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PD 경질보다 시급한 건 김재철 사장 사퇴다

연일 논란을 이끌어 오던 <나는 가수다>의 김영희 피디가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씁쓸한 것은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김재철 사장의 독단은 왜 제지되고 징계 받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시사와 공익 프로그램 몰아낸 김재철이 원흉이다




<나는 가수다>는 MBC 예능이 꺼낸 회심의 카드였습니다. 몰락 위기에서 마지막으로 꺼낸 '일밤'으로서는 이 프로그램은 꼭 성공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백전노장 김영희 피디가 일선에서 진두지휘하며 난공불락이었던 <해피 선데이>에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지기까지 했습니다.

자타 공인 최고의 가수 일곱 명을 결코 쉽지 않은 포맷의 예능에 불러 모았고 이를 통해 그동안 갈증으로만 남아있던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가수의 무대는 무엇인지를 깨달게 해주며 엄청난 반항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가수들의 멋진 무대로 인해 방송 1회 만으로도 <나는 가수다>에 대한 기대는 높아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문제점들이 많이 노출되기는 했지만 2회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며 개선된 모습을 보이며 더욱 높은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나는 가수다>는 결정적인 선택 하나로 몰락을 자초하게 되었습니다. 원칙은 파괴하기 위해 있다는 가설을 정설로 만들기 위함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김영희 피디는 의외의 카드를 꺼내들며 극의 주인공을 자처했습니다.

국민 가수라 불렸던 김건모의 탈락에 흔들리는 가수들. 이 지점에서 <나는 가수다>측에서 언급하지 않았고 감추었던 가수들이 김건모의 탈락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만류한 이유는 중요합니다. 방송 사고에 준하는 음향과 기계 사고로 인해 몇몇 가수들이 무대 위에서 정상적으로 노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런 상황들이 불합리하다며 김건모가 재촬영을 제작진에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백지영과 박정현, 김범수 등이 500인 청중이 퇴장한 후 다시 촬영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한 이후 김건모의 탈락이 발표되고 당황스러워하는 가수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과감하게 선배로서 제작진들에게 후배들에게 좀 더 완벽한 무대를 가질 수 있도록 요구했던 김건모가 첫 번째 탈락자라는 사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는 없었지요.

이런 과정들은 모두 숨긴 채 결과와 그 뒤에 벌어진 자극적인 상황들을 리얼이라는 이름으로 방송을 내보낸 방식은 김영희 피디의 패착이었고 몰락을 자초한 선택이었습니다. 자극을 통해 시청률 전쟁에서 성공을 거두겠다는 바람은 오히려 부메랑처럼 다가와 스스로 몰락할 수밖에 없도록 했으니 말입니다.

전설적인 흥행작들을 내놓았던 스타 피디의 몰락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원칙을 쉽게 버리며 편법을 정당화하는 상황들은 바로잡아야만 합니다. 이 충격이 가수들의 연쇄적인 하차로 이어져 결국 <나는 가수다>가 폐지된다고 해도 잘못을 바로잡는 노력이 폄하되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하지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해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시발은 낙하산 김재철의 청와대 충성 맹서부터였습니다. 

그가 조인트 발언까지 들으며 권력에 충성을 맹세하고 벌인 시사와 공익 프로그램 강제 폐지는 이런 상황으로 연결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철저하게 시청률 경쟁으로 일선 피디들을 몰아 넣으며 상업 방송보다 더한 중압감을 부여한 결과는 잦은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온갖 구설이 끊이지 않은 MBC는 최근 피디수첩마저 연성 화 작업의 일환으로 핵심 제작진 6명이 강제적으로 다른 부처로 보내졌습니다. 시사 프로그램의 비판 의식을 상쇄시켜 자신이 받드는 MB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김재철이 있는 한 지금과 같은 논란은 끊임없이 반복되어질 뿐입니다.

마치 김영희 피디 논란을 빌미로 자신들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원칙에 충실한 조직이라고 선전하려는 목적이라면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철저하게 권력에 기생하는 언론 집단일 뿐이니 말입니다.

시사교양국 피디들이 집단 반발하고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지만 어설픈 사과는 다시 그들의 의지가 과연 무엇을 위한 투쟁인지 모호하게만 합니다. 김재철 낙하산 사장에 대한 투쟁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좌초하던 노조는 이번 피디수첩 관련 투쟁에서도 사측의 제안에 너무 쉽게 손을 든 것은 아닌가란 아쉬움만 남습니다.

그렇게 양보하고 물러남으로서 김재철은 MBC를 장악했고 그 뒤로 오랜 시간 쌓아올렸던 공영방송 MBC의 위상 자체를 뿌리부터 흔들어버렸습니다. 피디수첩 논란 역시 이대로 방치된다면 사측이 원하는 비판 의식이 결여된 무늬만 피디수첩인 방송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영희 피디에게 책임을 묻듯, 총체적인 난국을 자초한 김재철 사장에게도 책임을 물어 사장직에서 물러나도록 요구하는 것이 진정한 원칙을 지키고 MBC가 지향해왔던 공영방송의 위상을 찾는 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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