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저녁만 되면 많은 이들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고는 합니다. 이런 마법 같은 일도 이젠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입니다. 사랑은 결국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준 그들의 이야기는 역시 매력적이고 감각적이었습니다.
다음이 아닌 지금 당장, 가슴이 시키듯 사랑을 고백하라
6년 만에 우연히 만나게 된 시원과 윤제. 어렵게 시원의 생일에 사랑 고백을 한 윤제는 이후 의식적으로 그녀를 피해왔습니다. 동창회도 피하고 명절마저 시원과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해왔던 윤제는 운명처럼 그렇게 자신의 첫 사랑이자 평생 사랑인 시원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안고 동창들은 많이 변해있었습니다. 시원은 막내 방송작가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고, 윤제는 어리 나이에 판사로 일하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윤제를 따라 공사에 가려했던 준희는 의대에 가서 인턴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유정은 전문대를 졸업하고 서울로 와서 유치원에 다니고 있고, 학찬은 여전히 유학 중이며 성재는 공익요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잊혀진 듯 잊을 수 없었던 그들은 다시 그렇게 모이게 되었습니다.
억지로 잊고 싶었던 시원을 우연하게 만나게 된 윤제는 만남과 동시에 무장 해제되고, 6년 만에 고등학생 윤제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시원이 건넨 한 마디 "지랄하네"는 판사 윤제를 98년 고등학생 윤윤제로 돌려놓았습니다. 힘겹게 피해 다니던 시원을 우연하게 만난 윤제는 유정 아버지의 죽음으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장례식장에서 재회한 그들은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듯 애절하기만 합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공간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확인하는 과정은 곧 우리가 살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13화와 14화를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역시 키스 장면이었습니다. 6년 만에 재회한 유정과 학찬의 등산 키스와 8년 만에 재현한 시원과 윤제의 계단 키스는 그 자체만으로 달달함을 넘어서 마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들의 키스는 극적인 변화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극적인 관계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 것은 반복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주지하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한 편집의 묘미였습니다. 유정 아버지의 발인 날 버스를 타고 떠나던 순간 유학을 갔던 학찬이 돌아와 버스 뒷자리에 앉은 유정에게 다가가 어깨를 빌려주는 장면은, 고등학교 시절 윤제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학찬이 그녀를 위로하는 모습과 교차합니다.
병원 계단에 있는 '진실의 의자' 장면은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진실을 털어놓게 만드는 그곳에 앉아 준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시원. 그런 시원에게 너보다 내가 먼저 윤제를 사랑하는 너를 알고 있었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장면은 흥미로웠습니다. 준희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하게 자리하고 있지요. 준희가 먼저 고백을 해서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던 시원. 그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살아왔던 윤제로서는 놀랄 수밖에는 없습니다.
우연히 계단에서 둘의 이야기를 듣게 된 윤제는 준희가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그런 비밀을 공유하고 지켜주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시원과 준희가 '진실의 의자'에서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듯, 시원과 윤제 역시 그곳에서 그동안 품고 있었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준희가 답답하기만 한 윤제에게 "누구를 좋아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가슴이 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이미 가슴이 시킨 사랑을 하고 있는 시원과 그러지 못하는 윤제의 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평행선이었습니다.
태웅이 자신을 기다리고 사랑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세상에서 신경 쓰이는 유일한 사람은 윤제 하나뿐이라고 고백하는 시원과, 말보다 행동으로 답변을 대신하는 윤제의 모습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수돗가에서 나눈 첫 키스에 이어 8년 만에 진정한 첫 키스를 나눈 둘은 숨겨두었던 마음을 완전히 털어 놓게 되었습니다. 숨겨도 숨길 수 없고, 자신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형을 위해서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감추고 밀어내고 있었던 윤제에게도 더 이상을 참을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키스 후 감기약을 건네며 '식후 30분..난 이제 다 나았다"라고 하는 시원은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진한 키스로 시원의 감기를 가져간 윤제가 준희와의 동거를 끝내고 헤어지는 자리에서 기침을 하는 장면은 '응칠'이의 섬세하고 재미있는 연출의 예이기도 합니다.
소나타를 오나타로 만들어버린 시원. 그런 시원을 기억하게 하는 그 차는 태웅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차입니다. 태웅은 시원과의 모든 추억이 이 차에 담겨 있었고 윤제에게는 시원이 남겨준 소중한 'S'자가 있던 차였습니다. 서울대를 가라며 건네주었던 태웅 차(당사자인 시원도 몰랐지만)의 'S'자는 윤제가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는 보물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그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 시원은 윤제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지요.
준희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윤제처럼 태웅은 윤제가 시원을 줄곧 사랑해왔음을 알게 됩니다. 전혀 알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을 '진실의 의자'가 있던 계단에서 알게 되는 과정은 흥미로운 변주의 연속이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유사한 형식의 고백을 하는 과정은 A와 B가 듣게 되지만 전혀 다른 결과로 다가선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연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윤제가 형인 태웅이 시원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마음을 닫았듯, 태웅 역시 윤제의 마음을 알고 이번에는 자신이 그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응칠'이 꾸준하게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동일한 장소와 형식을 통해 서로 다른 결과를 유도해내는 방식을 택했듯 태웅의 선택은 자연스럽고 당연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태웅의 짝은 시원이 아닌 수술을 담당했던 여의사(이주연)임은 준희가 다시 한 번 스포일러하듯 보여주었습니다. 이야기 전개 과정에서 힌트들을 남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제작진들은 언어유희를 하듯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수술이 아닌 시술이라며 윤제를 안심시키는 과정에서 "형 수(술)..아니 시술"이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여의사를 형수라고 지칭하는 장면은 제작들이 좋아하는 힌트였으니 말입니다. 물론 '키다리 아저씨'의 결말이 변수처럼 이야기되기는 하지만 이는 큰 변수로 다가오기는 힘들지요.
준희가 직접적으로 시원과 윤제의 사랑을 연결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 것과는 달리, 성제는 오지에 홀로 사는 할머니 집 전등을 갈아주는 행위를 통해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패턴의 연출을 지향하지만 씨줄과 날줄을 정교하게 잡아채 탄탄하게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응답하라 1997>은 명작임이 분명합니다.
감성에 푹 젖게 만드는 이야기 속에 사랑의 본질과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과의 우정 등 우리가 살아가는데 절실하고 필요한 이야기들을 매력적으로 담아내는 <응답하라 1997>도 이제는 단 두 번의 만남을 남겨두고 있을 뿐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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