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돈이 많아도 불치병에 걸리면 생명을 살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진시황이 영원한 삶을 위해 불로장생의 뭔가를 찾도록 요구한 것 역시 인간의 욕망이자, 유한한 삶에 대한 역설이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정해진 수명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것이죠.
퀸즈의 여왕인 해인은 어느 날 불치병에 걸렸다며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아픈 적도 없던 그에게 찾아온 이 날벼락같은 상황은 오직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과정이 됩니다. '눈물의 여왕'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겁니다.
해인에게는 잔인한 기억이 존재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오빠의 죽음과 결혼 후 얻은 아이를 유산한 기억은 현재의 해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지독한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해인은 혼자였고, 가족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현우 아버지를 위해 하지 않던 행동을 한 해인은 그곳에서 다시 기억이 단절되었습니다. 자신이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헤매는 그를 찾은 것은 현우였습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그곳에서 해인과 현우를 찾아 헤맨 이들은 가족이었습니다.
해인은 현우 가족들이 정신없이 자신들을 찾는 모습에서 감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살아오면 경험해보지 못한 그 가족애를 처음으로 느꼈기 때문이죠. 하지만 철저하게 감정을 통제하는 방법에 내몰려 살아왔던 해인에게는 그런 감정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고장 난 헤어드라이어기로 인해 현우가 해인의 젖은 머리를 말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이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달콤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그들의 감정선은 계속 끊깁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두 사람이 분위기에 이끌려 키스를 하려는 순간 무산된 것이죠.
현우가 이 상황에서 나가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해인에게 "먼저 자"라고 문자를 보낸 이유는 뭘까요? 방에 있던 해인은 현우와 좋았던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나간 현우의 행동을 이해해보려 노력했고, 문자도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홀로 남겨진 자신이었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은 해인은 항상 혼자였다는 겁니다. 오빠의 죽음 후 해인은 마치 유배라도 당한 듯 미국으로 보내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해인은 그렇게 퀸즈의 여왕이 되었고, 우연이지만 필연적으로 자신과 정반대에 있는 현우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여전히 현우와 해인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고등학생 시절 둘은 같은 학교 운동장에서 잠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흘리고 간 해인의 MP3를 여전히 현우는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들은 후 해인은 기억을 잃었습니다.
해인의 그 망각 증세 기저에는 오빠 죽음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전히 해인 오빠가 왜 어떻게 죽었는지 자세히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상황이 모두 드러나면 해인의 그 지독한 고통도 해소될 수 있겠죠. 해인이 그날 이후 현우에게 더 냉정하게 행동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자신을 혼자 내던져버린 현우가 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자였던 해인이 진짜 둘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으로 했던 결혼이었습니다. 그만큼 현우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둘이 멀어지게 된 이유가 5회 드러났습니다.
아이를 가지고 너무 행복했던 둘은 아이방을 꾸미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유산 후 해인은 아이방을 모두 치워버렸고, 현우는 그걸 막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비워진 아이방을 현우가 들어가게 되며, 자연스럽게 두 사람은 각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현우는 보다 직접적이고 감정적으로 아픔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해인은 자신의 잘못으로 소중한 아이를 잃었다는 생각에 더 냉철한 척 했을 뿐이었습니다. 일에 집착한 해인은 유산을 했고, 그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 생각해 더 냉정한 척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아이 잃은 엄마였을 뿐입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겨우 서럽게 감정을 털어내는 존재였습니다.
솔직하지 못한 자존심만 내세웠던 두 사람이 점점 멀어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상대가 나를 알아주기 바라지만,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는 겁니다. 쏟아지는 비로 자신의 어깨 반쪽이 전부 젖고 있는 상태에서도 해인만 살뜰히 챙기는 현우 모습에 감동해야 하지만, 해인은 화를 냈습니다.
해인이 살아온 삶에서 이런 배려가 형식적 행동 양식이기는 해도 진심과 사랑을 담은 경우는 없습니다. 해인은 현우의 이 사랑이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은성은 해인의 집에 들어왔습니다. 해인 어머니인 선화가 아들 철수를 위해 은성을 집에 들인 것이죠.
은성으로서는 이 모든 것이 준비된 과정이라는 점에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어린시절 고아였던 자신과 달리, 모든 것을 다 가진 해인을 그때부터 좋아했던 은성입니다. 하지만 감히 넘볼 수 없었던 공주님이 어느 날 결혼을 했습니다. 다시 빼앗기 위해서는 그들의 모든 것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런 은성과 패거리들에게 눈엣가시는 바로 현우입니다. 현우와 해인이 각방을 쓰고 있고, 현우가 이들 집안 사람들을 무척이나 싫어하지만 옳은 말을 한다고 했습니다. 현우를 싫어하는 것 같은 해인이지만 남편의 말은 듣는다는 그레이스 고의 말이 중요합니다.
회장도 현우 말은 듣는단 의미는 은성에게는 제거해야만 하는 존재이지만, 퀸즈그룹을 구하고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집안에서 정상적인 존재는 재미있게도 엉망인 고모 홍범자입니다. 모슬희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존재이니 말이죠.
모슬희를 때려 구치소까지 같던 범자이지만, 식당에서 오히려 맞는 장면은 중요합니다. 은성이 정체를 드러낸 후 슬희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그 오랜 시간 침묵으로 홍만대 회장 옆에 있던 슬희는 이전 장기에서 이기는 모습을 시작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중입니다. 그 절정은 범자를 완벽하게 제압해 폭행하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은성은 해인이 어머니와 싸우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이들 관계성은 은성에게는 중요합니다. 약점을 찾아 이들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은성이 이 둘이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게 된다는 겁니다.
해인 오빠 죽음의 진실을 은성이 가장 먼저 발견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런 진실은 퀸즈그룹을 무너트리는 이유가 아닌, 이들이 뭉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악이 오히려 선을 만드는 역설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모슬희로 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던 범자는 조카가 뇌전문의를 만난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해인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합니다. 친구가 뇌종양을 이겨내고 잘 살고 있다며 조카를 다독였지만, 뒤늦게 연락해 보니 그 친구는 재발되어 사망했다는 소식에 오열했습니다.
해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은 퀸즈가에서 유일하게 은성과 모슬희를 막아낼 수 있는 인물들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해인은 남편과 독일에 함께 가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감정선이 고착화된 시간은 이들을 그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범자는 해인이 홀로 병 치료를 위해 독일에 간 사실에 현우를 찾았습니다. 현우는 양기에 낚시를 와서도 넋이 나가 있었습니다. 분명 기뻐할 일이지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진짜 감정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해인이 인터뷰한 장면을 보던 현우는 더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해인의 인터뷰에서 현우는 알 수 있는 본심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그렇다면 좋겠죠"라는 해인은 현우와 함께 평범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 했습니다.
치료 가능성이 51%라는 독일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봤지만, 치료가 현재는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해인에게는 3개월이라는 시한부 삶이지만, 의사들은 기다려 보라는 말만 합니다. 이 잔인한 현실 속에서 해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공항에서 해후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 모습이었습니다.
신혼여행지 중 하나인 성을 다시 찾은 해인은 여왕의 무덤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듯합니다. 높은 굽의 구두로 인해 다리가 아픈 해인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현우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곳에서 현우가 자신을 찾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에 이젠 환청도 들린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해인 앞에 등장한 현우는 운동화로 갈아 신겨 줍니다. 그러면서 현우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아냐며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고 타박하는 현우는 더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현우의 이런 행동에 해인도 더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매일 울었다는 현우와 혼자 있고 싶지 않았다는 해인의 눈물은 뜨거운 키스로 이어졌습니다. 이 키스는 이들이 4년 전 뜨겁게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우 누나인 미선이 드라마 흉내 내며 인턴이라는 해인을 찾아와 돈봉투를 주며 헤어지라고 하는 장면 속에서도 둘은 뜨거웠습니다. 현우가 좋아하는 여성 스타일이 따로 있다는 말에 발끈했던 해인의 모습에는 사랑이 가득했으니 말입니다.
해인의 시한부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독일에서 치료가 불가하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세포가 현재 시점에서는 불안정해서 힘들다고 언급한 부분에 주목해야 합니다. 해인이 지독한 두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씻어내면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건 곧 이 드라마가 해피엔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입니다.
본격적으로 현우를 내보내려는 은성이 어떤 짓을 벌일지 궁금해집니다. 현우가 이혼하기 위해 서류를 금고에 넣어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죠. 여기에 점점 환각에 빠지게 되는 해인과 그런 아내를 지키려는 현우의 치열함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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