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극을 예능에 접목시킨 것은 획기적이며 매력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크라임씬 리턴즈(이하 크라임씬)'이 뒤늦게 리부트라는 이름으로 돌아와 반갑기도 했습니다. 유재석의 새로운 예능에 제니가 돌아오며 추리 예능이라는 말에 흥미로웠던 '아파트 404'도 첫 방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추리 예능을 앞세운 작품들이 모두 tvN에서 제작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크라임씬'은 온라인 전용으로 공개되고 있고, '아파트 404'는 tvN에서 방송 중입니다. 그 차이는 선택적 요소가 있어 보입니다. '크라임씬'은 ;아파트 404'보다는 마니아에 보다 특화되었다고 판단한 선택입니다.
지난 23일 첫 방송된 '아파트 404'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추리 예능이라고는 하지만, 추리는 양념처럼 조금 들어간 그저 그런 예능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회라는 점에서 이후 보다 다양한 재미를 줄 수는 있겠지만, 그저 유재석표 예능 느낌이었죠.
'미추리'와 '식스센스'가 보이는 예능이 '아파트 404'였습니다. 아파트 공화국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파트가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장소를 차용했을 뿐 '아파트'에 대한 큰 가치와 기대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98년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추리를 요구하는 요소가 삽입되기는 했지만, 그리 몰입도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98년을 설명하기 위해 당시 유행하는 의상과 실내 디자인에 힘을 주기는 했으나, 그렇게 큰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파트 건설 중 발견된 금덩이를 앞세워, 입주민이 된 출연자들이 그곳에서 황금을 찾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물론 그곳에서 뭘 찾아야 하는지조차 추리해야 하는 상황들이지만, 크게 궁금증이 유발되지는 않았죠. 추리는 양념처럼 조금 들어간 느낌이고, 그저 출연진들이 웃기는 예능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나마 첫 회 돋보였던 인물은 제니였습니다. 과거와 조금 다른 느낌적인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미추리' 시절의 제니가 초반을 넘기며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뭘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옆방에 있는 다른 팀을 방문해 정답을 바로 알아차린 것은 능력입니다.
중간중간 게임을 하고 이 게임 방식은 '식스센스'에서 자주 봤던 형식입니다. 요소요소 추리가 배치되고 예능이 주가 되는 방식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추리에 방점이 찍히면 보는 이들이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재석과 제니를 앞세워 특화된 방향을 추구하기는 어려웠을 듯합니다.
'미추리'가 공간들을 모두 활용하며 재미를 극대화했다면, '아파트 404'는 유사한 공간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만한 재미를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첫 회라서 그런지 몰라도 뭔지 모르게 어설프다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제니가 예능에 복귀했다는 사실은 반가웠습니다.
'크라임씬'은 매주 2회가 공개되고 있습니다. 총 10회로 마무리되는데 매 2회 분량이 하나의 사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5회와 6회는 법정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뤘고, 7~8회는 사이비 교주 사망사건을 그렸습니다. 한정된 공간 안에 꾸며진 '크라임씬'에서 추리하는 방식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것은 같은 방식이라 해도 내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매 회 주제에 따른 추리하는 재미가 큽니다. 출연자들의 추리만이 아니라, 시청자들도 함께 추리하며 과연 누가 범인인지 찾아내는 과정은 '크라임씬'이 주는 빅재미입니다.
법정 살인사건을 보면 제작진들이 상당히 고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합니다. 판사 좌석에서 사망한 사건은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죠. '크라임씬'이 범죄 현장을 조사해 범인을 추적해 찾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미가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크라임씬'을 보면 이 더미들이 아쉽게 다가온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서 더미들에도 큰 공을 들여 사실적으로 다가올 정도입니다. 언뜻 보면 연기자가 죽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할 정도로 더미 제작이 놀랄 정도였습니다.
출연진들 조합도 좋아 추리를 하는 과정이 쫄깃하게 전개됩니다. 감독인 정진이 중심을 잡아주고, 다른 이들이 다양한 추리를 하고 주장하는 과정은 매력적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 역시 진범이 누구이고 어떤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 추측하게 된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범인은 자신이 범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모든 이들을 속여야 합니다. 공정하게 모든 이들의 숙소와 사건 현장들의 증거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범인과 추적하는 이들의 심리 게임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치밀하냐가 관건인데 시간의 숙성만큼 더 단단해졌습니다.
수많은 증거와 자료들을 조합해 범행의 실체가 무엇인지 추측하고 이를 통해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재미입니다. 사체의 증거들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몰입도를 더욱 부추기죠. 정교하게 짜인 사건과 솔루션 과정이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점도 고마울 정도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백백교가 생각나는 사이비 교주가 불춤을 추다 사망한 사건을 추리하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제단과 불에 타 죽은 교주의 더미가 사실적으로 구현되었고, 이 과정에서 시대적 사고를 함께 하며 추리해 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추리극을 볼지는 취향의 문제입니다. 너무 다른 추리 예능이라는 점에서 뭐가 더 좋고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크라임씬'에서는 '아파트 404'와 같은 게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무엇을 선택하든, 시간이 된다면 둘 다 시청해도 좋겠죠.
그럼에도 '아파트 404'는 아쉽습니다. 기대를 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발전하지 못한 진부한 제작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저것 유재석 예능에서 가져온 듯한 내용들이 혼재되어 있을 뿐이란 느낌이었습니다. 이후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쉬움이 컸던 '아파트 404'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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