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 김피디가 논란을 감수하며 편집한 이유

21일인 월요일 오후에 2주 후에 펼쳐질 결선을 녹화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이미 나왔다는 이야기이고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김건모 측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다 토해냈다는 말로 힘겨운 도전을 마무리했습니다. 조금 깊이 생각해보면 의구심이 가장 크게 드는 것은 김영희 피디가 왜 논란을 감수하며 문제의 장면을 그대로 방송을 했느냐 입니다.

제작진은 어떤 의도로 논란 편집을 했을까?




한 때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로 인정받았었던 김건모가 이렇게 망신을 당할 것이란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을 듯합니다. 더욱 그를 대변하는 노래로 망신을 당한다는 사실은 충격일 수밖에는 없고 그런 충격은 당연히 <나는 가수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케팅 전략은 수없이 많아 모두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매체들이 발전하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 세분화되고 전략적인 마케팅들이 늘어나며 부지불식간에 대중심리에 휩쓸려 마케팅 전략에 쉽게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대중예술까지 잠식한 신자유주의 폭력성?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전문가들이 첫 손에 꼽았던 김건모를 사지에 몰아넣고 최고 가수라는 여섯 명마저 모두 나락으로 빠트리면서까지 <나는 가수다>가 노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논란이 되었던 마지막 부분은 충분히 편집이 가능한 부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목적은 무엇인가요?

흥미롭게도 다른 예능과는 달리 <나는 가수다>는 유독 스포일러들이 많이 돌았던 듯합니다. 물론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한 형태로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기는 합니다. 문제는 의도성이 엿보이는 스포일러들이 터지고 김영희 피디가 즉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그럴 리가 없다고 했던 내용들이 방송에 그대로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김영희 피디가 바보가 아니라면 철저하게 계산된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김건모 탈락의 경우도 이미 지난 주 예측이 되었고 심지어 재촬영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언론에 공개되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기사를 보고 김영희 피디는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며 과연 무슨 의도를 가진 논란 증폭인지가 궁금해지기까지 합니다.

사망 선고를 받기 직전이었던 <일밤>이 <우리들의 일밤>이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꾸며 새롭게 시작하며 가졌을 부담감은 시청자들은 느낄 수 없는 중압감이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나는 가수다>의 성공은 그들에게는 절실할 수밖에는 없었고 어떤 방식으로든 관심을 끌 수 있다면 뭐든 시도할 준비는 되어있다고 봅니다.

구원투수로 내려온 김영희 피디에게 이번 기회는 현장에서 진두지위 할 수 있는 마지막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가 '일밤'에 투입되어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들을 보면 '오픈 발'이라고도 부르는 초반 상승세만 있을 뿐 정상적으로 유지되거나 마무리 된 프로그램들이 없습니다.

조울증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시청률 압박을 심하게 받았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맡은 '일밤'은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데는 실패한 방송입니다. 최근 마무리되었던 '뜨거운 형제'같은 경우도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폐지 통보를 하는 식으로 시청자들과의 교감이나 소통은 상관없이 자신들의 시각에서 정리하는 독선적인 모습들만 보인 게 사실입니다.

이번 <나는 가수다>의 경우만 봐도 기존 음악 전문 방송들을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를 하고 나서 예능에 음악을 접목한 방송이 탄생했습니다. 시작 전부터 많은 우려들이 있었고 감히 가수들을 평가할 수 있는 이가 누구냐 란 질문들에 김영희 피디는 '500인의 판정단'은 일반인의 자격으로 그날 무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말로 서바이벌 형식을 합리화했습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진 오늘 문화평론가인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논란과 관련해 날카로운 비판을 담아냈습니다. 
  

"가창력으로 신인가수 뽑는 것도 아니고 이미 자기 세계를 가진 예술가들 데려다 놓고 누굴 떨어뜨린다는 발상 자체가 미학적 관점으로 난센스"
"더 황당한 것은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하라는 제의를 가수들이 받아들였다는 것. 저는 그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간다. 뮤지션으로서 자의식이 있었을 텐데..."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신자유주의의 폭력을 대중예술에까지 끌어들인 결과라 할까요? 질적으로 다른 것들에 정체도 불분명한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 과연 온당한지"

무척이나 날카롭고 대중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이지요. 가수들 입장에서 보자면 예능에서 무대를 마련해주고 부담 없이 자신의 노래를 마음껏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제작진들의 제안에 흔쾌히 승낙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중가수로서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을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대중과 가깝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바라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니 말이지요. 탈락이라는 제도 자체도 순위라는 개념보다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식이라는 설득이 주요하게 작용했지만 영악한 제작진들을 이를 역으로 이용해 참가자들을 사지로 몰아넣어 버렸습니다.

의도적인 편집으로 그들이 노린 것은?

논란의 마지막 장면들을 보면 왜 제작진들이 경악스러운 존재들인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누군가는 탈락하고 그 과정에서 아쉬움을 토로하고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나오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생방송이 아닌 이상 녹화 방송이란 다양한 논의들을 거쳐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 방송으로 내보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곧 급박하게 현장에서 초치기를 하듯 원칙을 무시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닌, 시간을 들여 감정을 정리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물러날 수 있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방법들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편집에 쫒기는 것도 아니고 사전에 합의된 사안을 가지고 탈락한 가수가 문제를 제기했다고 원칙을 무시하면서 특혜를 줄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박하고 어쩔 수 없음을 강조하며 탈락한 가수와 이에 감정을 그대로 노출한 이소라의 보이지 않아도 좋을 장면들까지 과감 없이 방송으로 내보낸 것은 철저하게 시청률을 위한 전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리얼 버라이어티도 아니고 음악이 중심이 되는 예능에서 마치 생방송을 찍는 듯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장면들을 그대로 방송한 것은 의도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편집이었습니다. 최소한 담당 피디들은 완성 본을 가지고 논의를 했을 것이고 파장에 대한 분석과 대처 방안까지 모두 정리가 된 상황이었을 테니 말입니다.

모든 것들이 자신들이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움직였고 논란 마케팅은 대박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1박2일>에 대한 기사 자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는 가수다>로 채울 수 있었습니다. <나는 가수다>를 <나만 가수다>로 만들면서까지 그들이 노렸던 논란 마케팅은 멋지게 성공했습니다.

바보처럼 순진하기까지 한 가수들은 철저하게 영악함을 무장한 피디들에게 당했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21일 탈락 유무가 갈리는 방송까지 모두 마친 상황에서 노골적이며 의도적으로 논란 방송을 그대로 내보낸 의도는 철저하게 시청률을 위해 보호해야만 하는 가수들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켜버렸다는 점입니다.

아이돌 전성시대, 김재철이 들어서서 시사 프로그램 강제 폐지와 함께 시청률이 낮은 공익성 프로그램들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 자리를 잃은 기성 가수들에게 <나는 가수다>는 대중들에게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거의 전부인 방송이었습니다.

이런 절박함을 이용해 자신들의 성공에만 눈이 먼 제작진들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벌였습니다. 가수 20주년을 맞이한 김건모에게는 올 해를 자신의 가수 인생에서 결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한 해로 낙인 찍어버렸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이소라는 오랜만에 출연한 방송에서 가수로서의 존재감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제작진들이 진정 가수들을 위했다면 사전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내고,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장면들은 편집을 통해 정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극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으로 편집을 한 것은 가수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나는 가수다>를 성공시키겠다는 얄팍한 상술만이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나는 가수다>는 철저하게 제작진들의 의도에 의해 희생된 가수들과 이런 비열한 방식의 논란 마케팅에 분노한 대중심리가 제작진이 아닌, 해당 가수에게 집중되며 결과적으로 <나는 가수다>의 브랜드만 높여주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담당 피디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된 수순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을 변경하거나 고치는 것이 아닌 합리화를 앞세운 사과는 진정성있는 사과라기 보다는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사과로 다가올 뿐입니다.

쇼 비지니스 세계에서 이런 식의 장난은 일상적인 모습일 뿐일 겁니다. 다만 방송을 통해 의도적으로 논란을 부채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이와 같은 상황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뿐입니다. 참 씁쓸하게 몰락해가는 MBC와 일밤을 보는 듯해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유익하셨나요? 구독클릭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