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에서 만들어 첫 방송을 시작한 오리지널 드라마 '피라미드 게임'이 총 10부작 중 4회까지 공개되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제작 전부터 장원영의 친언니인 장다아가 연예인으로 데뷔한다고 화제가 되었습니다. 과연 연기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기우였습니다.
평온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한 여고에서 벌어진 끔찍한 왕따사건은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예측 가능한 상황들도 펼쳐지지만, 권력 관계를 파해치고 그 거대하고 공고한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이들의 대결 구도가 흥미롭게 전개되었습니다.
'피라미드 게임'은 영리하게 학교 폭력을 담아냈습니다. 웹툰 원작의 이 드라마는 과연 이 헤게모니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담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물론 원작과 다른 드라마의 특성만이 아니라, 2D를 어떻게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느냐는 중요합니다.
직업군인 아버지를 둔 성수지(김지연)이 백연여고에 전학을 오면서 모든 일은 시작됩니다. 2학년 5반이 된 수지는 다른 반과 달리, 독립된 공간에 있는 그 반에 들어서며 기괴한 실체와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워낙 많이 전학을 다녀봐서 익숙한 풍경이라 생각했던 그곳은 달랐습니다.
수지는 평범해 보이는 이 학교에서 창고에서 공격을 당하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던 그 아이 명자은(류다인)에게 다가가 안쓰러운 마음을 담아 위로했습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차마 상상도 못 한 수지의 오지랖이었습니다.
HR 시간에 그들은 게임 하나를 시작합니다. '피라미드 게임'이라는 반 안에서 서열을 만드는 이 게임에 아무런 생각없이 참여한 수지는 그 후부터 지옥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0표를 받은 수지는 바로 F등급이 되며 온갖 폭력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런 표도 받지 못한 F등급은 모든 아이들이 함부로 해도 되는 존재가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이들이 F등급 아이를 괴롭힐 수는 없습니다. A등급의 허락이 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일하면서도 독보적인 A등급은 백하린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얼굴에 온화한 표정과 부드러운 말투는 수지에게도 호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위로까지 해줬습니다. 이런 백하린의 행동을 수지는 당시에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백하린은 백연그룹 회장의 유일한 손녀딸로 학교 역시 그 그룹의 것이었습니다. 회장은 손녀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린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고, 아버지마저도 제압하는 그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였습니다.
절대권력을 가진자가 백하린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전학생으로 이상한 세상에 들어온 수지를 통해 이 경악스러운 실태들이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문제의 '피라미드 게임'에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은 자은이 중요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F등급이라 생각했던 자은이지만, 그는 순수한 존재였습니다. 학급에서 펼쳐지는 말도 안 되는 계급 놀이를 원천거부하고 홀로 모든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자은에게 수지는 F등급을 벗어날 제안을 합니다. 서로에게 표를 주면 당연히 0표는 나올 수 없습니다.
0표가 나오지 않으면 이 잔인한 폭력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시스템 자체를 멈추게 하자는 수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곧 실망하고 맙니다. 두 번째 게임에서 수지는 단숨에 다섯 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자신도 놀란 결과에 만족했습니다.
지독한 F등급에서 벗어났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한 수지와 달리, 자은은 배신감으로 치를 떨 수밖에 없었죠. 그가 원한 것은 부당한 권력놀이 자체를 붕괴시키자는 수지의 제안이 반가워 자신의 원칙도 버리고 '피라미드 게임'에 가입했던 것인데 모든 것이 무너진 느낌이었죠.
순수한 선인 자은과 방관자 수지, 그리고 순수한 악인 백하린 사이의 교묘한 균형감은 단순히 그 삼각형은 피라미디의 근원이자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사회축소판인 학교에서 수지는 그저 궁금함에 자신에게 투표한 자가 누군지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돌 연습생인 예림은 자신이 표를 줬다고 솔직하게 고백해서 알고 있었고, 자은을 제외한 다른 누군가 수지에게 표를 줬다는 사실은 순수한 궁금증이었습니다. F등급에서 벗어나자 상황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아이들이 이상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방관자인 수지는 그저 방관자로 남지 않고 그 호기심을 앞세워 이 판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모든 판의 중심에는 하린이 있음을 알고 의도적으로 모두가 있는 곳에서 권위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린이 지시해 이 게임이 만들어지고, 자신이 이 게임을 즐기는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조금 달랐습니다. F등급을 괴롭히는 다연이 처음 제안했습니다. 물론 그 뒤에서 하린이 지시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아이들 기억 속에서 '피라미드 게임'의 시작은 다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인기투표를 해서 제일 낮은 표를 받은 아이가 학급 일 등을 대신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폭력이 등장하며 계급은 강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놀이가 어느순간 차별이 되었고, F등급은 공식 왕따 대상이 되어버리는 자가발전한 상황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자은은 수지가 했던 "괴물도 옮아"라는 말이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게임이 갑작스럽게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것은 괴물이 전파되었다는 말이 가장 적합하다고 봤으니 말이죠.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D등급끼리 뭉쳐 피라미드 구조를 파괴하겠다는 수지의 계획은 진실을 조금씩 들추는 과정이 됩니다.
'피라미드 게임'이 생기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가 지금은 학교를 나간 조우리였습니다. 게임이 생긴 후부터 유일한 F등급이었던 조우리는 당연하게도 큰 변수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지가 자주 가는 편의점 알바생인 조승화(조동인)가 우리 친오빠라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승화가 사실 유명한 해커인 '데이터 몬스터'라는 사실은 이 게임을 근본부터 무너트릴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는 의미입니다. 시스템을 혼란시키면 절대 권력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지배하는 이 권력을 무너트릴 수 있는 강력한 한방을 수지가 쥐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수지의 날카로운 공격에 하린은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기도 했었습니다. 재미로 이 게임을 한다는 하린에게 모든 것은 무료하기만 합니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하린에게 모든 것은 쉽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학교는 자신의 것입니다.
교장도 하린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멋대로 해도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그런 권력자가 심심해져, '피라미드 게임'을 하며 아이들을 관찰합니다. 우아한 모습을 앞세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조정하는 절대 권력자인 하린에게 이 모든 것들은 재미입니다.
F등급을 받은 아이를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것은 하린에게는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무료한 자신이 경험할 필요는 없지만, 인간군상의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은 하린에게는 너무 매력적이기만 합니다.
하린의 할머니도 그런 성향의 사이코패스이고, 그 역시 모든 것을 가진 권력자입니다.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하린은 자신이 앞으로 사회에서 할 일들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자신은 절대 떨어질 수 없는 F등급과 자신보다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자들의 처세를 지켜보는 것은 하린에게는 학습입니다.
아이들의 등급은 단순히 성적이나 싸움순이 아닙니다. 그건 부모의 등급과 동급입니다. 이 모든 생태계를 집어삼킨 하린은 지배자 집안입니다. '피라미드 게임'의 규칙을 만든 병원장 딸이자 전교 1등인 서도아(신슬기)나, 큐비그룹의 막내딸로 F등급 아이를 괴롭히는 일을 주도하는 김다연(황현정)의 아버지들 역시 백연그룹에 지배당한 존재들일뿐입니다.
절대 범접할 수 없는 공고한 권력인 하린에게 감히 하극상을 할 수도 없는 이들이 바로 2학년 5반 아이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 수지 아버지가 직업군인이란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앞으로 어떤 상황들이 벌어질지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 현대사에서 군인이 의미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집안도 좋고 성적도 좋은데 아이돌 연습생으로 활동하며, 교우 관계도 좋은 임예림(강나언)은 수영 유망주인 심은정(이주연)과 묘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둘은 서로를 좋아합니다. 단순히 우정이 아닌 애정으로 그들은 서로를 사랑합니다.
아직 서로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하린이 이들의 관계를 파악할 정도로 눈썰미가 있는 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하린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예림이 이 판에서 조용하게 지내는 이유는 이 관계를 그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수지는 제안을 건넵니다. '피라미드 게임'이 다시 시작되기 하루 전인 '학부모 참관의 날' 수지는 예림에게 네가 F등급이 되라고 제안합니다. 절대 F등급이 될 수 없는 예림이 F등급이 되어도 아이들이 그를 괴롭힐 수 있을지 확인하자는 제안은 받아들여질까요?
이 파격적인 제안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을 가진 예림이 F등급이 되어도 그렇게 함부로 괴롭힐 수 있을까요? 기본적인 피라미드 게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지의 제안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 용감한 교사의 등장도 기대됩니다.
수지는 담임에게 학폭 사실을 알렸지만 오히려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담임이 이 모든 것을 알면서도 눈감는 이유는 권력에 납작 엎드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악랄한 교사의 정체를 뒤늦게 알게 된 수지는 문학교사가 도우려는 행동에 경계했습니다.
문학교사인 윤나희(안소요)는 정말 아이들을 돕고 싶어 했지만, 이미 담임에게 호되게 당한 수지는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아버지 말을 듣고 자란 수지는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이 거대한 권력을 무너트리고 싶었습니다.
학부모 참관일 수지 아버지가 처음으로 참여한 그 자리에서 윤 선생은 폭탄 발언을 합니다. 이 학급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이죠.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용기를 낸 윤 선생의 행동은 어떻게 될까요? 수지가 흔들기 시작한 권력은 윤 선생의 폭탄발언으로 학부모들 사이에게 파장을 불러오기 시작했습니다.
수행평가와 편의를 위해 시작한 '피라미드 게임'은 다른 이들을 지배하고 깔아뭉개는 형태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그 절대 권력자인 하린에게 도발적으로 다가가 이 모든 판을 파괴하려는 지수는 어떤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까요?
외부자였던 수지와 같이 경제 관계로 얽힌 부모들과 달리, 수지 아버지는 직업군인이라는 위치에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피라미드는 다른 이들의 양심을 콕콕 찌르는 삼각형을 닮아 더는 방관자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 수지의 용기가 던지는 파장이 어떻게 이어질지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해집니다.
소설 속 엄석대와는 또 다른 지배자 하린을 연기한 장다아에게 이질감은 없었습니다. 이질감 없이 모든 것을 가진 무섭도록 잔인한 공주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익숙한 학교 드라마를 벗어난 권력 게임을 치열하게 전개하며 완성도를 높인 '피라미드 게임'은 tvN의 대표작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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