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제의 저주가 등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국 드라마의 핵심은 미국 드라마와 달리, 단편으로 끝난다는 점이었습니다. 미드의 경우 10년 넘게 시리즈를 이어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지루해지고,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 모호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는 합니다. 그런 점에서 K드라마는 환영받았습니다.
'스위트홈'이 성공하자 넷플릭스는 즉시 시즌제를 알렸습니다. 그리고 제작진은 시즌 2와 3을 함께 만들기 시작했고, 시즌 2가 공개되었습니다. 괴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보자마자 탄성이 나올 정도로 안타까운 전개는 씁쓸하기만 했습니다.
시즌 2는 대결 구도를 세분화해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소비했습니다. 1회부터 4회까지 괴물의 영향은 지배적이지 않았고,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습니다. 나름 이야기에 집중하며 시즌 2를 어떻게 만들지 시청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도는 의미가 있었지만 문제는 이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가 없었다는 겁니다.
시즌 1에서 싸우던 그린 홈에서 벗어나 좀 더 큰 공간으로 옮겨가며 등장인물들 역시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이는 세계관 확장에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에서 당연했지만, 과연 시즌 1과 비교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괴물을 제거하는 특수팀인 '까마귀부대'의 등장입니다. 이들의 등장은 달라진 세계관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린 홈에서는 막강한 괴물들을 반인반수인 현수(송강)가 주민들과 함께 맞서 싸우는 것과 달리, 시즌 2는 군인들이 괴물과 싸운다는 것은 전혀 다른 관점이 제시되죠.
시즌 2에서는 그린 홈 밖으로 나서며 세계관 역시 확장되며, 괴물에 맞서는 전문적인 군인들인 '까마귀부대'가 등장하며 규모의 크기를 대변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런 기대치가 화면에 모두 전달되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무장한 군인들이 거침없기는 하지만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것이죠.
'크리처물'이라는 점에서 특수효과는 자연스럽습니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현하느냐가 관건이고, 이는 '스위트홈'이 풀어야 할 과제이자 장점입니다. 그린 홈을 배경으로 한 시즌 1은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하며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했습니다. 이는 그만큼 특수효과도 훌륭했다는 의미입니다.
시즌 1을 보며 행복해했던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시즌 2 초반에 보인 특수효과들에서 당황스러워했을 수도 있습니다. 고정된 도시 전경 등은 잘 표현되었지만, 초반 중요한 크리처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엄마 괴물과 아기 괴물 등장은 시즌 2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 장면들은 중요했습니다.
'괴물=사람의 적'이라는 공식을 이 괴물은 깨트렸습니다. 사람을 위협하거나 해치려는 존재가 아니었죠. 오히려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하려 노력하는 괴물도 엄마였습니다. 하지만 괴물은 오직 적이고 무찔러야 하는 대상일 뿐이라 여기는 인간들은 죽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여기에 괴물이 가지는 모성애도 중요함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이후 등장하는 인간과 괴물의 혼종, 혹은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들 속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힐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 아이가 위험에 빠졌을 때 다가와 도와준 것 역시 괴물이었고, 갓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그 모성애가 작동한 것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까마귀 부대였습니다. 인간을 보호하던 괴물에게 총격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향하는 괴물의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왔습니다. 인간과 괴물의 차이가 외모만 다를 뿐이었으니 말입니다.
괴물의 모성애는 탁인환 상사(유오성)와 김영후 중사(김무열)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이유로 다가옵니다. 이 차이는 지속적으로 축적되며 대립 구도를 구체화했습니다. 탁 상사가 이끄는 까마귀부대에서 김 중사는 괴물을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군인이었습니다.
김 중사가 가차 없이 괴물을 제거하라 지시하고, 아기 괴물을 찾아내 잔인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 그의 성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김 중사에게 아기 괴물도 그저 '괴물'일뿐이기에 그런 행동은 그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악랄한 소문과 잔인함으로 무장한 듯 보이는 탁 상사는 아기 괴물을 살려 보냈습니다.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괴물을 죽이지 않는단 말은 김 중사와 절대적 대치점에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이는 둘 사이의 관계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니 말입니다.
까마귀부대가 해체 지시를 받은 것은 국무총리의 지시 때문이었습니다. 더는 괴물을 제거할 필요도 없는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생존자들을 안전지대인 스타디움으로 이주하도록 한 것은 그들을 살리기 위함이 아니라, 모두 제거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들과 달리, 그린홈 주민들을 차로 이송하다가 함께 고초를 겪으며 인연을 맺는 이병 박찬영(진영)은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런 찬영은 탁 상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갈등 상황에서 김 중사와 대립각을 키울 것으로 보입니다.
괴물이 된 인간들을 실험해 해독제를 만드는 임 박사(오정세)는 광기가 가득한 과학자이기도 합니다. 총리와 함께 모인 위정자들은 자신들만 살면 그만이라 생각했고, 스타디움에 생존자들이 다 모이면 그곳을 폭격해 몰살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생존자들이 괴물화 되어가는 것을 막기 어렵다면 모두 죽이면 된다는 이 황당한 발상은 결국 까마귀부대의 공격으로 마무리되게 됩니다. 폭격 과정에서 중요 인물들이 죽거나 생존 가능성을 알 수 없게 되는 과정들은 답답함으로 다가옵니다. 시즌 3나 되어야 이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니 말입니다.
임 박사의 등장은 자연스럽게 현수와 상욱의 이야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임박사의 실험에 이들이 모두 연루되기 때문입니다. 상욱은 실제 상욱이 아닌 정의명이었고, 이미 괴물인 그는 자신과 같은 동족인 현수가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상욱과 현수의 관계는 초반 '괴물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인간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괴물이라 생각하는 상욱과 여전히 인간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해도 괜찮다는 현수의 대립과 갈등은 앞선 까마귀부대의 대립각과 유사합니다.
현수의 괴물성을 깨우기 위해 잔인한 공격을 가하는 상우와 이에 맞서 싸우며, 한쪽 팔이 날개처럼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나마 시즌 2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볼거리였습니다. 이를 제외하고는 볼만한 특수효과가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임 박사의 광기는 이내 사라지고 스타디움에 묻혀 사는 존재로 전락해 있습니다. 물론 이후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모르지만, 미드에서 자주 등장했던 설정들로 익숙해서 오히려 지루함으로 다가오기만 했습니다. 그린 홈이 긴박감이 가득했다면, 스타디움은 지루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자칫 재미없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응복 감독의 전작인 '지리산'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음에도 졸작으로 몰락한 것과 '스위트홈 2'는 묘하게 겹쳐있습니다.
긴장감은 사라지고, 이야기는 무뎌져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 3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백들을 남기고, 등장인물들을 파편적으로 다루며 집중력을 잃은 것도 아쉬움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새로움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익숙함 속에 지루함이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자기 생각에 갇힌 감독의 답답한 연출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지리산'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지리산'으로 비난받았던 김은희 작가는 '악귀'로 명성을 회복했다는 점에서 이응복 감독 역시 '스위트홈 시즌 2'로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줘야 했지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시즌 2를 마저 보게 된다면 괴물이 된 오빠를 찾아다니는 은유와 달리, 밖에서 사는 아이(김시아)의 등장입니다. 눈동자가 바뀌며 인간도 괴물로 만들고, 괴물들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정할 수도 있는 아이의 등장은 시즌 2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였습니다.
아이는 서이경이 한강에서 낳은 반인반수입니다. 이경과 남상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그렇게 괴물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생존해 있는 장면은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읽는 능력을 가진 아이는 새로운 희망이나 절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김시아가 연기하는 아이가 보여주는 매력은 시즌 2를 볼 유일한 이유처럼 다가올 정도입니다. 태어나자마자 괴물의 모습으로 탯줄을 먹는 기겁할 모습에서 현재로 변화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파편화된 인물들이 어느 순간 모아지게 되고, 엄마인 이경과 아이가 만나는 장면은 중요하게 다가오겠죠.
크리처물을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괴물들일 겁니다. 시즌 2 초반에 등장하는 숨바꼭질 괴물, 링거 괴물, 옷더미를 뒤집어쓴 사치 괴물, 연인을 잃고 방황하는 신부 괴물 등 인간성을 지닌 괴물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괴물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욕망에 충실한 모습으로 변한다는 의미가 되겠죠.
시즌 1에 등장했던 연근괴물이나 눈알괴물 등이 다시 모습을 내밀기도 하지만, 전편을 능가하는 몰입도를 선사하지는 못했습니다. 부감샷으로 다수의 괴물들과 대결하는 장면들은 새롭거나 신기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현수와 상욱의 괴물 대 괴물로 싸우는 장면은 가장 압권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수의 팔 하나가 날개처럼 변하는 장면은 시즌 2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 장면을 제외하고는 이런 매력적인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는 점은 아쉽기만 합니다.
세계관이 확장되었다고 하지만, 시즌 1의 그린 홈보다 치밀하지 못한 이야기는 답답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리산에 올라 길을 잃어버렸던 상황이 그린 홈을 나와 스타디움으로 옮기며 다시 뭘 해야 할지 몰라하는 듯한 모습으로 연결되는 듯합니다. 넷플릭스에서 제작되는 시즌제 드라마나 영화들이 완성도에 문제가 생기며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2' 역시 졸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급습하게 만드는 '스위트홈 시즌 2' 전반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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