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의 가장 든든한 힘이 되어준 천숙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모두를 경악하게 한 것은 자연사가 아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주 씨 집안사람들은 유언장 내용을 보고 기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희는 자칫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이번에는 넋이 나간 채 서 있는 도희를 향해 황산을 뿌리고 도주했죠. 이 순간 도희를 구한 것은 구원이었습니다. 자신의 몸으로 황산을 막았고, 뒤늦게 구원의 몸이 타들어가는 것을 보고 도희는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순간 도희의 십자가가 세겨진 손을 잡자, 구원의 몸을 태우던 상처들이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이를 직접 목격한 도희는 구원이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공격들에 죽음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구원이라면 보호해 줄 최적의 존재라 생각했습니다.
도희는 구원에게 자신들은 운명공동체라며 경호원을 해달라 제안합니다. 데몬이 인간 경호를 해준다니 말이 되냐며 화를 내는 구원이지만, 그런 상황은 이내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자연 발화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현실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손가락이 불에 타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복규가 열심히 불어보지만 불이 꺼질 리가 없죠. 뒤늦게 황당한 모습을 보고 함께 입바람을 부는 가영으로 인해 구원의 손가락은 더욱 크게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물로 불을 끄기는 했지만, 이는 신의 경고였습니다.
구원은 자신이 자연 발화로 사라지기 전에 도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죠. 다급하게 도희에게 전화해 집으로 찾아가겠다는 말에 다른 것보다 자신의 외모를 신경 쓰는 그도 구원을 마음에 품고 있었습니다.
도희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마자 구원이 향한 곳은 높은 빌딩이었습니다. 언제나 그곳에 올라 간절하게 갈망하는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계약을 맺을 대상은 불치병에 걸린 아이를 둔 어머니였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함께 병실에 간 도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죠.
불치병에 걸린 아이로 힘겨워하는 엄마에게 구원은 10년 동안 아프지 않게 하겠다며, 계약을 제안합니다. 이런 모습에 도희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해당 엄마는 아이가 아프지 않기만 한다면 뭐든 할 수 있었습니다.
구원의 손짓 한번으로 숨 쉬는 것이 편안해진 아이를 본 엄마는 바로 계약에 서명합니다. 그런 구원의 모습을 보며 데몬이 아닌 데빌이라며 분노하지만, 대가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단 구원은 평온할 뿐입니다. 어차피 십자가를 다시 가져올 시간을 벌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황과 시간대에 물에 함께 빠지면 십자가를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구원이 마냥 편안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병원을 찾아 퇴원하는 아이와 부모를 보며 구원은 묘한 감정을 느꼈을 듯합니다.
도희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일로 외부 사람을 만나던 장소에 병원에서 봤던 그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하러 찾아왔습니다. 아이는 건강해졌고 부모는 한없이 행복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구원의 거래를 제안하지 않았다면 이들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런 생각에 도희는 다시 구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 회장은 도희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10년 간 재무재표를 점검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무팀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직전 도희에게 연락을 해왔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것입니다. 뭔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파악했기 때문이죠.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주 회장은 모든 점검을 마친 후 "그동안 내가 눈 뜬 장님이었네"라는 말로 속았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를 주도한 자가 누군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런 일을 주도한 인물이 주 회장을 죽이고, 도희를 죽이려 하는 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노한 주 회장은 누군가를 불러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도희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까지 알고 분노한 주 회장은 누구에게 그랬을까요? 주 회장의 위치를 생각하면 이런 정도로 화를 내면서도 즉시 뭔가 조처를 취하지 못한 것은 큰아들 노석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손자인 석민의 아들 도경이 망나니이기는 하지만, 함부로 할머니에게 자신의 숨소리도 내지 못하는 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석민이 그룹 지배자가 되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실행자는 암살자의 몫이지만, 지시자는 석민이라는 의미겠죠.
도희는 주 회장이 항상 머물던 온실에서 잠들 듯 숨진 모습을 발견하고 오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책하는 자신을 깨운 이가 바로 주 회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도희를 집으로 데려와 친 손녀처럼 키운 것도 주 회장이었죠.
주 회장의 죽음은 도희에게는 친할머니의 죽음과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주씨 집안사람들에게 장례식은 축제였습니다. 깐깐하기만 하고, 도희만 특별하게 생각하는 어머니의 죽음은 이들 자식들에게 부가 모두 돌아가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홀로 힘겨워하는 도희와 달리, 자식들과 손자들은 희희낙락하는 모습이 기겁할 정도로 두렵게 다가왔습니다. 이들이 보기 싫어 주 회장이 가장 많이 머물던 온실로 온 도희를 괴롭히는 것은 석민의 아들 도경이었습니다. 도희가 집에 들어올 때부터 싫어했던 도경은 든든한 존재였던 할머니의 죽음으로 이제 자기 멋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도경을 혼쭐 내준 것은 구원이었습니다. 자기 보다 강할 것 같으면 꼬리를 내리는 한심한 자에게 손가락 하나로 복수를 해주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구원의 도움으로 도희는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주 여사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비가 되어 도희에게 찾아온 주 여사와 마지막 이별을 하는 상황은 아프기만 했습니다. 애절하게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도희의 마음은 주 여사에게 잘 전달되었을까요? 이는 이후 벌어질 상황들에서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다만 주 회장이 도희 부모 죽음에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관여되었다는 겁니다. 주 회장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도희를 책임진 것도 사실이죠. 이 모든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채 사망한 주 회장으로 인해 도희가 언제 사실을 알게 될지도 이후 전개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동할 듯합니다.
망나니들의 잔치가 되어버린 장례식장이 질겁한 도희는 빠져나오려 했지만, 주 회장의 유언이 공개되며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재산을 도희에게 준다는 선언과 함께, 단서로 올해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사회에 환원된다는 유언이었습니다.
주 회장 유언이 공개되자마자 주 씨 일가는 분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주 회장이 도희에게 남긴 편지를 받자마자 구원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구원에게 주 회장이 생전에 결혼하라며 선물한 반지 하나를 건네며 청혼했습니다.
"정구원 씨 나랑 해요 결혼"
도희의 도발적인 이 행동이 향후 어떤 상황을 만들어낼지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희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룹을 모두 빼앗길 수 있는 상황에 그들이 가만히 있을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이는 도희에 대한 살해 위협은 보다 강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도희가 위험해진다는 것은 구원의 역할은 그만큼 커진다는 반증입니다. 구원과 도희의 운명공동체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여기에 도박꾼 노숙자인 노숙녀의 등장입니다. 단순히 노숙자인지 아니면 그런 모습으로 꾸민 신인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구원이 자신의 과거를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령이었던 그가 왜 데몬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업보처럼 수없이 많은 이들의 계약을 이끌어내며 무한반복하듯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는 중요합니다. 이는 도희가 십자가를 가져간 것과 연결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결국 구원의 저주를 풀어줄 인물은 도희이기 때문입니다.
주 회장의 죽음이 너무 갑작스럽다는 점에서 의외로 다가옵니다. 도희의 넋두리처럼 자신의 죽음을 숨긴 거짓 행위인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에서 이제 본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과 도희는 악마가 되어버린 이들과 싸워 이겨낼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구원이 인간이던 시절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다음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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