협박을 받았는지 밝히고, 반격에 나섰습니다. 지애의 용기를 본 수지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눴고, 그런 모습에 다른 친구들도 같은 행동을 했죠.
하린이 공을 들여 만든 딜레마 속 상황을 수지와 친구들을 웃으며 넘겨버렸습니다. 이는 하린을 더욱 조바심 나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제일 악질로 다가오는 은별은 하린 눈밖에 난 다연을 부추겨 은정을 폭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은정은 못에 찔리게 되며 병원까지 실려갑니다. 악의적으로 은정 무릎까지 쓰지 못하게 만든 다연으로 인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부모들의 힘은 이 사건마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들 정도였습니다.
교사까지 나서 사건을 은폐하는 행태에 수지는 학폭위를 언급할 정도였습니다. 담임은 오직 돈만 바라는 치졸한 인간일 뿐입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뒷돈을 받아 챙기는 그는 교사라는 직업을 민망하게 만들 정도의 속물입니다.
하린은 아이들 앞에서도 담임의 발을 밟고 제발 조용히 하라고 혼을 낼 정도입니다. 돈 많은 하린에게는 감히 대항도 하지 못하는 그런 자가 교사라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이 역시 드라마이기에 나올 수 있는 꾸며진 상황이 아닌 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은정은 더는 선수 생활을 할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학교는 철저하게 이 사건을 은폐했고, 가해자 다해는 그저 일주일 학급 청소가 벌일 뿐이었습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던 수지는 '피라미드 게임'처럼 인터넷을 이용해 세상에 알렸습니다.
아무리 어른들이 숨기려해도, 아이들에게 입소문이 나면 모두가 알 수 있는 세상이 됩니다. 이런 수지의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됩니다. 하린은 김다연 처벌식으로 자신의 힘을 보여주려 했지만, 수지가 퍼트린 진실은 아이들 사이에 화제가 됩니다.
이 흐름을 읽은 도아가 아버지에 알리며, 공론화되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다연은 전학을 가게 되는 신세가 됩니다. 그렇게 분노하고 있는 다연에게 돈을 요구하는 담임의 파렴치한 행태는 참 황당하기만 했습니다. 담임 앞에서도 자기 딸을 분노해 폭행하는 그 아비라는 자도 인간은 아니었습니다.
다연이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사실에 하린은 분노하죠. 자신의 아버지 앞에서도 담배를 피우며 조롱하는 하린은 자기 자체가 아버지의 약점이라는 말로 압박합니다. 하린이 느끼는 아버지에 대한 반감 역시 어린 시절 왕따 때문인지도 아직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어머니 앞에서도 당당하고, 오히려 다연이 다시 돌려놓으라고 분개하는 하린을 막을 자는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이 집안의 끝판왕인 하린 할머니이자 백연그룹 회장인 초순 앞에서는 그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할머니가 손녀를 무척이나 아끼고 이뻐하지만 모든 것을 용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니가 멀텅하게 굴지만 않는다면 뭐든 해준다"는 초순의 발언은 두렵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자기 아들이자 하린의 아버지마저 '멀텅'하다는 이유로 맘에 들어하지 않는 할머니가 이 발언을 했다는 것은 경고입니다. 아무리 아끼는 손녀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내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분노한 하린으로 인해 자인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왕따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수지 아버지에 대한 무고에 가까운 기사는 그렇게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광분한 하린의 행동은 할머니로 인해 더욱 광폭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정심을 잃은 이 감정은 결국 자멸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분노는 자신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단발머리로 들어선 하린과 어느 날 갑자기 달라진 자은의 행동에는 뭔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아리 오빠인 승화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수지와 친구들 폰에 녹음 장치를 심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자은과 하린이 나눈 대화를 알 수 있게 되었죠. 하린은 자은에게 네가 F가 되어야 한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수지를 학폭 가해자로 만들어 평생 망치게 만들겠다 협박했습니다.
자은이 갑자기 수지를 외면하려 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역으로 하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며 끝을 봐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됩니다. 수지는 피라미드 게임을 파괴하고 하린을 무너트리기 위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학급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듯, 백하린은 금이 갔고, 우리는 우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앞세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게임'이라는 하린의 주장에 맞춰 우리 모두의 게임이 안 되면 피라미드 게임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지가 적은 쪽지에 반응한 아이들이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는데 동조하게 되고, 그렇게 13명이 모여 투표일 모두 투포에 참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피라미드 게임은 파괴됩니다. 그렇게 디데이는 다가왔습니다. 그날은 '백연여고 축제'가 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데뷔조에 든 예림의 축하 공연이 펼쳐지고, 화려한 무대는 모두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무대를 마친 예림은 서글피 울었고, 교실에서 쓰러진 채 구급차로 옮겨졌습니다. 학교 축제에 등장한 탈을 쓴 자가 아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리가 예림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행동은 피라미드 게임 자체가 파괴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여기에 하린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하린의 이 놀이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일어나며 몰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동하게 됩니다.
남은 두번의 이야기 속에서 과연 하린의 피라미드 게임은 무너지게 될까요? 아니면 하린의 피라미드는 더욱 거대하게 고착화될 수밖에 없을까요? 수지와 그와 함께 하는 친구들은 과연 이 피라미드 세상에서 경쟁이 아닌 협력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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