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응답하라 1988 7회-진주와 택이 부자, 마니또로 묶어낸 사랑이라는 가치

by 자이미 2015. 11. 28.
반응형

가족을 위한 가족 드라마라는 사실을 더욱 명확하게 하고 있다. 쌍문동 골목길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응답하라 1988>은 부모와 자식이 함께 봐도 모두 만족할 수밖에 없는 황금률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놀랍다. 현재 감각으로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들은 만들어냈다. 

 

쌍문동에 부는 사랑;

사랑이라는 층위와 결을 다채롭게 이야기하는 응답하라 1988, 그래서 감동은 자연스럽다

 

 

 

첫 눈 오는 날 보라에게 고백한 선우는 퇴짜를 맞았다. 남자 친구가 있다며 이런 식으로 엮이는 것이 싫다는 보라에게 선우는 담백하게 응한다. 후회도 아쉬움도 없는 너무나 쿨한 그의 모습은 결국 선우가 굉장히 능숙한 '연애 전문가'라는 의미로 다가온다.

 

선우의 고백과 정환의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이들의 여물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사랑 이야기를 보는 것도 흥겨웠다. 이런 그들의 사랑과는 또 다른 택이 부자의 관계 역시 뭉클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어린 진주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는 모습은 지금은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정봉이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벌인 '마니또' 게임은 이들 사이의 사랑을 대변하는 형식이었다. 그동안 고구마 등 다양한 소재를 묶어서 이야기의 연결성을 만들어냈듯, 이번에는 '마니또'를 통해 그들과 쌍문동 골목길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가치를 담담하지만 매력적으로 보여주었다. 

 

마니또에서 선우가 보라를 보라가 선우 쪽지를 뽑은 것을 알게 된 덕선이 보이는 질투에 몸부림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는 마음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덕선의 맘고생은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여기에 '마니또'는 아픈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기만 했다. 물론 그런 마음은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동네 반상회가 마무리 될 즈음 선우 엄마는 진지하게 진주에게 산타가 없다고 누가 했냐는 말을 꺼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누군가 진주에게 산타는 없다고 했다는 말에 지목받은 이는 보라였다. 실제 보라는 과자를 먹고 있는 진주에게 한 입만 달라 했지만 "안돼 산타가 줬어"라는 말에 "그거 엄마가 줬어. 세상에 산타는 없어"라는 말로 동심 파괴의 주인공이 되었다. 어린 진주가 그 말을 듣고는 영혼마저 모두 털린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진주에게 다시 동심을 찾아주려는 동네 어른들의 모습은 감동이었다. 지금은 결코 찾아볼 수도 없는 이웃사촌들의 이런 모습은 <응답하라 1988>의 특징이다. 어린 진주가 원하는 눈사람을 만들어주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어른들의 모습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진주에 대한 관심에 이어 택이 아버지 무성의 아들 사랑은 큰 감동이었다. 택이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쌍문동으로 이사와 살았다. 그렇게 쌍문동의 일원이 된 택이네는 조용했다. 쌍문동 골목길을 대표하는 '봉황당'이라는 금은방을 운영하는 무성은 골목길에서 언제나 가장 먼저 일어나 골목을 쓸며 하루를 시작한다.

 

여전히 밥 짓는 것이 서툴기는 하지만 아들을 위해 매일 따뜻한 밥을 해주고 비가 오면 기원으로 아들을 마중 나가는 무성은 대단한 존재였다. 바둑에 집중하는 아들을 위해 집에서 단 한 번도 TV를 소리를 켜고 본 적도 없다. 우산을 가지고 마중을 나가서도 택이가 바둑을 마치는 순간까지 미동도 하지 않고 정문에서 그저 기다릴 뿐이다. 그게 바로 택이 아버지 무성이 표현할 수 있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뭐하나 부족할 것이 없는 택이 아버지가 자괴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찾아온다. 택이 팬클럽 회장이자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면서부터다. 다양한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택이의 태몽과 태어난 시를 물어보는데 무성은 당황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에 당황한 무성은 택이에게 아버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느낀다.

 

홀로 술로 그 답답함을 달래던 무성은 마침 찾아 온 선우 엄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아들의 태몽이나 태어난 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선우 엄마를 보며 "내가 죽고 엄마가 살았다면 우리 택이도 사랑받으며 살았을 텐데"라며 괴로워하는 택이 아버지의 부정은 단단하기만 했다.

 

 

그런 아버지처럼 택이 역시 다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가 생일인 아버지를 위하는 택이의 마음은 특별했다. 바둑 대회로 인해 부산으로 내려가 있는 택이는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 아버지 생신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위해 덕선에게 전화를 한 택이는 부탁을 한다.

 

문제는 당시 최고의 인기 스포츠였던 농구를 보는 가족들로 인해 정신이 없는 덕선은 택이가 아버지 선물에 골몰하는 상황에서 덕선이는 자신에게 선물을 준비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렇게 착각해 만들어낸 '핑크 장갑'은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친구들과 압구정 간다는 말에 집에서 놀자는 정환. 친구들끼리 햄버거를 먹으러 간 덕선과 친구들은 쌍문동 애들에게 전화해 함께 놀자고 한다. 여자들끼리 이런 날 이러는 것이 민망하다는 친구들의 독촉으로 어쩔 수 없이 가장 한가한 정환에게 전화를 한다. 누구보다 정환 성격을 알고 있는 덕선은 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멋지게 차려입고 등장했다.

 

덕선 혼자 있다고 생각하고 온 정환이나 그가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덕선이나 놀란건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덕선이 화장실에 간 사이 정환은 본심을 말하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덕선이 혼자 있을까봐"라는 말에 덕선이 친구들은 "진짜다"라는 말로 정환이 덕선이를 사랑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학여행에서 얻은 미니 카세트로 음악을 듣고 있는 덕선에게 한 쪽 이어폰을 빼 함께 듣는 정환의 모습은 심쿵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엉뚱하지만 덕선에게 감정선을 자극하는 행동을 할 때마다 보이던 그 표정이 다시 등장했다. 

 

 

자신이 왜 덕선이 전화 한 통에 한걸음에 달려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정환은 지속적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있음을 전달하고 있었다. 선우가 바로 보라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이다. 정환 어머니가 너무나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선우는 공부 잘하고 엄마를 위하는 마음 역시 대단하다. 여기에 어린 동생 진주를 살뜰하게 살피는 모습은 언제나 한결같다.

 

겨울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 우산이 없어 한숨을 쉬며 차에서 내리던 보라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후드 티의 모자를 쓰고 내일 아침에 우산 찾으러 갈께 라며 뛰어가는 선우는 장기전에 강한 남자다. 2년 동안 짝사랑을 했던 선우. 자신이 고백을 하는 순간 보라에 대한 사랑은 결실을 맺을 때까지 끝까지 갈 수밖에 없음을 선우는 잘 보여주고 있었다. 남자 친구가 있고 어린 동생이라 아무런 감정도 안 생긴다는 보라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 모습은 그래서 흥미롭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장갑을 주는 선우에게 이러지 말라며 성질을 내는 보라에게 그저 '마니또' 상대가 누나라서 주는 것이며 웃는 선우를 보라는 이길 수 없다. 시간의 문제일 뿐 선우의 감정을 내치기에 그는 너무 강적이다. 그저 나이가 어리고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동생이라는 경계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지만 보라는 이미 선우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택이가 자신에게 선물을 사다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크리스마스이브가 끝나가는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던 덕선은 실망하고 만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들떴던 자신의 마음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 선물을 이야기했던 택이를 그제 서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뒤늦게 자신의 마니또가 덕선이라는 사실을 알고 평상에 누워있는 덕선에게 가지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묻는 택이에게 행복하게 "핑크 장갑"이라고 외치는 덕선이는 그런 존재다. 성탄절 아침 일찍 선물을 받은 덕선은 '핑크 장갑'을 끼고 행복해 하는 덕선은 택이가 사준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정환이 준 선물이라는 말에 여지없이 덕선 특유의 표정은 다시 등장했다.

 

덕선과 함께 가기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직접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열심히 덕선 주변에서 그녀를 위해 행동하는 정환의 서툴지만 진지한 사랑은 애틋하게 다가왔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보면 덕선의 남편은 정환 일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창호를 보고 만든 캐릭터 택이 실제와 같이 이어진다면 택이의 부인은 바로 그녀의 팬인 박 기자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변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어린 진주의 동심을 찾아주기 위해 오지 않는 눈으로 인해 얼음으로 눈사람을 만든 동네 어른들은 행복해했다. 하지만 밤새 내린 비로 인해 정체도 없이 사라져 버린 눈사람으로 인해 고민하고 있는 사이 해법을 제시한 것은 바로 선우였다. 어른들은 몰랐던 진주의 화법을 선우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진주가 이야기하는 '눈사람'은 어른들이 아는 실제 '눈사람'이 아니라 바로 둘리 슈퍼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이었다.

 

진주에 대한 동네 어른들이 특별한 마음은 이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정겨운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소통부재로 다가온 이들의 모습은 '마니또' 게임을 통해 드러난 쌍문동 아이들의 엇갈리는 사랑을 잘 보여주었다. 사랑에도 소통은 중요하다. 그런 소통은 서로만의 화법이 존재한다. 서로 그 화법을 알아보는 순간 사랑은 이뤄진다는 점에서 즐겁게 다가왔다.

 

아들이 자신의 생일을 잊지 않고 부지런하게 올라와 건넨 선물. 잘 포장된 그 안에 담긴 결코 실제 하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은 '핑크 장갑'을 보고 무성은 만감이 교차했다. 부족한 아빠라고 자책하며 술로 그 마음을 달래던 자신에게 너무나 든든한 아들이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아들에게 차마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한 채 껴안고 흐느끼는 무성은 그런 아빠였다. 

 

박 기자가 택이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한 테이프에는 진정한 선물이 담겨 있었다. 인터뷰 내용을 녹화한 그 안에는 아버지의 진심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차마 아들을 보고 하지 못했던 "아들아 사랑한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우는 아들 택이의 모습에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했으니 말이다. 

'마니또'로 엮어낸 쌍문동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그렇게 다채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88 MBC 대학가요제'를 모여서 보던 그들이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들으며 환호하고 흥겹게 춤을 추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신해철을 더욱 그립게 만들었다. 그렇게 <응답하라 1988>은 이제는 우리에게는 사라져버린 소중한 것들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