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욱, 처절한 눈물 연기로 마지막 연기에 생명을 부여했다
승윤의 엉뚱한 시도는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되는 장난으로 다가오기도 했지만 누군가에는 앙금을 씻어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하산한 영욱은 하선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지만 한심하기만 한 현실은 그에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합니다.
단역 배우들을 연결하는 일을 하던 내상과 승윤은 현장이 언제나 그러하듯 급조된 상황에서 연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영화에 참여했다는 즐거움에 기대하며 영화를 보지만 하루 종일 촬영에 임했음에도 자신들의 등장은 자신이 아니면 알아볼 수도 없는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불만이었던 승윤은 자신이 영화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며 나섭니다.
자신이 많이 등장하지 않은 한풀이라도 하듯 등장하는 모든 이들의 모습을 빼놓지 않고 기록하기만 하는 그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고 우습게 생각했던 승윤이 자신이 했던 작업이 완료되었다며 땅굴 극장에서 시사회를 개최하며 식구들의 기대는 최고치로 올라섰습니다. 내상의 식사하는 모습으로 시작된 영화는 그대로 이어지며 관객들의 원성을 사기 시작합니다. 뒤이어 유선의 설거지 모습이 등장한다며 대략 15분 정도 그런 모습이 나온다는 말이 모두들 박차고 나가고 절친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시작과 함께 잠든 종석도 승윤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관객이었습니다.
그런 승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주인공은 계상이었습니다. 스쿠터를 타려고 몰래 열쇠를 훔쳐 나오던 지원을 발견하고는 꾸짖고 열쇠를 빼앗았던 계상. 그런 계상에게 간섭이 너무 지나치다며 따지는 상황 속에서 터져 나온 황당한 방귀 사건은 당시에는 당혹스러웠지만 지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니 너무 재미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기분 상해있는 지원과 화해를 하기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계상은 정중하게 땅굴 극장으로 초대합니다. 불평을 하면서도 계상의 말을 따르는 지원은 여전히 그를 좋아합니다. 말도 안 되는 영화를 보며 불평하던 지원은 계상과 자신의 모습을 보며 활짝 웃습니다. 너무 격렬했던 상황에서 갑자기 터진 방귀. 그 짧은 순간 서로 민망해 웃지도 화내지도 물어볼 수도 없었던 그 상황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객관화해 다가오니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민망한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킨 계상의 노력으로 지원과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둘은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며 쌓인 앙금을 모두 던져버립니다. 알지 못하던 타인이 만남을 가지고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자신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곡해되기도 하고 그런 어긋남은 곧 이별 혹은 경멸로까지 다가오는 세상에서 계상이 보여준 이 엉뚱한 웃음 화해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웃을 일이 없어지는 세상에 자신의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을 웃음으로 아무렇지 않게 승화시키는 계상의 지혜가 부럽기까지 합니다.
연극 무대에 선 하선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 영욱. 그 날 이후로 하선을 잊지 못하던 영욱은 진희를 이용해 그녀를 보는 방법까지 동원합니다. 그로 인해 진희에게는 욕을 먹고 더 이상 상대 할 가치가 없는 존재로 낙인이 찍혀 버리지만 영욱에게는 하늘에 준 기회가 찾아옵니다.
소매치기를 쫓아 온 한강. 자신에게는 소중한 지갑을 한강에 버리자 주저 없이 뛰어든 영욱은 마침 머플러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을 보다 한강에 떨어진 하선과 마주하게 됩니다. 자신이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친 상황들도 주변의 왜곡된 기억들로 인해 하선을 구해준 멋진 남자로 각인 되어버렸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천우신조와 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영욱을 몰아붙이듯 하선에게 접근합니다. 한교 선생님들까지 동원된 작전은 주요하고 공개 프러포즈를 통해 영욱은 하선의 남자 친구로 인정받게 됩니다. 하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연인이 되었지만 그들의 만남은 언제나 불편하기만 합니다. 하선에게 영욱과의 만남은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없는 의무감이 지배합니다. 그런 관계는 당연히 더 이상의 진전을 이끌 수 없다는 점에서 그들의 만남은 처음부터 이별을 염두에 둘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영욱과의 관계가 발전하지 못하며 자연스럽게 하선을 마음에 둔 지석의 움직임은 좀 더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밖에는 없었고 학교 동료로서 이웃으로 친근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진희의 응원을 받지만 그게 두려운 지석은 뱀에 물린 하선에게 엉겁결에 고백을 하기도 하는 등 영욱이 없는 상황에서 지석과 하선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상황이었습니다.
시험보기 전 날 하선을 찾아 온 영욱. 초라하기만 한 영욱에게 고기를 사 먹이는 하선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마지막 만찬이었습니다. 시험 끝나고 좋은 소식으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긴 영욱은 며칠 후 학교 앞에서 하선을 기다립니다. 낡은 츄리닝만 입던 영욱이 양복을 입고 차까지 끌고 하선을 기다리는 모습은 합격한 것으로 기억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하선과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보지 못했다는 영욱은 하선과 함께 가장 완벽한 데이트를 합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이제 공무원이 되는 영욱에게 넥타이 선물을 하는 하선의 모습은 전형적인 연인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모든 데이트를 마친 영욱은 하선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해서 함께 갈 수 없겠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는 곧 결혼 프러포즈와 동일한 것이었고 갑작스러운 영욱의 질문에 하선은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결과를 의도하고 던진 영욱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별로 이어집니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자신은 더 이상 하선과 함께 할 수 없이 이제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통보에 가까운 결별은 하선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비록 자신이 영욱을 받아들일 준비는 안 되어 있었지만 다시 일방적인 방법으로 이별을 한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포옹을 하며 짧았지만 영욱에게는 잊혀 질 수 없는 아련한 시간들을 정리합니다.
고시원으로 돌아 온 영욱과 그를 맞이하는 친구는 영욱이 시험에서 떨어졌음을 이야기합니다. 차도 아는 형에게 빌렸던 영욱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스스로 이별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자신과는 너무 차이가 나는 하선을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영욱은 그렇게 작고 좁은 고시원 방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그 비좁고 방음도 안 되는 방에서는 마음껏 울 수도 없습니다. 옆방에서 울음소리마저 제재하지만 그의 눈물은 멈추지를 않고 짧았지만 너무나 자신에게는 아름답고 소중한 사랑을 마무리해야만 했습니다.
영욱과 하선의 관계는 처음부터 이별을 염두에 두고 시작된 관계였습니다.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면 진행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의도보다 더욱 악화된 반응에 조금 흔들리기도 했지만 영욱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고 멋진 마무리를 보여주었습니다. 고시원 방에 들어서 울먹이는 순간부터 울음소리를 삼키며 처절하게 우는 영욱의 연기는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압권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쉽게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처연했던 영욱의 마지막 눈물 연기로 인해 그는 어쩌면 '하이킥3'에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의 연기는 너무 탁월해 재등장을 예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는 점은 이후 극의 흐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로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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