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아라 마을에 숨겨져 있던 비밀은 거의 풀렸다. 혜진과 가영의 친부가 누구인지도 드러났다. 연쇄살인마는 아가씨 강필성이라는 사실에 부정하기 어려워졌다. 마지막 남은 퍼즐은 혜진이 스스로 자살을 하며 이 모든 파장을 이끌었는지, 아니라면 누가 그녀를 죽였을지 만 남겨져 있다.
같은 사건 다른 두 엄마;
모든 비밀은 풀렸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진실 소윤은 마지막 퍼즐을 풀 수 있을까?
아가씨가 보낸 문자에 황급하게 그의 집으로 향한 소윤은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했다.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하지만 허당인 남자로만 보였던 강필성은 소윤은 기절시킨 후 지하 작업실 의자에 묶은 후 약물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행복해지는 약을 투여하기 시작했다.
조금의 죄책감도 가지지 않고 오직 "행복해지게 만들어 줄께"라는 말만 하는 강필성은 그렇게 연쇄 살인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낡은 집 지하 창고에 화학 물질을 혼합해 새로운 약을 만드는 작업실까지 만들어 놓고 있었다. 그렇게 준비한 약으로 여성들에게 '행복'을 준다는 명분으로 살인을 해온 강필성의 다음 목표는 바로 언니를 찾아다니던 소윤이었다.
소윤이 약을 맞자마자 언니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고 그렇게 서서히 정신을 잃어가려는 순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급하게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사이 소윤과 통화하며 이상하게 생각했던 박 순경은 한경사와 함께 아가씨의 집에 도착했다.
그 시간 최형사 역시 지문 감식을 통해 범인이 강필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아가씨의 집으로 급습했다. 약물을 투여 받고 있던 소윤은 다행스럽게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되었지만 강필성은 사라진 후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강필성을 구해준 것은 두 여성의 친부로 생각되는 대광목재 남수만이었다.
자신을 옥죄는 강필성을 처리하고 싶었던 남수만이 늦은 시간 아치아라 호수로 불러내 폭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남수만의 행동이 역설적으로 강필성이 경찰에 붙잡히지 않고 도주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더는 숨길 수 없는 아치아라의 비밀은 감추고 싶어도 감출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파브리 병 환자를 찾아야 비밀을 알 수 있는 현실 속에서 소윤은 자신의 언니를 찾아다니던 의사를 통해 단서를 얻었다. 속초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50대 남자가 7살 딸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대광목재를 확신한다. 이미 목격했던 대광목재 사장과 딸의 모습. 그리고 강필성이 던졌었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대광목재 사장이 그 범인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비는 오지 않았지만 소윤이 처음 아치아라에 돌아오는 날과 유사했다. 차 안에서 호두를 굴리던 아가씨도 없었고 비도 오지 않았지만 을씨년스럽고 뭔지 알 수 없는 공포는 두려움을 유발했다. 그리고 그런 우려는 항상 현실이 되고는 한다.
골목에서 누군가 소윤을 끄집어 당겼고 그 누군가는 바로 도주하던 강필성이었다. 경찰들이 마을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도 소윤을 찾은 강필성은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성향의 인물이었다. 소윤의 집으로 가자며 그곳에서 밥까지 먹으며 중요한 말을 해주겠다는 필성은 다시 약물을 만들면 찾아오겠다 합니다. 그리고 대광목재 남씨가 자신을 불러내 죽을 정도로 폭행을 했다는 말은 강렬한 의미를 남겼다.
혜진이 찾았던 엄마는 지숙이었다. 뱅이 아지매가 어머니라고 추측해왔던 모든 것이 깨졌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녀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어리 나이에 성폭행을 당해 홀로 아이를 낳았던 지숙. 그런 어린 딸의 행동을 보고 놀란 엄마. 뒤늦게 그곳에 도착해 놀란 동생 주희까지 그 모든 상황들의 진실은 지숙이 혜진의 친모였다는 사실이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지워버리고 싶었던 지숙은 모든 것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를 낳고도 자신이 아이를 낳았다는 것조차 기억에서 지운 지숙은 혜진이를 '괴물'이라고 불렀던 괴물에 의해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지숙이었다.
지숙과 같은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해 가영이를 낳은 경순은 달랐다. 신혼생활 중이던 경순은 비 오는 날 남편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러 가던 경순은 잔인하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렇게 가영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남편과는 이혼을 해야 했다. 자신의 아픈 기억을 애서 숨긴 채 경순은 가영이에게 최선을 다해 키웠다. 지숙은 모든 것을 부정하고 괴물이라 지칭했던 것과 달리, 경순에게 가영은 괴물이 아니었다.
지숙과 경순 같은 경험을 하고 살았지만 전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누가 맞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임신을 하고 아이까지 낳아야만 했던 그녀들에게 누가 감히 손가락질을 할 수 있었을까? 누구도 그녀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녀들을 비난하기 전에 과거와 달리 자신은 현재 바르게 살고 있다고 강변하는 대광목재 남수만에게 분노를 해야 하니 말이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 후회나 반성도 없이 철저하게 자신의 삶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가 비난을 받아야지 그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당해야만 했던 두 여성이 비난을 받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급격하게 나빠진 증세로 인해 숨진 가영. 그런 가영은 마지막으로 유나에 찾아와 이별을 고했고, 가영의 엄마 경순은 그 길로 경찰서를 찾았다. 숨지기 전 가영은 엄마에게 "엄마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숨졌다. 그런 딸아이를 잊지 못하는 경순은 자신과 가영이를 그렇게 만든 인간을 신고한다며 "증거는 우리 가영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점쟁이였다는 뱅이 아지매는 손녀인 유나를 보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만난 손녀에게 뱅이 아지매는 거울이 달린 물건은 소윤에게 전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대광목재 남씨에게서 산 작은 상자는 혜진을 부르는 역할을 했다. 소윤 앞에 등장한 혜진이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범인을 잡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유나의 꿈에 등장해 뭔가를 전해주었던 혜진처럼 그 상자는 비밀을 여는 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은 명확해졌다. 강필성은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주범이었고, 대광목재 남씨는 혜진과 가영의 친부였다. 이제 범인만 잡으면 되는 상황에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방송 중에도 소윤이 궁금해 했던 내용이지만 왜 혜진은 신장 이식을 해주겠다는 지숙의 제안을 거부한 채 분노하며 아치아라 호수로 향했을까?
거액의 돈과 이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을 알려준 지숙. 그녀는 그렇게라도 혜진을 떼어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녀에게 혜진은 과거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여전히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을 떼어내기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지숙의 표현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왜 혜진은 자신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아치아라 호수로 향했냐는 것이다. 그건 어쩌면 자신을 괴물로 만든 진짜 괴물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인간을 어느 정도 쓰레기가 될 수 있을까?"라고 되뇌이며 분노했던 이유는 지숙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버린 진짜 괴물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대광목재 남수만이 살인을 하는 유형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삶에서 드러난다. 10년 전 제주도에서 두 건의 성폭행 관련 사건에 휘말렸지만 그때 그를 도와준 것은 강필성이었다. 강필성 역시 남수만이 혜진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을 믿는 것은 그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강필성을 폭행하듯 때려 혜진을 죽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낮아 보인다.
남수만이 아니라면 혜진이 병사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스스로 죽어 아치아라의 숨겨진 잔인한 비밀을 세상에 알리고 싶은 열망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 희박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남수만의 부인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녀는 남수만의 비밀을 알고 있다. 소윤이 그를 찾았을 때 수만의 부인이 남긴 말은 그럴 추측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부인의 말 속에는 남수만의 과거 행적을 그녀는 알고 있다는 의미와 같으니 말이다.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은 철저하게 여성 드라마다. 모든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소윤만이 아니라 극을 이끄는 주요한 존재는 모두 여성이다. 서창권이나 남수만, 그리고 박 순경과 한 경사, 강필성, 서기현 등 주변 인물들도 많지만 그들은 사건의 핵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존재들이다. 악랄한 범죄자이거나 그런 범죄자들을 잡는 동적인 인물이기는 하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성들처럼 주체적인 인물은 아니니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의문은 연쇄 살인사건과 조금 다른 유형의 살인사건에 대한 의문이다. 패턴에서 벗어난 채 급하게 살인을 했다는 그 사건의 진실은 뭘까? 이 역시 강필성의 연구 과정 중 하나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들기 때문에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 살인자의 정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말에 대한 가치 역시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을 아치아라의 비밀>은 거의 밝혀졌고 작가의 의도 역시 강렬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성폭행에 희생당한 여성들의 삶. 그녀들의 전혀 다른 삶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가해자는 그저 과거의 죄를 더는 행하지 않는 것으로 스스로 당당해 하는 현실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을 떠올리게 한다.
신에 의해 자신의 죄는 구원을 받았다는 잔인한 유괴 살인마처럼 아치아라에 사는 서창권과 남수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신을 들먹이지도 않은 채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여성들을 잔인한 성노리개로 삼으면서도 스스로 반성이나 죄의 대가를 받기 보다는 정당함으로 일관하는 그들은 결국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은 2번의 이야기는 철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남겨져 있는 혜진과 아이들의 타임캡슐, 그리고 의문의 상자는 의문을 풀 해답이 존재할 것이다. 이미 드러난 실체 속에서 새로운 반전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남성우월주의가 낳은 시대적 상처들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고 규정하며 정리할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고 소윤을 마을로 불러들이고 싶었던 언니 혜진의 심정이 바로 그것이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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