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늦었죠. 3주 전부터 시작된 '심야 괴담회 3'은 메인 MC를 제외하고 고정 출연자들이 바뀌었습니다. 이 변화는 당연했습니다. 시즌 2에서 보여준 아쉬움은 이야기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들의 아쉬움도 컸으니 말이죠.
'심야 괴담회'와 함께 했던 황제성이 다시 돌아오고, 김아영이 참여하며 이야기 전달은 더욱 풍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예능으로서 장점과 괴담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그 미묘한 지점들을 잘 맞춰가고 있습니다.
시즌 1의 허안나도 함께 출연하기를 바랐지만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김구라가 메인 MC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씁쓸하기는 합니다. 피디들과 끈끈한 인연을 바탕으로 무조건 자리를 보존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니 말입니다.
시즌 3가 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제작진이 절치부심했다는 겁니다. 시즌 2에서 많이 망가졌던 모습들이 많이 복원된 모습이었습니다. 시즌 2는 재현 배우들도 많이 바뀌면서(더 많은 배우를 써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는) 시즌 1에서 보여준 광기의 연기가 아쉬웠었습니다.
'심야 괴담회'는 이야기의 중요성이 가장 큽니다. 어설픈 괴담은 더는 통용되지 않으니 말이죠. 보다 다양하고 현실적인 괴담은 시청률을 높이는 이유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심야 괴담회'는 큰 약점을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괴담은 많을 수 있지만, 방송에서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해줄 이야기는 한정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더욱 외국의 사례나 엽기적인 사건사고를 다루는 것이 아닌, 시청자가 보낸 괴담을 택했다는 점에서 위험요소는 여전합니다.
새로운 시즌 첫 번째 이야기들을 보면 제작진들의 절치부심이 잘 드러납니다. 황제성이 소개한 '금룡반점'은 경북의 한 대학가에서 유명한 심령스폿으로, 지금도 계속해서 관련 목격담이 전해지고 있는 장소입니다. 실제 많은 이들의 경험담이 담긴 이야기라는 점에서 몰입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에 새롭게 고정 출연하게된 김아영이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모습도 선보였습니다. 'SNL 코리아 4'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김아영은 광기 연기도 잘 선보이지만, 사실 겁이 많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눈알좌로 두려움도 없어 보였던, 김아영이 사실은 괴담 이야기에 약하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재미가 크니 말이죠. 겁 많은 출연자가 공포의 현장을 찾아가는 그 자체가 파격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지난 주 오대환이 완불을 받은 사연은 섬뜩했습니다. 가족 간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당황스러운 사연이었습니다. 시골에 사는 이모집에 놀러 간 어린 시절 사연자 이야기는 만불이 나올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병치레가 많았던 사촌형과 재회한 것이 행복한 사연자는 이모부 어머니와 마주치면서 공포심은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이모는 아프다며 자신없이 할머니와 이야기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습니다.
이 상황을 보면 이 사연의 핵심 존재는 기묘한 할머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모부의 행동이 기이했습니다. 사촌형과 함께 산책을 가자며 차를 타고 가다, 갑작스럽게 차가 이상하다며 내려 밀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하죠.
그렇게 내려 시골 저녁 반짝이는 별들에 감탄하는 사이 이모부는 차를 타도 가버렸습니다. 완벽한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것들은 별이 아니었습니다. 무덤 위에 누군가 꽂아둔 식칼들이었죠. 그곳에 어린 사연자를 버리고 떠나버린 이모부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었죠.
자신을 구하러 온 이모로 인해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지만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모의 만류로 다시 시골집에 있던 와중에 문제의 할머니가 사망하며 섬뜩한 일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사연자를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들은 섬뜩함 그 자체였습니다. 귀신이 나오고 쫓아온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주는 즉흥적인 공포심보다 인간이 귀신보다 더 두려운 존재임을 보여주는 과정이 압권이었습니다. 가족이 정말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당연하게 시즌 3 첫 만불이 나올 법 했습니다.
지난 18일 방송는 괴스트 공민정이 출연해 사연 전달자로서 역할을 잘해줬습니다. 84회에서는 '귀신보다 돈이 더 무섭다'라는 주제에 맞는 흥미로운 사연들은 재미있게 그려졌습니다. '이키닌교''하수구에서''대박식당' 등 세 가지 이야기의 핵심은 돈이었습니다.
일본 괴담을 한국 유학생이 번역하며 겪었던 이야기는 조금 약하기는 했지만, 해외 이야기들도 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남겨졌다는 점에서 확장성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합니다. 하수구 청소를 하는 사연자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는 섬뜩하기는 했지만, 괴담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도 있었죠.
절박한 상황에서 대박이 난 식당의 숨겨진 사연에는 귀신 꿈이라는 사연자의 주장은 흥미로웠습니다. 더욱 실제 일어난 일이고,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소름 돋게 다가왔습니다. 지난주 방송이 강렬했어서 그런지, 이번주는 내용 자체는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시즌 2에 비해 명확하게 달라진 것은 촬영 과정에서 섬세하게 연출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간단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을 통해 보다 세련되게 만들려 노력했다는 사실은 반가웠습니다. 이는 이야기에 보다 몰입시키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변화였다고 봅니다.
더욱 여름 저녁 괴담 이야기를 본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그리고 제작진들이 보다 정성들여 이야기를 구성하고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은 큰 변화입니다. 황제성의 열정과 정반대 결과물도, 무섭지만 맛깔스럽게 괴담을 전달하는 김아영의 역할도 좋았습니다.
무임승차해서 뭘하는지 알길 없는 김구라가 가장 큰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제작진들은 결코 김구라를 바꿀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시즌 2에 비해 큰 변화를 가지고 돌아온 '심야 괴담회 3'은 더운 여름 잠시나마 시원함을 선사해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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