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예능들이 시작되었다 폐지되는 상황에서 3년 넘게 방송이 되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정글의 법칙>은 대단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비슷한 예능들 속에서 정글에서 생활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이제는 확실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정글에서 펼쳐지는 예능의 힘;
최강자들이 함께 하는 정법 헝거 게임은 왜 대단하게 다가오나?
예능이 100회를 맞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드라마 역시 100회를 넘기기 힘든 상황에서 긴 시간 동안 방송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시청자들에게 인정받는 드라마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정글의 법칙(이하 정법)>은 이런 특별한 날을 위해 기념비적인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역대 최강이라고 불리는 정법 멤버들과 새로운 정법 멤버들이 보르네오에서 '헝거 게임'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추성훈과 전혜빈, 오종혁, 광희가 역대 최강 팀으로 이번 100회 특집에 함께 했습니다. 물론 광희의 참가는 최강자라는 의미보다는 초창기부터 출연한 인연이 만든 결과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상대 팀의 약자로 평가되는 봉태규를 위한 선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정법 역대 최강 팀을 꾸리려면 광희 대신 리키 김이 나와야 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리키는 정글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목소리로 출연하며 그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정법은 분명 김병만의 김병만을 위한 김병만에 의한 프로그램입니다. 가장 정글에 최적화된 그의 생존 능력과 보조자들의 역할이 현재까지 정법의 모든 것이었다는 점에서 '정법'의 장점은 곧 단점이 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제작진들 역시 이 문제를 알고 있었고 지난 여행에서 그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하기까지 했습니다. 김병만 혼자 생존하고 다른 멤버들은 김병만 없이 생존하는 분리생존 실험은 이런 의문들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병만은 능숙하게 정글에서 버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풍성한 식량과 잠자리 등 정글이라고 하지만 부족할 것 없는 그의 생활공간은 만족스러웠지만 해결 할 수 없는 마지막 문제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외로움이었습니다.
김병만과 달리, 거의 대부분을 해결하거나 이끄는 존재인 족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정글에서 삶은 그리 편안할 수는 없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식량 조달의 한계가 크게 다가왔고, 정글에서의 삶이 익숙하지 않은 그들에게 그 모든 삶이 고통 그 이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이 하루를 보내며 가장 크게 떠오른 것은 바로 김병만이었다는 점에서도 분리 생존은 그들 스스로 시청자들에게 '정법'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지난 미크로네시아 편 마지막이 현재의 '정법'의 문제와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면, 100회 특집은 새로운 예능으로서의 '정법'을 실험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역대 최강이라고 꼽힌 멤버들과 새로운 멤버들이 영화 <헝거 게임>을 차용한 게임을 한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정법'은 정글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다시 각인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측면에서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이런 경계의 모호함은 결과적으로 조작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뉴질랜드 편에서 박보영 소속사 사장 논란은 '정법'을 폐지 위기까지 몰아간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방송을 위한 부분과 그 외적인 상황. 그리고 방송을 위한 일정한 가이드라인까지 모든 것이 존재하는 그곳에서 마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은 정글 본연과 도전이라는 주제만 부각시킨 '정법'은 스스로 발목을 잡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정법'의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가능성을 만들었고, 100회 특집은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무대가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영화 <헝거 게임>처럼 두 부족으로 나뉘어 분리 생존하며,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을 통해 경쟁을 하는 방식은 '정법'이 다양한 형태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실험의 시작입니다. 지난 99회까지 일정한 패턴으로 진행되던 '정법'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100회 특집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이번 100회 특집이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게 된다면 '정법'은 동일한 형식은 아니겠지만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좋은 것도 식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법'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장소들을 옮겨 다니며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어느새 하나의 틀처럼 자리 잡힌 그들의 생존 모습은 조금 아쉬움을 던져주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겨움 속에서 그들이 준비한 100회 특집은 예능으로서 '정법'을 다시 다잡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가장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 됩니다.
본격적인 100회 특집은 다음 주부터 시작이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보다 성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정법'의 의지만큼은 충분히 전달된 100회였습니다. 소림사와 도시 이야기 등 정글에서 파생된 SBS의 독특한 생존 프로그램들은 결과적으로 '정법'과 함께 어울려야 그 힘이 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100회는 새롭게 시작되는 시즌2의 첫 회가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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