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차는 '최악의 악' 에피소드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시작과 함께 공개되었던 상황은 결말이 아닌 9회 장면이라는 점은 이 드라마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알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최악'에 더해진 '악'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8회와 9회는 '최악의 악'이 왜 좋은 드라마인지 잘 보여준 회차였습니다. 이 정도면 국내 장르극의 최고점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될 듯합니다. 비교하고 경계하며 그리고 대립하는 갈등 속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는 관계는 이번 회차를 쫄깃하게 만들었습니다.
준모와 해련, 그리고 기철과 의정의 관계를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한 8회는 최고였습니다. 이들은 절대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관계들입니다. 준모와 의정은 경찰 부부이고, 해련은 중국 마약상을 아버지로 둔 범죄자입니다. 기철 역시 조폭인데 이들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죠.
잠입 수사를 하는 준모에게 해련은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기철에게 의정은 절대 외면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준모와 의정은 두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지만 거짓 연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을 파괴할 존재임을 모르고 해련과 기철은 그들을 사랑한다는 설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마약을 공급하는 중국 마약조직인 동호방의 실체가 처음 드러났습니다. 해련의 아버지가 두목인 이 조직에는 윤원길(예수정)이란 마약 기술자가 모든 것을 진행합니다. 윤교수의 정체가 처음 드러나면서 이들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습니다. 더욱 이들의 섬뜩한 장면 등은 이후 얼마나 잔인한 전쟁이 일어날지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두 커플을 이용해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준모와 의정은 이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고 있지만, 가져야만 하는 설정은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기철이 의정을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초대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죠.
기철과 의정이 서로를 경계하며 애써 웃음을 지으며 서로 가진 무기인 총을 만지작 거리는 장면은 이들의 현재를 잘 보여줬습니다. 기철은 부하를 시켜 천 사장이 죽기 전 동선을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그가 왜 죽었는지 알아야 했고, 최악의 순간 의정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해변 데이트를 위장한 이들의 모습은 언뜻 보면 평온하고 아름다웠지만, 언제라도 서로를 죽일 수 있는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용대를 시켜 천 사장이 조사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하게 시킨 기철은 지난 커피숍이 아닌 해변가에서 의정을 제거할지 아니면 자신의 여자로 만들지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 잔인한 선택 앞에서 의정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최악의 상황 기철보다 먼저 총을 쏘는 것이 최선이었으니 말이죠. 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용대가 받은 자료는 이미 경찰에 의해 바뀐 상태였습니다. 이런 바뀐 정보를 받은 기철은 총 대신 목걸이를 의정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차안에서 의정은 기철에게 사랑한다며 키스를 했고, 자신을 믿어야만 한다 했습니다. 의정 역시 선을 넘어섰죠. 목표를 위해 이 정도는 희생해야 한다는 판단은 준모에게도 해당되지만, 이를 목격한 의정은 달랐습니다.
기철은 의정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준모가 살던 곳에 거주하지 않았지만 아버지가 근무하던 곳이라 자주 찾아갔었다는 말은 이미 의정을 사랑하는 기철에게는 그럴듯한 말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화룡점정은 키스였습니다.
준모는 자신을 좋아하는 해련을 이용해 마약 거래를 성사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패는 강남연합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그런 상황을 바꾼 것은 준모였습니다. 자신을 좋아하는 해련의 마음을 이용했죠. 의정이 기철의 마음을 이용한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기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해련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조건을 달죠. "나랑 잘래요? 싫어? 그럼, 계약도 없을텐데"라는 말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합니다. 기철로서는 거절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련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마약 카르텔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의정이 기철과 차 안에서 키스로 사랑을 언급했지만, 준모와 해련은 호텔 카우치에서 찐한 키스로 서로의 감정을 교류합니다. 물론 준모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의정과 결혼한 상황과 그 과정에 대해 떠올리며 감정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결정적 순간 이 모든 것은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련 아버지가 재건파와 손을 잡기로 했다는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죠. 지금 기철을 제거하기 위해 재건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준모는 급하게 사무실로 향합니다.
준모가 향하는 사무실에서는 기철이 의정을 자신의 여자라고 조직원들에게 소개했습니다.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의정을 자신의 여자라고 공언한 것은 조직원들에게는 불안요소였습니다. 현직 경찰과 강남연합 보스가 연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불안함으로 다가왔으니 말이죠.
이런 상황에 재건파가 급습했고, 그 뒤에는 야쿠자 조직이 직접 거래를 하기로 재건파를 선택하며 기철을 제거하게 된 것이죠. 마약까지 먹고 습격한 이들에 맞서는 상황에서 준모가 도착했고, 그곳에 의정이 있음을 알고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상황에서 잔인하게 재건파를 제거하는 과정을 보는 의정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순수했던 자신의 남자가 피투성이가 되어 악마처럼 싸우는 장면은 작전이라고 해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이 잔인한 전장에서 준모는 살아남았고, 뒤늦게 도착한 해련은 처음으로 아버지의 말을 어겼다는 말로 준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잔인한 혈투의 현장에서 피투성이가 된 기철과 의정, 그리고 준모와 해련이 함께 한 장면은 묘한 긴장감이 가득했습니다.
의정의 의심과 실망은 커졌습니다. 이 묘한 감정이 무엇이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준모의 아버지는 약쟁이였습니다. 결혼식이 있던 날에도 마약을 사겠다며 행패를 부리던 자였습니다. 그럼에도 의정은 준모가 좋아 결혼했고 행복했습니다.
준모가 지키고 싶어한 사람이 누군지 해련은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자의 촉이란 무서울 정도이니 말이죠. 첫 데이트를 하던 날에도 의정을 보며 해련은 준모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그 자리에서도 해련은 의정을 지키기 위해 준모가 왔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야쿠자가 밀었던 재건파가 무너지자 기철은 오오야마에게 카네모토가 입국해 사과하라 요구합니다. 이는 굴욕적인 요구일 수밖에 없죠. 자신을 배신한 카네모토에게 사과를 받아야만 한다는 기철과 달리, 준모는 어떻게든 일본과 거래를 이어가야만 했습니다.
중국 쪽에서 다시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세배의 물건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일본에서 판매하지 않는 한 이 수량을 소비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일본 야쿠자와 관계를 무너트려서는 안 된다는 준모는 이 거래를 성사시켜야만 이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기를 쓰고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준모의 행동이 기철은 이상했습니다. 그런 기철에게 준모는 자신이 성공하고 싶다는 욕망을 다시 언급하죠. 그런 준모에게 기철은 자신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집으로 데려갔습니다. 배신과 음모가 가득한 그들에게 자신의 가족을 소개하는 것은 모든 것을 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기철의 집에서 그의 여동생까지 만나고, 오빠가 다치지 않게 해달라는 부탁까지 받는 준모의 마음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로 가까워지면 결정적 순간 제거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더욱 경찰이라는 신분과 조폭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형사 민구는 메기와 유사합니다. 잘짜여진 관계 속에서 서로 속고 속이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민구의 등장은 이 섬세한 경계를 마구 파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구가 등장하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밀하게 마약 커넥션을 파악하고 체포하려는 잠입 수사를 역설적으로 형사 민구가 방해하는 꼴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요하게 강남연합을 파고드는 민구는 재건파가 무너졌다는 사실에 씁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강남연합을 제거할 키로 마약상을 찾아 나섰습니다.
양키스는 도주하고 클럽에서 마약을 팔던 다저스가 교도소에 있다는 사실에 그를 꺼내 흔적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준모가 언급했듯 경찰이 아니면 조폭이었을 민구의 수사는 잔인하기만 했습니다. 여기에 천 사장 죽음을 파고들며 현장에 떨어져 있던 라이터를 주워 이를 이용하는 기민함도 보였습니다.
슬쩍 언급해 천 사장 살해범을 찾으려는 민구는 다시 준모와 마주합니다. 그렇게 슬쩍 라이터로 준모를 넘겨짚지만 같은 형사처지에서 쉽게 넘어갈 준모는 아니죠. 이런 상황에 카네모토 입국은 불안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절대 기철에게 사과할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준모가 나섰습니다.
해련과 함께 카네모토가 있는 저택을 찾았고, 그곳에서 아들이 되고 싶다면 야쿠자 식으로 하자면 새끼손가락을 자르라고 하죠. 긴박함 속에서 새끼손가락이라도 내줘야 한다는 절박함이 극대화되는 순간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오오야마를 보필하던 보디가드가 카네모토를 제거해 버립니다. 오오야마로서는 카네모토에 더 충성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난번 위기 상황에서 자신이 죽어도 상관없다는 모습을 보인 자에게 목숨을 바칠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죠.
기철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까지 받은 오오야마는 카네모토를 제거하고 기철과 함께 마약 커넥션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리된 후 등장한 기철의 모습에 경악하는 준모는 당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철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 파악하지 못한 준모로서는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준모로서는 자신의 패를 들켰다는 의미와 함께 기철이란 인물이 생각한 것보다 더 집요하고 잔인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준모가 중국과 거래를 트고 해련을 통해 자신이 중심이 되도록 구축하는 사이, 기철은 오오야마를 통해 일본 거래선을 잡았습니다.
8, 9회 차는 긴박함과 정교함으로 숨멎하는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속고 속이는 과정 속에서 잔인한 폭력과 달달한 가짜 사랑까지 더해지며 이야기는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인물들의 시각을 절묘하게 처리하며, 앞으로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게 했습니다.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준모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의정의 모습은 이후 이야기를 기대하게 합니다. '최악의 악'이 되어가는 준모의 변화에 의정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기철을 계속 속여야 하는 상황은 피 말리는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준모와 의정은 부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각자 가짜 연애를 이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1차 선을 넘어선 이들의 다음 단계는 더욱 자연스러운 연인으로서 삶입니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기철로 인해 커넥션이 재건되었다는 것은 이후 이야기는 보다 글로벌하게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조직 동호방이 보다 적극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고, 새롭게 야쿠자 두목이 된 오오야마 역시 전면에 나서며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 연결된 관계를 균형 있게 만들며 파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부 관계에도 균열이 이어지며 복잡해지는 관계들이 어떻게 결말로 향해갈지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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