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토 드라마가 탄력을 받으며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방송 전에는 크게 관심을 받지 않았습니다. 한때 드라마 왕국이란 명성을 가지고 있었던 MBC는 드라마는 몰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세영 하나를 내세운 퓨전 사극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쟁쟁할 것 같았던 경쟁작들을 밀어내고 압도적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과연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왜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드라마에도 호불호는 존재합니다. 이런 퓨전 사극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선호도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절대적 가치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시청률이 높다고 모두 좋은 드라마라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할 뿐이란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평가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드라마는 새롭지는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은 너무 익숙해 식상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문제를 현재에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도 익숙합니다.
조선시대 양가댁 규수로 태어났지만 자유분방하고 호기심이 많고 진취적이었던 박연우(이세영)가 이런 모습때문에 위기를 맞게 됩니다. 운명처럼 만났던 남자 강태하(배인혁)가 자신의 신랑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결혼도 거부했던 연우였지만 강제로 혼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죠.
옷을 디자인하며 큰 인기를 누렸지만, 임금의 분노로 이를 만들고 판 이들이 붙잡히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연우 아버지는 이를 막기 위해 강제로 혼례를 치르도록 했죠. 다급하게 치른 결혼으로 태하가 무슨 병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혼례를 치르고 첫날밤을 치르려는 순간 태하는 연우에게 이별을 권하죠. 자신이 깊은 병이 있음을 알리자마자 죽고마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연우는 허망한 상황에 놓이고 맙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연우의 잘못으로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아들 병을 속이고 결혼시킨 것을 입막음 하기 위해, 진실을 아는 연우를 연못에 던져버렸죠.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연못에 빠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연못에 빠진 연우는 수영장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 강제로 결혼을 하게 된 태하는 신부가 사라진 사실을 알고 당황해하다 물에 빠진 연우를 구해냈죠.
연못에 빠진 후 깨어나보니 2023년이라는 사실이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과정은 초반 잔재미로 다가왔습니다. 조선에서 온 여인이 현대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재미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눈앞에 있습니다.
연우는 알고 있지만, 태하는 알 수 없는 이 기묘한 인연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권력 다툼으로 이어지게 만듭니다. 태하에게 놓여있는 위태로움을 연우가 개입하며 풀어가는 과정을 밟는단 점에서 이는 과거 이루지 못한 일들을 현실에서 마무리하는 형식을 취하는 모습입니다.
재미있는 설정을 만든 것은 연우의 몸종인 사월(주현영)이까지 우물의 빛이 빨아들이며 함께 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불안정하거나 풀어가기 어려운 문제를 조선에서 넘어온 둘로 인해 많은 부분 해소시켜 주는 영특함을 보였습니다.
과거에도 연우를 위기에 몰았던 민혜숙(진경)이 현재 시점에서도 적으로 등장합니다. 과거 조선시대 인물들이 적절하게 현실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연우와 사월처럼 갑작스럽게 빨려들어온 것이 아니라, 반복해 환생해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은 익숙하지만 좋습니다.
결혼을 원하지 않았지만 조선시대나 현대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결혼을 하게 되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결혼을 해야만 이들의 관계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연우와 태하가 결혼이라는 관계로 묶이면서 알력 싸움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는 연우가 굳이 현대를 살아가는 태하 앞에 나타는 이유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시대에도 결혼 생각이 없던 그가 태하와 결혼한 것 역시 일에 휩싸이며 만들어진 결과였죠. 현대에서도 재벌가의 후계 구도 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결혼하는 되는 것 역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합니다.
결혼으로 태하 집안으로 들어가 그 소용돌이 중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태하가 아닌 연우 중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의 핵심은 연우입니다. 그가 어떤 모습과 활약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죠. 이 상황에서 자신의 낭군이 죽은 조선으로 돌아갈 이유가 딱히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존재하는 조선 시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사월이 건네는 방법은 달달한 로맨스를 부추기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런 적절한 방식으로 로맨스를 품게 만드는 과정도 시청자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SH 서울을 배경으로 이 집안의 권력 다툼은 로맨스와 또 다른 재벌가의 후계자 대결로 익숙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 모든 것을 아는 회장과 그 안에서 후계자가 되려는 이들의 대결 구도는 익숙해서 재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현대에서 벌어지는 이 알력 관계는 조선시대에서 연우가 풀어내야 할 일들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연우 연기를 하는 이세영이 절대적입니다. 만약 이세영이 아닌 다른 여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이 정도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요?
얼굴은 완벽하게 사극에 맞는데, 왈가닥스러운 행동들은 현대극에 적합합니다.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 갑인 이세영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솔직히 개인적 호불호겠지만, 베인혁 배우만 보면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세영은 모든 결과물의 치트키입니다.
익숙한 설정이 주는 친근함이 적절하게 잘 어울어지면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세영이 아니라면 이런 익숙함도 지겨울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 속에 재벌가의 후계 싸움을 조선시대와 현대극에 적절하게 결합한 설정도 큰 몫을 했지만, 역시 이세영의 힘은 강력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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