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들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도희의 든든한 우군이었던 주천숙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분명한 변수였습니다. 이 죽음으로 석민이 전면에 나서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이들의 광기들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좋은 징조입니다.
도희가 사망하면 큰 이득을 보는 존재가 살인을 사주했다는 것은 너무 자명합니다. 주 회장의 자녀들은 도희를 죽이고 싶어 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진 존재들입니다. 주 여사 사망 후 공개된 유언장에서도 결혼한 도희에게 기업을 물려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주 회장이 도희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면서 그들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뜬금없이 가족도 아닌 도희가 집으로 들어와 그들의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죠. 주 회장이 믿는 유일한 존재는 아들이나 딸, 그리고 손자도 아닌 도희라는 점에서 이들은 그를 제거하고 싶어 합니다.
아브라삭스라는 대화명으로 살인 집행자에게 지시를 내리는 자는 누구일까요? 아직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그 자는 석민과 그의 아들 도경, 그리고 사촌인 석훈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석민과 도경은 노골적으로 도희에게 적대적인 존재입니다.
석훈의 경우 오히려 도경을 짝사랑하고 있죠. 그와 결혼하고 싶다는 욕망도 품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렇다고 그가 아브라삭스가 아닐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죠. 오히려 그래서 더 큰 욕망을 품는 석훈이 모든 것을 지배하려는 존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들개파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던 구원을 구한 것은 도희였습니다. 데몬 시절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 십자가를 빼앗긴 후 구원은 그저 평범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일반인이 되어버린 구원이 조폭들을 상대로 이길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 구원을 구하기 위해 나서 용감하게 조폭들 사이를 뚫고 손을 잡는 순간 모든 것은 달라졌습니다. 상처는 사라지고, '탱고'를 언급한 구원은 그렇게 조폭들을 포함해 모두 탱고를 추며 일망타진합니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집행자였습니다. 의도적으로 들개파에 접근해 정보를 제공한 것이죠.
구원의 모습을 찍어 보고하려 하지만, 언제나처럼 영상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으로 도희는 구원도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 확신했습니다. 도희는 분명 구원을 좋아하고 있지만, 급작스러운 프러포즈 실패로 당황했던 도희는 이번 탱고 액션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구원을 찾아갑니다.
도희처럼 구원도 이번에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당황했습니다. 샤워를 하다 자신의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 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죠. 도희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도 차갑게 대했던 것은 자신의 달라진 감정을 숨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매번 당하기만 하는 도희는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그렇게 차갑고 메몰차게 대하는 남자에게 더는 곁을 둘 수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 가영이 본격적으로 이 둘 사이에 끼어드는 상황이 만들어지며 이후 전개 과정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싫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감정을 들킬 수 없던 전직 데몬의 그 감정은 도희와 일상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의 감정선의 진짜가 무엇인지는 낯선 인물의 등장으로 드러났죠. 오토바이 헬맷을 쓰고 회사로 들어온 낯선 남자를 신 비서가 잡는 과정에서 구원과 도희의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남자는 범인인 집행자가 아닌 구원의 비서인 복규였죠. 감정이 극도로 내려 앉아 있는 구원을 위해 찾은 방문이었지만, 복장이 문제였습니다. 이 상황은 신 비서와 복규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 이후 이들이 한 팀으로 적과 맞서 싸우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회사 이사진을 뇌물로 협박한 석민은 자신의 요구대로 임시 회장 자리에 앉게 됩니다. 도희로서는 빨리 결혼해 주 여사가 언급한 것처럼 든든한 지원자와 함께 악랄한 무리들에 맞서 싸우려 합니다. 주 회장이 처음 제안했던 선자리였던 최우선 검사와 만난 자리에서 구원의 질투는 극에 달하게 되죠.
이 자리에서 능력을 선보이며 최 검사를 제대로 골탕 먹이는 구원은 도희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싫습니다. 물론 말로는 누구와 결혼을 하든 이혼을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모든 감정을 부정하는 구원의 마음은 말과 정반대이죠.
최 검사와 석훈이 양념처럼 구원을 불편하게 했다면, 들개파 넘버투를 찾아가 집행자 기광철의 몽타쥬를 보여주며 찾아오라 명령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급격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데몬으로서는 이런 상황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200년이라는 시간은 그래서 구원을 더욱 궁지로 내몰 수밖에 없었죠.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 극단적으로 반대 상황을 만드는 구원은 그렇게 들개파 넘버투에게 과격한 행동을 보이자 도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끝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온 도희를 기다리는 이는 집행자 기광철이었습니다. 다시 분장을 하고 몰래 숨어든 그는 도희를 기절시키고, 끈으로 묶어 펜트하우스에 메달았습니다. 쉽게 도희를 제거할 수도 있었지만, 살인마는 그 과정을 즐기고 싶어 했습니다.
천천히 끈을 끊어가며 도희가 죽음에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이 자의 이번 도발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모든 끈이 끊어지고 추락하는 도희를 구한 것은 다시 구원이었습니다. 서로의 생명을 구해주는 관계는 이제 끊어낼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석민의 잔인한 모습이 드러난 것만이 아니라, 그의 아들인 도경이 보인 잔혹함은 이후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정신과의사가 흘리듯 말한 "미쳤다"는 말에 광기를 보이며 화장실에서 의사를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은 섬뜩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들 가족이 모두 미친 것인지, 아니면 도경이 모든 문제를 발생시킨 광기의 살인마인지 궁금해집니다.
설왕설래하는 과정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줬습니다. 코믹한 요소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연출의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황을 살려주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편집해야 할지 감이 조금은 떨어진 느낌이랄까?
순간적이고 짧은 그 타이밍을 놓치면 최 검사가 능청맞게 늘어놓은 아재개그보다 못한 수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마이 데몬'은 흥미롭습니다. 송강과 김유정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좀 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밀도 높은 이야기의 힘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결혼 비즈니스를 통해 쇼 윈도 부부 생활로 들어선 이들이 사랑과 복수 모두를 이뤄낼지, 그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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