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폭력과 절대 권력은 씁쓸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잔인한 우화 같은 이 드라마는 그래서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사회의 군대화의 여파는 여전히 존재하고 이런 고압적인 문화는 경직과 일탈로 이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군대 문화는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여전히 왕따와 폭력이 존재하고, 이런 서열 문화는 모든 것들을 뒤틀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학교의 왕따와 폭력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피라미드 게임'은 흥미롭습니다.
'오징어 게임'과 비교되는 외신의 보도들도 있는데,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큰 부분에서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문제로만 좁혀 언급하는 외신들의 보도를 보면 자신들에게는 이런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망각한다는 생각만 하게 합니다.
절대 권력자인 하린을 상대로 수지는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활만 해왔던 하린에게는 다양한 수들이 존재했고, 이를 방어하고 하린을 절대 권력에서 내려서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던 날 벌어진 하린의 행동은 그가 얼마나 무도한 존재인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자신이 즐기는 피라미드 게임을 학부모들도 함께 해보자고 제안하는 하린의 행동은 그 누구도 제어할 수 없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재벌 3세에 그곳에 모인 거의 대부분이 하린 집안에 잘 보여야 하는 상황에서 그 모든 말은 곧 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문학선생이 학부모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수지 아버지를 향해 이 학급에서 학교폭력이 벌어지고 있다는 발언은 파장을 불러오기는 했지만, 바로 제어되었습니다. 이사장 한 마디는 기간제였던 교사의 퇴직으로 이어지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힘으로 작동되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발언도 막아세울 정도로 막강한 하린이 가진 이 힘의 근원은 백연그룹 회장이 할머니에게서 나옵니다. 무남독녀 손녀딸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회장으로 인해 하린은 막강한 힘을 부리는 것이죠. 그런 상황에 수지는 "난 그런 피라미드를 쳐부술게"라고 외쳤습니다.
모두가 서슬 퍼런 권력 앞에 머리를 숙인 상황에서 홀로 그 잘못된 시스템을 파괴하겠다 선언한 수지의 행동은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권력관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회장은 그런 수지에게 호감을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자가 잘 되면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본능적 판단이니 말이죠.
절대 권력을 누리는 하린과 달리, 재벌가인 예림은 달랐습니다. 그런 예림이 F등급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라며 제안한 수지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예림 역시 이런 한심한 놀이가 반갑지 않았고, 피라미드 자체를 파괴하는데 동의하며 수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었습니다.
수지의 머리에서 나오는 대책들이지만 힘을 가진 예림을 통해 상황을 통제하는 방식은 탁월했습니다. 예림은 하린이 학부모 참관수업에서 피라미드 게임을 소개하고 실제 해보도록 한 행위를 언급하며 동일한 규칙 위반을 언급합니다.
수지가 하린으로 인해 규칙 위반으로 투표권을 박탈당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하지만 손을 들라는 방식으로는 공정한 평가를 할 수는 없어,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하린으로 인해 둘 모두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하린이 주장한 '모두의 게임'은 발목이 잡히는 이유가 되었고, F등급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더욱 A등급에 존재감 없던 전교 2등 고은별이 올라가며 급격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하린을 보위하며 절대 권력을 누리던 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말 많은 방우이는 몰락하고, 최측근이라 자처하던 김다연도 밀려났습니다. 이에 분개하지만 하린에게는 이런 자들보다 머리 좋은 신하가 필요했고, 그 역할을 고은별이 자처했습니다. 반장인 서도아까지 달라진 모습에서 하린은 수지와 맞서 싸울 존재로 은별을 내세운 것이었죠.
예림이 수지의 편에 서서 하린을 공격하자, 바로 다음날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이니셜 기사이지만 체육관 지어준 재벌가 딸이라는 언급은 예림을 지칭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분개한 은정이 학생을 폭행하며 예림과 관계가 경직되기도 합니다.
누가 봐도 보이는 기괴한 2학년 5반 상황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바꾸려 했던 문학교사 윤나희는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고, 이런 상황에서 수지를 위해 자신이 반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고 감쌌습니다. 그런 나희는 하린의 범죄를 알면서도 외면한 교사들에 일침을 가합니다.
나희는 떠나며 수지에게 너희한테 백하린은 그저 같은 반 학생일 뿐이라면 "지지 마"라고 응원해 줍니다. 이미 권력에 굴복할 필요는 없다는 말은 씁쓸함으로 다가옵니다. 그 권력의 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사회에서는 더욱 강력한 힘으로 목줄을 죄기 때문입니다.
5~6회를 관통하는 궁금증은 하린과 자은의 관계였습니다. 둘은 초등학생 때부터 알던 친구였습니다. 극과 극의 경제적 차이는 있지만, 둘 사이는 제법 친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 하나로 모든 것이 뒤틀렸습니다. 하린은 자신의 이런 행동들이 모두 자은 때문에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린은 자신을 가해자라 몰아붙이는 수지에게 자신이 가해자면 자은이는 뭘까?라며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발언을 했습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하린의 과거가 무엇이든, 그가 행하는 현재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그저 내재된 악마성이 과거 자은이 한 행동 하나로 살아났을 뿐이니 말입니다.
손쉽게 학급이라는 사회 축소판을 좌지우지하던 하린으로서는 갑작스러운 수지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했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자은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자은 엄마가 있는 곳까지 찾아갈 정도로 하린의 압박은 더욱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은의 엄마까지 찾아가며 압박한 하린은 수지 아버지를 전근시켜 전학시키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걸림돌은 치우면 그만이라는 하린의 이 방식은 그의 집이 가진 권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수지 아버지 상사에게 뇌물을 주고 전근시키는 행위는 그들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린 부모들이 자신의 딸에게 꼼짝못하는 이유는 아버지의 비자금 관리 문건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 스스로 자기 딸이 사이코패스라고 하면서도 방관하는 사이, 하린은 더욱 큰 괴물이 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실제 사회에서 보이는 그런 괴물들처럼 말이죠.
하린이 영입한 뉴페이스 은별은 위기 상황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합니다. '과녁 피구'라는 이름의 기괴한 게임의 실체는, F등급이 사라진 현실 속에서 대체제가 D등급 1표씩만 받은 이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잔인한 게임이었습니다.
D등급 아이들을 피구공으로 맞추며 점수를 얻을 수 있고 이는 내신 평가에 반영됩니다. 학생들에게 이는 절대적인 가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수지는 자신과 같은 동료들과 힘을 합하게 됩니다. 집단 린치를 가하려는 하린에게 D등급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소수의 학생들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보다 많은 이들을 표적으로 만들면 그들의 노림수는 아쉬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F등급을 대처하려는 효과가 미미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한번 공을 상대에 던져 맞추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들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상대들이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 상황을 즐기는 하린의 모습은 끔찍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사회의 완벽한 축소판이기 때문입니다. 정치꾼들이 특히 잘 사용하는 이런 방식은 논점을 흐리게 만들며 권력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특효약이기 때문입니다.
과열된 상황을 막아세운 것은 수지와 예림, 자은, 재형이었습니다. 수지가 언급한 공을 모두 확보자하는 제안은 한참이나 엉망이 된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공을 잡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에 하린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게임의 룰에서 맹점을 찾아 무력화하는 행위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하린에게 잘 보여야만 하는 다은은 공을 빼앗아 공격했고, 이런 모습을 본 하린의 표정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보는 앞에서 발톱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동안 하린이 가면을 쓰고 웃는 표정으로 친구들을 지배하던 모습의 이면을 드러낸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다은의 행동은 하린의 분노를 이끌었고, 그는 다은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겁니다.
자신에게 나쁜 짓을 했다는 말 한마디로 다은은 집에서 죽도록 맞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같은 재벌이라고 해도 등급이 존재하고, 그런 지배 구조에서 하린의 집안은 언제나 우위에 서 있었습니다. 백연그룹 도움이 절실한 다은 아버지로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하린의 행동은 결국 몰락을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 사람들을 내치며 권력을 남용하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은과 친한 유도부인 설하가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낸 점이나, 하린을 이용만 하려는 은별의 모습들은 그의 몰락이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피구공을 잡은 수지는 D등급 친구에게 공을 던지지 않고 아주 가볍게 터치만 합니다. 규칙에는 강하게 던져 맞춰야 한다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괴롭히지 않고도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은 빠르게 전염되었고, 그렇게 '과녁 피구'는 오히려 아이들을 각성시키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하린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녹음 파일에 맞서, 하린은 수지 아버지를 궁지로 몰아넣을 계획을 전했습니다. 도아의 휴대폰과 같은 기종이라 은밀하게 녹음하기 위해 바꾼 상황을 모를 줄 알았지만, 이를 빌미로 도아는 다시 하린의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 도아의 행동을 보며 "다시 귀엽네 도아"라는 하린의 말은 끔찍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들의 권력 관계가 어떻게 구축되고 견고한지 잘 보여주는 대사였기 때문입니다. 수지가 가진 녹음 파일을 무마하기 위해 하린은 자기 집안의 돈을 이용했고, 이 파일이 퍼지면 수지 아버지는 재벌가의 돈을 받은 파렴치한 군인이 됩니다.
4회가 남은 '피라미드 게임'은 흥미롭습니다. 집과 학교, 사회는 별개가 아닌 연결된 공간이자 관계성이 존재합니다. 공간에서 만들어진 관계는 사회로 확대되고 그게 곧 하나의 나라가 되기 때문입니다. 군사 문화가 조금은 희석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권력관계가 고착화된 현실 속에서 '피라미드 게임'이 던지는 메시지는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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