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

실패 할 것이라고 공헌했던 담당 피디는 어떤 기분일까? 지난 5회 평균 시청률이 10%를 넘기며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 되었다. 이제는 당연하게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하는 전통도 만들어가고 있다. 황정민이 쌍천만 배우로 작두를 탔다는 이야기를 듣듯,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연이어 작두를 타고 있는 듯하다. 

 

응답하라 1988 성공은 시대 때문이 아니다;

시대를 사는 젊은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가족을 품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금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일주일 내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랬듯 이번 시리즈 역시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골목길에 대한 추억을 되새김질 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1988년에 대한 소환은 충분히 성공했다고 보여 진다. 

 

 

현재보다는 과거를 추억하는 것은 행복한 일은 아니다. 현재에 불만족스럽기 때문에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현상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과거와 비교해 많이 풍족해졌지만 행복할 수가 없다. 그나마 그런 풍족함도 사라져가며 더욱 팍팍해진 현실 속에서 많은 이들은 과거의 추억에 몰입하게 된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성공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보다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기지 않고 과거로 회귀하기에 여념이 없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물론 위정자들은 이보다 더해 독재와 친일의 시대로 회귀하려는 폭주를 하기도 하니 더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응답하라 1988>은 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비슷한 형식으로 두 편의 시리즈가 방영된 상황에서 후속작이 높은 평가와 사랑을 받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신원호 피디와 이우정 작가의 스타일이 이미 시청자들에게 노출된 상황에서 거듭되는 시리즈는 약점이 더 강화될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그들은 영특했다.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담을 수 있는 내용을 확장하며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두 번의 시리즈는 성동일과 이일화 부부의 집이 중심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집의 딸과 가까운 집안의 아들이 결혼을 하는 형식 속에 그 시대의 감성을 담아내는 형태였다. 그런 점에서 앞선 두 번의 시리즈는 쌍둥이 같은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 번째 시리즈에서 그들은 과감하게 자신들이 견지하던 시야를 확장했다.

 

성동일과 이일화 부부의 틀에서 벗어나 쌍문동 골목길이라는 공간의 확장은 당연하게 이야기의 흐름과 내용마저 다르게 만들어갔다. 좁았던 시각이 확장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내용 역시 풍성하고 다른 결로 흘러갈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다름이 결국 성공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흘러가던 이야기는 골목까지 그 범위를 넓혔고 그렇게 넓어진 자리에는 당시를 살았던 청춘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이야기까지 포함되었다. 그동안 두 번의 시리즈의 핵심은 청춘들이었다. 당시를 살았던 청춘들의 이야기가 주로 다뤄진 것과 달리 이번 <응답하라 1988>은 가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1997>의 성시원과 윤윤제 <응답하라 1994>의 성나정과 김재준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졌다. 시원과 나정의 남편 찾기는 시청자들 사이에 흥미로운 재미였고, 이들의 사랑과 청춘들의 도전들이 흥미롭게 이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응답하라 1988>역시 성덕선의 남편 찾기는 변함없이 등장한다. 여기에 덕선의 언니인 성보라의 남편과 관련해서도 궁금증과 재미를 키운다는 점에서 기존 시리즈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재미를 보여주는 그들은 영특하다.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궁금증 역시 놓치지 않는 그들의 줄다리기는 시청자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이야기를 했듯 한 가정을 다루던 것과 달리 골목길에 사는 이들의 풍경을 품다보니 다양한 가족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앞선 두 시리즈가 성동일과 이일화의 집이 전부였다면 이번에는 무려 다섯 가족의 품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과거 주인공인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들만이 아니라 골목에 사는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재미있다. 그저 아이들의 시선으로 과거를 추억하던 그들이 이제는 당시를 살았던 이들의 감성과 맞닿으려 노력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특징이다.

 

골목길 양쪽에 촘촘하게 늘어선 집에 모여 사는 이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감동은 당연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소환하며 현재를 돌아보게 하는 힘 역시 강해졌다. 그저 개인의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사회 현상과 문화를 동시에 소환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로 다가온다.

 

6회까지 끝난 현재 이야기는 덕선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들만이 주인공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그저 양념처럼 등장했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주요하게 자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보여주는 사랑의 본질, 그리고 그들의 내리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은 감동일 수밖에 없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 위대한 사랑의 힘을 각각의 에피소드에 담아 풀어놓는 솜씨는 일품이다.

 

 

OECD 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대한민국은 현실은 점점 척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며 과거와 달리 형제들보다 혼자인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주는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강렬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보라와 덕선이 매일 싸우고, 선우는 어린 동생 진주를 끔찍하게 위하고, 서로 다르지만 누구보다 우애가 좋은 정봉과 정환 형제의 이야기는 시끌벅적했던 과거를 생각하게 한다. 물론 혼자인 택이가 외아들이지만 외롭지 않게 가족의 정을 느끼게 하는 골목 친구들의 존재는 이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다.

 

세상은 변했다.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건물은 보다 높이 올라가고 단단해지며 거리는 오직 차가운 바람만 분다. 서로를 살피고 위하고 돕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웃은 존재하지만 이웃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밀집 주거 공간이 도시를 장악한 대한민국에는 필연적으로 수많은 이웃들이 옆과 앞, 그리고 위아래로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의 소통은 단단한 콘크리트에 막혀 사라진지 오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죽어나가도 알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이웃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스스로 외로움을 자처하는 현대인들에게 과거 골목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하는 이웃들의 모습은 감동과 촉촉한 추억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조금 못살고 힘겨웠지만 서로를 위로해주고 든든하게 지지해주던 이웃사촌들이 가득했던 시절이 어쩌면 부유한 현재보다 행복할 수밖에 없음을 방송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이런 그리움이 곧 <응답하라 1988>의 장점이자 성공요인이다.

 

 

영화에서도 시리즈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만큼 관객들의 기대치는 높아지는데 이를 채울 수 있는 이야기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응답하라 1988>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 피디가 방송 전에 망할 것이라는 말을 한 것은 그저 자신감을 감추기 위함이 아니라 그런 현실에서 나온 두려움과 아쉬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의 확장은 시리즈가 가질 수 있는 한계마저 무너트리며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가왔다.

 

<응답하라 1988>은 단순히 기계적인 숫자에 집착한 회고록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곳에는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골목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다. 그 골목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한 길의 개념이 아닌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드라마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 '골목'에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