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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Netflix Wavve Tiving N OTT

경성크리처 1~2회-역사적 사실 속 크리처로 풀어낸 재미와 의미

by 자이미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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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퀄리티를 보이며 시작되었습니다. 총 10부작 중 7편이 선공개되고, 1월 5일 남은 3편이 공개됩니다. 오늘은 초입 부분인 1, 2회를 먼저 언급하려 합니다.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데, 영리하게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잘 만들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크리처물이라는 점에서 특수효과는 절대적입니다. 아무리 이야기의 힘이 강해도 보여지는 특수효과가 엉망이면 내용마저 허술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나온 크리처물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반가웠습니다.

경성크리처 1회-태상과 채옥의 첫 만남

물론 에일리언의 아이디어를 계승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유사성들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촉수가 있는 괴물 형상은 유사성을 띨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촉수 동물을 기반으로 한 제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경성크리처'의 시대가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1945년이라는 시점은 일제 말기이자, 일본이 패망하기 얼마 전이라는 점에서 드라마가 이 시점을 선택한 것은 분명한 의도와 목적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당연하게도 그런 설정과 상황이 주요 무대로 전개되었습니다.

 

나치마저도 기겁했다고 알려진 일본의 그 악명높은 731부대는 불법으로 생체 실험을 하던 곳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마루타'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그곳이죠. 이 부대에서 온갖 생체 실험을 한 일본 의사는 전쟁 후에도 처벌받지 않고 일본에서 유명한 의사로 명성을 얻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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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시작은 만주에 있는 731 부대처럼 보이는 곳에서 다급하게 자료들을 폐기하고 폭파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생체 실험을 하다 사망한 수많은 이들을 불태우는 모습에서 이들의 잔혹함을 조금은 엿볼 수 있게 했습니다.

 

생체 실험을 하기 위해 강제로 납치해온 수많은 이들을 전부 총을 쏴서 죽이고, 건물을 폭파하는 상황에서 일본군이 목격한 어둠 속의 그 무언가는 바로 괴물이었습니다. 불길이 타오르는 복도 끝 방에서 갑작스럽게 나온 괴물을 보고 기겁한 일본군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1945년 경성을 묘사한 거리와 기차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열차를 이용하는 윤채옥(한소희)과 아버지 윤중원(조한철)이 이동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의자에 묶인 채 취조를 당하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는 경성에서 최고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인 장태상(박서준)입니다.

경성크리처 1회 스틸컷

전당포를 운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들과 사연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태상은 경성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이는 그가 일본군에게 취조를 당하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침략국의 군인은 조선인들을 우습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시카와(김도현)는 애첩인 명자(지우)가 갑작스럽게 사라졌다며 그를 찾으라 합니다. 그렇게 명자를 찾기 위해 경성에서 최고 정보통인 태상을 협박한 것이죠. 아무리 대단한 정보통에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시카와 경무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명자 찾기는 자연스럽게 기차에서 내린 부녀와 맞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토두꾼 부녀인 중원과 채옥은 그 직업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었죠. 그건 10년 전 사라진 중원의 아내이자, 채옥의 어머니를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들 부녀가 찾는 사치모토는 그림을 그리는 인물입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은 단순하지 않은 생체 실험 과정을 담은 듯한 그림들입니다. 그리고 이 사치모토가 집착하는 여성이 채옥의 어머니일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문제의 생체 실험을 통해 괴물이 되어버린 인물로 등장한 강말금이 채옥의 어머니일 것으로 보입니다.

 

태상과 채옥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익숙한 듯 하지만 그리 큰 거부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남자라 생각한 상대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태상의 모습을 단순한 금사빠라고 보기는 어렵죠. 온갖 일들을 겪으며 현재의 위치까지 오른 태상이 여성을 좋아한다는 설정 자체가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1945년이란 시점 한국을 그린다는 것은 이야기들이 익숙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제치하하에서 광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들과 일제의 앞잡이가 된 자들의 이야기는 시대상이라는 점에서 식상함보다는 자연스러운 설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성크리처 2회-옹성병원으로 잠입하라

태상은 독립군도 아니고, 대단한 가치관을 가지고 그 시대를 살아가던 인물이 아닙니다. 오직 돈을 위해 모든 것을 건 이 태상이라는 인물이 명자 찾기를 시작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담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토두꾼이 되어 어머니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채옥이 천하의 한량으로만 생각했던 태상과 함께 옹성병원에 잠입하면서 달라지는 과정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첫 만남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이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치게 되는 과정 역시 새로울 수는 없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시대상을 적절하게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경성크리처'는 새롭다는 단어보다는 익숙함 속에서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드라마는 분명한 메시지를 품고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익숙함이 식상함보다는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일본인들만 치료 받을 수 있는 '옹성병원'에 명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얻은 그들은 태상의 친구이자 독립군이기도 한 권준택(위하준)의 도움을 받습니다. 조선인들은 쉽게 갈 수 없는 '옹성병원'에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지체 높은 집안의 아들인 준택은 친일 하는 아버지가 부끄러워 몰래 독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명자를 납치한 것은 이시카와의 부인인 마에다 유키코(수현)이었습니다. 그가 왜 남편과 바람이 난 여자를 일본사람들만 다니는 병원에 데려갔는지 의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명자를 찾아야 하는 태상과 엄마를 찾으려는 채옥 부녀는 준택으로 위장해 병원에 들어서는데 성공합니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그 병원에서는 단순히 치료만 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 군인들이 상주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죠. 지하에는 감옥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여성들이 갇혀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회자되던 '부녀자 연쇄 실종 사건'의 희생자들이 모두 그곳에 갇혀 있었습니다.

경성크리처-매력적인 박서준과 한소희

의사 이치로(현봉식)는 잔인한 생체 실험을 하는 인물입니다. 은밀하게 진행되는 이 실험을 보호하는 군인들을 이끄는 가토 중좌(최영준)은 다양한 실험 현장에 있던 존재죠. 직접 실험을 하는 주체가 아닌 보호하는 군인이지만 가토는 그 누구보다 이 생체실험에 탐닉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옹성병원 지하에서 진행된 실험체가 된 실험의 대상이 된 여성들은 폭파한 곳에서 가져온 약물을 통해 추가 실험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굶주린 그들에게 주어진 찹쌀떡은 자연스럽게 목이 마르게 되었고, 그들이 마신 물속에 문제의 약물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가토는 환희를 맛봤습니다. 괴물이 되어 일본군들을 공격하는 괴물을 보면서 오히려 감탄하는 가토는 "여신의 탄생이다"며 환호했습니다. 이는 완성체에 가까운 괴물이 만들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했습니다.

 

여신이지만 함부로 할 수 없는 가토는 질소를 이용해 마취시키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와중에 퍼진 눈같은 하얀 물체에 닿은 그곳에 갇혀 있던 모든 이들은 끔찍한 모습으로 사망했습니다. 그저 괴물에게서 나온 기포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끔찍한 모습은 잔인한 일본군이 원하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전쟁광으로 세상을 집어삼키겠다는 욕망에 빠져 있던 이들이 괴물을 만들기 위해 실험을 한 이유 역시 순식간에 수많은 이들을 죽일 수 있는 괴물은 최고의 무기입니다.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괴물의 탄생은 일본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환상을 품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괴물 등장과 함께 병원에 있던 모든 이들을 피신시킨 옹성병원에 몰래 남은 채옥은 위험을 무릎쓰고 문제의 지하로 숨어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채옥은 괴물과 마주하게 될까요? 옹성병원 간호사가 태상에게 가져온 글에는 '명자를 찾았소'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경성크리처 익숙함 속에서 특별한 가치를 품다

옹성병원 간호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독립군이었습니다. 채옥 부녀를 돕는 청소부 역시 독립군이었습니다. 단지한 손이 증표가 된 독립군들은 옹성병원에 납치된 이들이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알고 은밀하게 그곳에 숨어들어 이유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알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채옥에게 마음을 빼앗긴 강태는 위험한 옹성병원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과연 그곳에서 그들은 어떤 현실과 마주할 수 있을까요? 이미 7회까지 공개되었으니 그 이후 과정들은 알고 있는 이들도 많을 듯합니다. 2회까지만 본 '경성크리처'는 충분히 흥미로웠습니다.

 

새로울 것 없는 기시감이 많이 드는 드라마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끌리는 것은 그런 익숙함 속에서 강조하는 주제입니다. 일제에 맞서는 이들을 통해 그들이 과거 어떤 악행들을 저질렀는지 보여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경성크리처 포스터

그리고 괴물 디자인과 표현력은 최근 공개한 크리처물과 비교해봐도 압도적이었습니다. 박서준과 한소희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매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청하도록 유도합니다. 그리고 그 시대상이 주는 상징성은 유사성이 넘쳐나도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괴물이라는 존재를 앞세워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경성크리처'는 그 자체로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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